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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범인을 밝혀낸다! - 『절대미각 식탐정』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절대미각 식탐정』은 음식만화일까, 추리만화일까? 주인공인 타카노 세이야는 사립탐정이자 역사 소설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미각을 가진 대식가라는 점이다.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절대미각 식탐정』은 음식만화일까, 추리만화일까? 주인공인 타카노 세이야는 사립탐정이자 역사 소설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미각을 가진 대식가라는 점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씨름 선수보다도 많은 양을 먹고, 주변에 남은 음식이라도 있으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는다. 설사 범죄현장에 있는 음식일지라도, 타카노는 일단 먹고 본다. 그리고 음식을 통해 논리적인 추리를 하고 범인을 찾아낸다. 음식을 통한 추리라는 점도 기발하지만 『절대미각 식탐정』의 주된 즐거움은 타카노 세이야의 캐릭터 자체에서 시작된다. 추리 자체에 역점을 두었다기보다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절대미각 식탐정』의 전략이다.
추리물에 음식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낯설지 않다. 『독사』, 『챔피언 시저의 죽음』,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작가 렉스 스타우트는 타카노처럼 미식가인 탐정 네로 울프를 등장시킨다. 네로 울프가 앉아서 범죄를 해결하는 안락의자형 탐정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체중 때문이 아닐까. 미식을 즐기는 탓에 네로 울프의 체중은 100Kg이 넘어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까다로운 성격 탓에 외부활동도 되도록 삼간다. 운동부족에 과식으로 비만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니 더욱 움직이기 어려워 현장 조사나 탐문 등은 거의 조수에게 맡긴다. 네로 울프가 활약하는 작품 중에서 『요리장이 너무 많다』는 15명의 거장 요리사들이 모인 행사에 초대받은 네로 울프가 살인혐의를 받는 요리사의 누명을 벗겨주는 내용이다.
부엌이란 공간이 범죄의 현장이 되는 경우도 꽤 있다. 요리가 만들어지는 부엌에는 당연히 요리 도구가 많이 있다. 어떻게 본다면 흉기가 될 만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칼과 가위는 물론이고 프라이팬과 끓는 기름 등도 쉽게 흉기가 될 수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자 로알드 달의 단편 「맛있는 흉기」는 냉동된 양고기로 남편을 때려죽이고 그 양고기로 수프를 끓여 찾아온 경찰들에게 대접하는 내용이다. 『절대미각 식탐정』에서도 이 설정을 인용한 에피소드가 있다. 타카노가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집에서 요리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침 그 자리에 추리소설가가 있어 살인흉기는 냉동고기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대로 끝난다면 당연히 표절이다. 그러나 타카노는 그 추리를 간단하게 뒤집는다. 그들이 먹은 고기에 육즙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단시간에 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카노는 새로운 흉기를 찾아낸다. 물론 부엌에 있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재료 중에서 하나를.
『절대미각 식탐정』의 즐거움은 타카노라는 인물 그 자체다. 이름부터가 귀족적인 네로 울프에 비하면 타카노는 평민형이라 할 수 있다. 절대미각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맛없는 것을 가리지 않는다. 맛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꾸역꾸역 먹는다. 그러면서도 타카노가 빼빼 마른 체형인 것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황당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타카노가 어떤 사건을 맡는 이유는 주로 식탐에서 비롯된다. 유명 피아니스트의 협박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그와 함께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인 형사가 사건을 부탁하면 한정품인 과자나 특정한 요리를 먹게 해 준다는 조건으로 수락한다. 그리고 그것을 단서로 해결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절대미각을 가진 타카노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어 사바랭이란 사람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소”라고 말했다. 타카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먹는 음식을 먹으면 그에게 어떤 병이 있는지, 어떤 성격인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을 찾아가면 자연스럽게 범인이 등장하게 된다. 식욕이란 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망의 하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절대미각 식탐정』을 완결성이 높은 추리만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발한 설정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범죄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추리만화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 번 등장했던 여자 도둑이 다시 나온다거나 타카노에게 적대적인 범죄집단이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경쾌한 톤의 『절대미각 식탐정』이 갑자기 잔혹한 범죄물로 달려나갈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추리라는 설정을 적절하게 활용한 요리만화라고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쪽이건 상관없다. 『절대미각 식탐정』은 일단 보는 재미가 있다. 『미스터 초밥왕』이 요리와 음식의 즐거움을 알려주면서도 ‘대결’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를 흥분시켰다면, 『절대미각 식탐정』은 추리와 유머를 통해서 음식의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미스터 초밥왕』, 『맛의 달인』 등 요리만화들이 항상 그렇듯이 음식에 관한 온갖 잡다한 지식을 알려준다. 짐네마라는 차를 마시고 다른 것을 먹으면 단맛을 느낄 수 없다거나, 옷에 카레가 묻었을 때 비누를 칠하면 카레 속의 강황과 알칼리가 반응하여 붉게 변한다거나, 커틀릿이나 크로켓 등에 쓰이는 빵가루는 보통 빵에 비해 설탕이 아주 적게 들어 있다든가 등등. 크게 소용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두면 나름대로 쓸모 있는 지식이다. 만화를 보면서 이런 잡다한 지식을 익히는 것도, 만화를 보는 즐거움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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