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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의 네 컷 만화 - 『아즈망가 대왕』

그다지 순정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아즈망가 대왕』에는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우선 네 컷 만화라는 형식 때문이다. 여고생의 일상을 그린 만화를 네 컷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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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순정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아즈망가 대왕』에는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우선 네 컷 만화라는 형식 때문이다. 여고생의 일상을 그린 만화를 네 컷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케이블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아즈망가 대왕』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날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소소하게 그려내는데, 그걸 어떻게 네 컷 안에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게 가장 궁금해서『아즈망가 대왕』을 집었다.

그런데 도대체 『아즈망가 대왕』이 무슨 뜻일까? 완결편인 4권까지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발견했다. 『아즈망가 대왕』의 작가 이름은 아즈마 키요히코다. 거기서 ‘아즈마’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만화의 일본말인 ‘망가’를 합친다. 그러면 ‘아즈망가’가 된다. 이 만화를 연재한 잡지가 <월간 전격대왕>이란 곳이다. 거기에서 ‘대왕’을 가지고 온다. 그래서 모든 것을 더해서 나온 말이 바로 ‘아즈망가 대왕’이다. ‘아즈마가 그린 만화를 대왕이란 잡지에서 연재했다’란 뜻이 바로『아즈망가 대왕』이 되는 것이다. 『대운동회』나 『천지무용』등 인기만화의 패러디 만화를 주로 그렸다는 아즈마 키요히코는 자신의 만화 제목도 패러디처럼 사용한다.『아즈망가 대왕』 외의 작품 제목으로는 『아즈망가 리사이클』 『아즈망가 TWO』 등이 있다. 역시 제목으로는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법칙이 있다.

『아즈망가 대왕』은 대단히 재치 있고 독특한 제목이지만, 별다르게 의미심장한 의미가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용도 그렇다. “친구들이 권해서 읽어봤더니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친구들이 권했지만 어디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위의 두 문장은『아즈망가 대왕』의 선전문구에 나오는 말이다. 재미없다는 말을 과감하게 선전문구에 쓰는 그 여유. 그것이야말로 바로『아즈망가 대왕』을 보는 즐거움이다. 정말 사소하고, 정말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네 컷 만화 속에 쓱쓱 담아내는 것. 본다고 해서 뭔가 지식이나 정보가 남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감동이 남는 것도 아니다. 누구는 ‘이게 뭐야?’라며 그냥 던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아즈망가 대왕』의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무위(無爲)로움. 작고 사소한 일이지만, 그들은 그러면서 성장한다. 졸업식 이후를 보면 그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뭔가 열렬하게 원하지도 않고, 극단적인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지도 않고, 그냥 조금씩 전진해간다. 그게 보통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다.

『아즈망가 대왕』은 사소하다.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고등학교 3년간 벌어지는 뻔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문화제, 수학여행, 시험 등이 있고 선생과 학생의 관계, 친구들끼리의 우정과 갈등 같은 것들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아즈망가 대왕』이 일본에서 137만 부나 팔린 것은, 그런 상큼한 가벼움을 원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음을 증명한다. 아무리 엽기와 잔혹이 위세를 떠는 세상이지만, 귀여운 여고생의 일상에 동감하는 일은 편안하고 포근하다.

『아즈망가 대왕』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야기보다는 캐릭터다. 너무나 독특하고 기발하면서도, 우리 일상 어딘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아즈망가 대왕』은 10살의 천재 소녀 치요가 편입해오면서 시작된다.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좋고, 귀엽고 모든 면에서 ‘특별한’ 소녀 치요는『아즈망가 대왕』에서는 오히려 평범하다. 천재라는 것 말고는, 그냥 보통의 소녀에 가깝다. 오히려 다른 소녀들이 더 이상하다. 아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이나중 탁구부』에 나오는 엽기적인 인물들은 아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일상의 패러디라고나 할까?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고, 말이 없어 약간 무서운 인상을 주는 사카키. 동급생들이 연정을 품는 중성적 매력의 캐릭터이지만, 예상 외로 귀여운 것에는 껌뻑 넘어가고 마음도 약하다. ‘씩씩함과 의욕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폭주 여고생’ 토모는 늘 장난에 앞장서고 시끌벅적한 캐릭터. 요미는 토모와 붙어 지내면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균형을 잡아준다. 그리고 가장 엉뚱한 오사카. 원래 이름은 카스가 아유무이지만 오사카에서 왔다는 이유로 ‘오사카’라고 불린다. 그 단순한 별명을 붙인 사람은, 역시 너무나 단순한 토모. 두 사람은 ‘바보’ 콤비로 엄청난 웃음을 안겨준다. 오사카는 늘 졸거나,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5명의 소녀들 중에서 최고의 인기 소녀는 의외로, 아니 당연히 오사카다. 어리숙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공상을 펼치는 오사카는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얼마 전 일본에 가보니『아즈망가 대왕』캐릭터 상품 중에서 가장 많고 잘 팔리는 것은 오사카, 사카키, 치요였다.

개인적으로 이 모든 캐릭터를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엽기적인 인물은 유카리 선생이다. 욕심 많고, 천방지축인 여고생이 바로 선생이 된 듯한 캐릭터의 유카리는 황당무계 그 자체다. 고3이 된 학생들에게 ‘너희들도 올해는 드디어 입시생이야. 여러 가지로 바쁘고 스트레스도 쌓이겠지……. 하지만 직장인은 더 힘들다. 어리광부리지 마’라고 말하는 담임선생. 추워서 학교를 쉬겠다지 않나, 여학생들과 어울려 교장 선생 험담을 하질 않나. 학생들보다도 철이 없고, 제멋대로인 선생이다. 여기에 단지 여고생을 보고 싶어서 선생이 되었다는 키무라까지 가세하면 웃음을 그칠 수가 없다.

『아즈망가 대왕』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귀엽고 일상적이면서도 기상천외한 캐릭터다. 네 컷 만화 속에서도 그들의 캐릭터는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4개의 컷을 이용하여, 캐릭터의 묘미를 잡아내는 솜씨는 정말 탁월하다. 네 컷으로 부족하면 그 다음 네 컷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신문만화가 아니니 공간에 크게 제약을 받는 것도 아니다. 자유롭게, 촌철살인의 농담을 던지듯『아즈망가 대왕』은 산뜻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다지 대단할 거 없는 초화제작’『아즈망가 대왕』은 완벽한 무공해의 웃음과 여유를 안겨주는, 기발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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