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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의 인기에 도전한다! - 『민속탐정 야쿠모』

추리만화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추리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밀실살인 같은 범죄의 트릭을 파헤치는 것이 중심인 정통 추리가 있고, 사회적인 범죄를 쫓아가며 고발에 중심을 두는 사회파 추리도 있고 탐정의 고독한 싸움에 주목하는 하드보일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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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만화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추리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밀실살인 같은 범죄의 트릭을 파헤치는 것이 중심인 정통 추리가 있고, 사회적인 범죄를 쫓아가며 고발에 중심을 두는 사회파 추리도 있고 탐정의 고독한 싸움에 주목하는 하드보일드도 있다. 때로는 형사가 아니라 범인의 시점에서 범죄를 그려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 모든 것의 핵심에는 '범죄'가 있다. 일종의 두뇌 게임이기도 하지만, 추리 소설의 묘미는 역시 범죄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인생이나 마음이라던가, 범죄가 가진 사회적 의미 혹은 아주 단순하게 범죄 그 자체의 트릭이 안겨주는 순수한 즐거움 같은 것들.

『소년탐정 김전일』의 재미는 두 가지였다. 트릭의 즐거움과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기구한 운명. 『소년탐정 김전일』은 전통적인 추리물의 재미를 충분히 살려낸 작품이다. 때로는 너무 '트릭' 자체에만 몰두하여 무리한 설정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곳저곳의 추리소설에서 따온 표절의 의심도 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탐정 김전일』은 어린 아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살인의 풍경은 조금 섬뜩하기도 하지만) 전형적인 추리만화라고 할 수 있다. 재미도 있고, 약간의 감동도 있는 무난하게 즐거운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의 스토리를 만든 사람은 카나리 요자부로와 아마기 세이마루다. 이후 아마기 세이마루는 『소년탐정 김전일』의 콤비 사토 후미야와 함께 『탐정학원 Q』, 고시바 테츠야의 그림으로는 『리모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카나리 요자부로는 고시바 테츠야의 그림으로 『민속탐정 야쿠모』를 출간했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서로서로 얽혀있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세 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탐정학원 Q』『소년탐정 김전일』과 가장 흡사한 정통 추리물이지만 학원물의 성격을 가미하여 한층 흥미를 높이고 있다. 연재와 함께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리모트』는 일종의 스릴러물이다. 연쇄살인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인데, 어떤 이유로 집에만 틀어박혀 지시를 내리는 남자와 그의 지시로 현장을 뛰어다니는 약간 맹한 여자경찰이 주인공이다. 『민속탐정 야쿠모』『소년탐정 김전일』과 흡사하지만, 의외로 이 만화의 재미는 추리 자체보다는 일본의 민담과 전설이다.

『민속탐정 야쿠모』의 탐정은 민속학자인 야쿠모 이츠키다. 야쿠모는 일본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각지의 민담과 설화에 얽힌 사건들을 해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속탐정 야쿠모』는 추리물로서의 재미보다는 외적인 재미가 더 크다. 『민속탐정 야쿠모』의 사건이나 트릭 등은 『소년탐정 김전일』의 영향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정통 추리보다는 하드보일드나 사회파 추리를 더 좋아하는 성향 탓도 있지만, 『민속탐정 야쿠모』의 트릭은 좀 식상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굳이 『민속탐정 야쿠모』를 집어들고, 지금도 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민속' 때문이다. 민속학은 '사람들 생활 속에 나타나는 풍습이나 습관,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옛 이야기 등을 수집해 현재 어떠한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하는 것들을...'이라고 말한다. 1권에 나오는 텐구(天狗)는 '깊은 산 속에 살면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인간 혹은 동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도승 복장에 날개가 달렸고, 신통력이 있다고 한다. 대텐구는 얼굴이 붉고 크가 크며 깃털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소텐구는 조텐구라고 하며 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속탐정 야쿠모』를 시작하는 텐구전설살인사건은 야쿠모가 5년마다 한번씩 텐구를 섬기는 산신제가 열리는 마을에 가면서 시작된다. 그 마을에는 산신제가 시작된 80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소재로 한 텐구 전설이 있다. 산 주변에 살고 있던 텐구가 마을로 내려와 한 처녀를 데려가려 했다. 마을 사람들은 텐구를 쫓아보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 때 처녀의 아버지가 묘안을 내놓았다. 텐구를 식사에 초대하여 독을 넣은 음식을 내놓은 것이다. 결국 텐구는 처녀를 놔둔 채 도망쳐 다시 마을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 때부터 산신제에는 텐구춤이라는 게 생겼고, 텐구국을 함께 먹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고 한다. 『민속탐정 야쿠모』는 그 전설을, 실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현재에 대입시킨다. 도시에서 온 남자와 시골 처녀의 사랑이 겹쳐지고, 거기에 다시 개발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탐욕이 더해진다. 그 끔찍한 살인사건은 과거의 텐구전설과 맞물리면서, 역사 속의 텐구전설이 과연 어떤 것인지 의미를 더듬어 본다.

『민속탐정 야쿠모』는 한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야쿠모 민속기행'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민속학자인 코마츠 카즈히코가 만화에서 나온 민담과 설화를 민속학적으로 해설해주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민속탐정 야쿠모』에서 가장 재미있다.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민속탐정 야쿠모』를 읽는 이유는 추리물로서가 아니라 일종의 민속학 책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풀어놓은 민속학 책. 『갤러리 페이크』 『맛의 달인』 같은 만화들도 그렇지만, 만화는 어떤 분야를 글과 그림을 통하여 해설하기에 적합한 매체다. 그냥 전설과 신화를 쫙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만화를 통하여 보면 더욱 생생하게 기억에 남길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런 만화들은 꽤 유용하고, 게다가 즐겁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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