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는 지난 2006년 3월 개정판으로 출간, 새롭게 조명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 삼한지 』의 작가 김정산 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정산 님과의 인터뷰를 바로 보시려면 다음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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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약 200년쯤, 중국 대륙에서 문무쌍전(文武雙全)으로 이름을 떨쳤던 관우 운장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그가 쓰던 주무기가 청룡언월도라는 것과, 그 무게가 81근이라는 것, 그의 말이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붉은 털의 적토마라는 것도 모르는 이가 없으며 심지어는 관우와 전혀 무관한 한국 서울의 한복판에도 ‘동묘’라는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있을 정도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무신(武神)으로까지 추앙 받는 관우가 있기까지에는 그 역사 속 존재 뿐 아니라 그의 삶을 대서사시 속의 한 편으로 잘 각색해 꽂아 넣은 <삼국지>라는 역사 소설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한반도에도 그 규모는 다를지언정 세 나라가 서로 솥발처럼 버티고 서서 대립하던 시기가 근 천 년이 있었음을 모르는 이 또한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반도의 삼국시대란 그다지 흥미를 주는 이야깃거리가 없는 형편입니다. 아니, 이야깃거리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원효의 해골바가지 이야기, 김유신이 말의 목을 벤 이야기, 서동이 선화공주를 데려간 이야기 등 이야기는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일목요연하게 역사적 흐름과 맞물려 설명되었던 적은 있을까요? 굳이 ‘우리 민족’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젖혀 두더라도, 당장 그 시대의 땅에서 그 시대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반도의 이야기라면 좀더 피부에 와 닿아야 할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일 텐데, 위인전의 에피소드 몇 가지와 역사책의 연표만 가지고서는 도무지 하나의 역사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기억으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한반도 삼국시대의 역사입니다.
소설 『 삼한지 』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 동안 기억의 편린으로만 흩어져 내려오던 삼국시대의 역사를 한 꼬챙이에 꿰어 누구라도 흥미진진하게 역사를 따라가볼 수 있다는 점은 기껏해야 삼국시대의 역사라고는 통일 원년 정도만 알고 있는 21세기의 한반도 인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관심거리를 선사합니다.
소설 『 삼한지 』는 자칫 흩어질 수 있는 삼국시대의 기록들을 일목요연하게 줄기를 만들어 천천히 이어나갑니다. 서기 약 550년부터 시작되는 시기는 한반도 3국이 각기 그 역사의 최종회로 들어가는 즈음의 시기로, 신라는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뒤 한동안의 전성기를 거쳐 진지왕-진평왕에 이르러 왕실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되는 시기이며, 고구려는 대제국 수나라를 살수에서 대파하여 그 위명을 사방에 떨쳤으나 쇠약해진 상태이고, 백제는 마를 캐어 팔던 서동이 왕위에 올라(장왕) 나라의 기틀을 새로 다져가는 시기입니다. 실제 그 시대에 태어나 역사 속을 살았던 용춘(김춘추의 아버지),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백제 장왕 부여장, 부여장의 부인 선화공주 등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들의 다음 세대인 김춘추, 김유신, 연개소문에 이르러 3국 통일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치달아 갑니다.
역사 소설의 재미로 반드시 필요한 인물 묘사 또한 소홀하지 않아 역사를 연표가 아닌 살아있는 인물들의 행위 자체로 만드는 힘 또한 소설은 가지고 있습니다. 김춘추가 오척 반의 땅딸막한 키에 떡 벌어진 체구, 두꺼운 입술로 그다지 호감 가는 미남형은 아니었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이든 허구이든 한 인물의 캐릭터를 보다 생생하게 되살려 멈춘 과거의 시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전장에서 흥분하는 젊은 장수들, 침착함과 패기가 맞부딪히며 빚어내는 여러 반전의 순간들을 역사 속에서 풀어내다 보니 이야기는 갈수록 생생하게 살아나고 인물들은 반짝반짝 빛을 발하게 됩니다.
