검색

『두나's 런던놀이』, 둘이서 놀아보면 어떨까요?

배두나의 이름을 단 사진 에세이집이 피사체 배두나를 얼마나 외면할 수 있을까요? 『두나's 런던놀이』의 페이지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그거였습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배우 배두나가 출간한 책,
『두나's 런던놀이』
배두나의 이름을 단 사진 에세이집이 피사체 배두나를 얼마나 외면할 수 있을까요? 『두나's 런던놀이』의 페이지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그거였습니다.

물론 아마추어 사진작가 배두나는 자기 자신을 피사체 목록에서 제외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거야 그 사람 블로그나 싸이에 가 봐도 알 수 있는 거죠. 그 사람이 찍은 사진들 중 상당수는 소위 '셀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사진들이 없다면 방문객들은 무척 서운해 하겠죠. 우린 배두나라는 사람을 이미지로 바라보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그 사람이 엄청난 사진작가로 대성해서 그런 단계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배두나 팬들에겐 배우 배두나가 아마추어 사진작가 배두나보다 훨씬 중요해요. 사진 역시 배우 배두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여서 중요한 것이지 사진 자체의 가치 때문은 아닙니다. 역시 아직까지는요. 배우들이 여기서 벗어나기는 어려워요. 훌륭한 배우이면서 자기 사진이 거의 없는 수많은 사진집을 낸 로디 맥도웰과 같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은 비교적 덜 유명했고 그의 모델들은 그보다 훨씬 유명한 그의 할리우드 친구들이었으니 배두나와 직접 비교는 어렵습니다.

『두나's 런던놀이』는 지금까지 그 사람이 싸이나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들을 조금 더 확장한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배두나는 이 책에 사진작가로서의 자의식을 필요 이상으로 담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단지 프로젝트가 조금 더 압축되었고 조직적이 되었으며 커졌어요. <괴물> 촬영 이후 떠난 런던 여행 때 보다 조직적으로 사진들을 찍어서 모은 거죠.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건 배두나가 셀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이 정도 스케일의 계획에서는 셀카만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충분히 담을 수는 없죠. '런던놀이'를 하는 자신을 보다 자유롭게 찍을 또 다른 카메라가 필요한 겁니다. 이 책에서는 사진작가 윤석무가 배두나의 사진들을 찍어주고 있죠. 마치 자서전을 대필해주는 전기작가처럼요. 몇몇 사진들은 연결되어 있기도 해요. 133페이지를 예로 들 수 있겠군요. 배두나는 갤러리 앞에 앉아 있는 까만 고양이를 사진으로 찍고 그걸 찍는 배두나를 다시 윤석무가 찍는 식이죠. 이 책에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배두나가 전문 연기자 겸 모델인 배두나로 전환되는 애매한 부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상관없어요. 이 책에선 둘 다 모두 배두나이고 그 경계선에 선 사람도 배두나죠.

그 때문에 전 윤석무가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아니, 너무 전면으로 드러난 부분도 좀 별로예요. 윤석무가 찍은 배두나의 호텔 사진들로 구성된 5장인 '두나의 하루'는 좋은 사진들이지만 조금은 심심합니다. 사진작가와 모델의 역학 관계가 너무나도 전형적으로 구축되어 있죠. 배두나가 수동적인 모델이었다는 말도 아니고 윤석무가 그 상황을 모두 통제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심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그 경계선이 깨어지는 부분에 있거든요.

어차피 우리가 배두나에게서 제2의 다이안 아버스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이 두 사람의 역학 관계를 전면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떨까요? 제2 사진작가를 여벌 카메라로 두는 대신 또 다른 피사체 겸 드러난 여행 동료로 잡고 보다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겁니다. 그럼 상당히 재미있는 사적 드라마가 펼쳐질 것 같지 않습니까? 혼자 놀기도 좋지만 이 경우엔 작정하고 둘이 놀면 더 좋을 겁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스타일을 바꿀 필요도 없고요. 배두나의 사진에서 가장 좋았던 건 모델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었으니 말이죠.

배두나가 이 책으로 만족할지, 아니면 『두나's 파리놀이』나 『두나's 도쿄놀이』가 이어질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진다면 제 아이디어를 한 번 실험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5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