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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인간을 알고 싶은 것일 뿐 - 『호문쿨루스』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일까? 나이를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인간에 대해 알기는커녕 점점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일까? 나이를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인간에 대해 알기는커녕 점점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우주의 법칙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알기에는, 나의 지력이나 통찰력 같은 것이 부족한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그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공부를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종교에 입문하여 특정한 신을 믿는다고 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마약이나 명상 같은 건 어떨까? 50년대의 히피들은, 마약을 통하여 인식의 확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사이버펑크 신봉자들은 ‘기계’를 통하여 의식의 확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사이버공간이나 아바타를 보면, 사이버펑크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트리퍼네이션은 어떨까?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는 트리퍼네이션이란 요법을 행한 남자의 이야기다. 한 때 엘리트 회사원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노숙자 신세에 불과한 나코시. 공원 앞 도로에 주차시켜 놓은 차에서 기거하는 나코시는, 의대생을 자처하는 이토 마나부에게 제안을 받는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트리퍼네이션을 하고, 그 경과를 지켜보게 해준다면 70만엔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가설이지만, 트리퍼네이션을 한다면 ‘두개골 내의 압력이 변화하여, 뇌에 대량의 혈액이 흐르게끔 되어 뇌에 활성화 상태를 되돌려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갓난아이 때의 뇌 전체가 활동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식스 센스’까지 느끼게 되고.
트리퍼네이션을 한 후 거리로 나간 나코시는 과거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오른쪽 눈을 가리고 세상을 보게 되면, 다른 형태의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 종이처럼 팔랑거리는 인간, 로봇처럼 강철로 싸인 인간, 온 몸이 분리되어 따로 움직이는 인간 등등. 정말로 나코시에게 초능력이 생긴 것일까? 불안해하는 나코시에게 이토는 과학적인 설명을 들려준다. 인간은 오감이라는 것을 통하여 정보를 모으고, 이 ‘경험’은 시간과 함께 뇌 속에 기억으로 바뀌게 된다. ‘인간의 오감으로 경험하여 뇌에 저축된 기억의 지도, 그게 입체화된 것이 이론적인 호문쿨루스’이며, 나코시는 그 호문쿨루스를 보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 마음속의 심층부로 가라앉은 뒤틀림이 호문쿨루스로 보인다는 것. 모든 인간들의 마음속에 있는 뒤틀림은 어떻게든 외부로 표출되고, 나코시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코시의 능력은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신체의 미묘한 긴장, 근육의 수축, 중심의 치우침, 얼굴 표정근육의 움직임 등...게다가 신체나 표정에 나타나 있는 그 사람의 불안과 분노 기쁨이나 욕망 등 다양한 내면의 감정 변화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읽어내며 살아가는 겁니다.....(인간은) 사실은 몸에서 무의식중에 막대한 정보를 흘려보내고, 무의식중에 막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죠. 오감을 써서....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해서 무의식 수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보교환을 하면서, 겉으로는 고상한 말을 늘어놓으며, 억지로 만든 미소를 짓고 있는...추잡한 동물이죠.” 나코시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 모든 것을 직관하면서, 어른의 경험과 지식으로 아이들은 보지 못하는 호문쿨루스를 포착하는 것이다.
『호문쿨루스』를 그린 야마모토 히데오는 『고로시야이치』 『노조키』 등의 도발적인 작품으로 확고한 매니아를 거느린 만화가다. 야마모토 히데오의 작품은 인간 마음의 가장 깊고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폭력과 살인, 이지메, 섹스, 훔쳐보기 등 인간 행동의 극단적인 측면이 야마모토 히데오의 작품에서는 일상이다.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하여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고로시야이치』는, 일본 내에서도 너무 폭력적이라며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다. 어린 시절 짝사랑했던 동급생이 강간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보고만 있었던 소년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 킬러가 된다. 강해지는 것이 최상의 목표였던 킬러는, 가장 잔인하고 확실하게 ‘악당’들을 죽여버린다.
야마모토 히데오의 신작인 『호문쿨루스』는 폭력이 약간 절제되었지만, 인간 마음의 심층을 파고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나코시가 보는 호문쿨루스는, 인간 마음의 뒤틀림이다. 한마디로 무의식의 괴물이라고나 할까. 나코시는 그것이 과연 재능인지 저주인지 헷갈려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 호문쿨루스를 보는 자신이 호문쿨루스라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거기에 공명하는 무엇이 없다면, 그 호문쿨루스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코시가 보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마음의 거울인가, 아니면 무의식이 투사된 영화 같은 것일까? 『호문쿨루스』는 호문쿨루스의 의미를 추적하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호문쿨루스』가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호문쿨루스』』가 찾아가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다. 이토는 트리퍼네이션을 행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단지 인간을 알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 답에 나코시는 이렇게 내뱉는다. “인간 오타쿠.” 『호문쿨루스』의 재미는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즐거움.
<야마모토 히데오> 글,그림3,420원(10% + 5%)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진실, 호문쿨러스 그 정체가 드러난다. 자동차생활을 하고 있는 홈리스 나코시, 홀연히 나타난 그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려진게 없다. 모든일에 거짓말을 하는 그는 자기자신 조차도 속이며 산다. 어느날 밤, 그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남자는 나코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