역사라는 큰 흐름 속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을 수 있었던 점,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외양을 통해 역사에 생기를 부여한 점 외에 소설 『 삼한지 』를 빛내는 부분은 바로 외교 부문에 대한 풍부한 서술입니다. 살수에서 수나라 대군을 크게 물리치고도 끝까지 중국과 화친하며 남진 정책만을 추구했던 고구려의 외교적 입장이 내부의 남진파-북진파 갈등에서 어떻게 나타난 정책이었는지, 삼국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왜 끝내 수-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는지 등이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되는 부분들은 당시 동아시아 정세 전체를 관망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읽는 이의 눈 맛을 돋웁니다. 백제 장왕이 신라남부의 6성을 빼앗고도 더 진격하지 못한 것은 당태종 이세민의 교지 한 장 때문이었고, 신라가 고구려의 성을 빼앗고도 잽싸게 당에 교서를 올려 잃은 땅을 수복한 것이라 둘러침으로써 당의 양해를 얻는 장면 등은 당시에도 국제관계는 힘의 논리가 크게 작용했으며, 각 국가의 외교 입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긴박하고 치열하게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서술입니다. 소설은 이런 점에도 소홀하지 않아 삼국 통일의 역사를 보나 심도 있게 관찰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을 연기하고 있는 송일국(출처: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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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삼한지 』의 이러한 특징 외에도 눈에 띄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문체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최근의 간결하고 짧게 쓰는 논술형 글쓰기 유행에 반기를 들며, 한국어의 핵심은 천천히 길게 풀어 쓰는 맛에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실제 소설
『 삼한지 』에서 독자는 저자가 말하는 길게 풀어 쓰는 문체를 만날 수 있는데, 마치 판소리의 사설 한 자락이나 타령조를 듣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 1권을 접할 때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장터에서의 싸움박질 장면을 하릴없이 늘어지는 문체로 "~~하는데,", "~~하니" 하는 식으로 침을 삼켜가며 사설을 풀어가는 모습에 따라가기 벅찬 부분도 없지 않은데, 읽다 보면 어느새 그 문체에 익숙해져 술술 소설을 따라가게 됩니다. 긴박한 상황마저도 부드럽게 소화해 내는 타령조의 그 문체에 젖어 드는 재미 또한
『 삼한지 』가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을지문덕, 김유신과 같이 이른바 ‘S급’으로 분류되는 영웅들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게 포장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습니다. 을지문덕은 문무에 모두 뛰어나고 그 말과 행동에 있어 한치의 오차도 없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나중에는 백두산 아래에서 신선과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기까지 하는데, 지나친 인물에 대한 찬사는 오히려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사태 하나를 보고서도 서너 가지의 이유를 달아 미래를 꿰뚫는 듯한 내용은 사료 자체가 오래 전 이야기라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역사물로서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거기에 도술, 귀신 등의 요소들이 섞이면서 자못 판타지 소설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데, 이 점은 역사 소설에서 현실성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눈에 거슬릴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소설
『 삼한지 』는 역사소설로서의 본연을 놓치지 않습니다. 실제 삼국시대 연표에 서술된 사료 하나하나를 놓고 그 사이 사이의 빈 간격을 소설적 상상력으로 메워가며 이야기를 꿰어가는 능력이야말로 흩어진 구슬 서 말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역사 소설만의 능력이자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굳이 ‘우리 민족의 역사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민족주의적 전제가 아니더라도, 한반도에서 오래 전에 벌어졌던 옛 이야기가 좀더 피부로 와 닿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입니다. 공주성에 가서 장왕과 선화공주의 로맨스를 떠올려 보고, 지리산 자락에서 과거 치열했던 백제와 신라의 격전을 돌이켜볼 수 있는 것은 역사책의 연표로만은 불가능했던 일입니다. 역사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복잡한 사료와 알 수 없는 유적만이 아니라, 그 역사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후세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따뜻한 상상력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와의 이메일 인터뷰
채널예스는 지난 2006년 3월 개정판으로 출간, 새롭게 조명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 삼한지 』의 작가 김정산 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김정산 님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입니다. 성심 성의껏 인터뷰에 응하신 김정산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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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한지』 집필 동기에 대해 알려 주세요.
우리 역사, 우리 영웅들을 소재로 읽을 만한 대하역사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서양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이 자랑하는 역사 대작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대대로 읽히는 데 비해 정작 우리 고대사는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전공자가 아니면 잘 알 수조차 없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와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 사설조의 유장한 문체가 인상적인데, 이러한 문체로 작품을 쓰신 작가님의 의도는 무엇인가요?
문장이나 문체는 작가의 생명입니다. 작가의 우주관이나 세계관이 문장과 문체 속에 녹아있지요. 그래서 백 명이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결국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왕 우리 역사를 복원하는 김에 본래의 우리 문장과 말법도 복원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구전되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흔히 쓰던 사설조 가락, 물 흐르듯이 연결되는 우리 산문의 원형질을 되살려보고 싶었지요. 이런 문장을 얻으려고 오랫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삼한지 문체는 제가 이야기를 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게 역사물과 만나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것 같습니다.
| 『삼한지』의 작가 김정산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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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삼국시대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비해서 일반인에게 충분히 소개가 되지 않은 감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보다 삼국시대에 대하여 깊은 연구를 하셨을 텐데, 선생님이 보시기에 삼국 시대는 어떤 시대였습니까?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시대였습니다. 분쟁을 조정할 국제기구 같은 것도 없었고요. 지금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동족(同族)이란 개념도 있을 리 만무했지요. 오로지 군사력과 외교력으로 먹느냐, 먹히느냐의 절박한 상황이 수백 년간 지속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5백 년 역사의 가야제국은 신라에 흡수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요즘 시대와 매우 흡사합니다. 매일 전쟁을 치르듯이 사는 현대인의 생활모습과 패러다임이 묘하게도 삼국시대와 여러 면에서 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우리 나라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아마 대부분이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선생님은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그리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역사는 역사입니다. 그렇게 흘러온 기록이지요.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해서 기왕 흘러온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모두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 세웠던 똑같이 다 소중한 나라들입니다. 역사가 진행돼 온 과정에서 고구려와 백제는 왜 망했고, 신라는 어떻게 해서 통일을 했는가를 살펴보고 연구하는 것이 후손으로서 더 옳고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망한 나라엔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걸 간과하고 단순히 땅덩어리가 컸으니 고구려가 통일을 했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 생각엔 고구려가 만약 삼국을 통일했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중국의 변방이나 자치구로 살고 있지 않았겠나 싶지만 이 역시도 허무한 가정일 뿐입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위대했습니다. 세계사를 살펴보더라도 유럽이나 일본의 민족통일에 비해 1천년 이상 앞선 자랑스러운 쾌거지요. 지금 우리 민족을 만들어준 건 신라의 삼국통일입니다.
5. 특히 『 삼한지 』에서는 그동안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비중이 적게 다루어졌던 백제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제에 대하여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백제와 고구려에 대한 사료가 정말 부족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기록을 포함한 비교사(比較史)를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데, 중앙집권보다는 호족연합체의 성격이 강했던 것 같고, 영토가 한반도의 본국 말고도 중국과 왜, 동남아 등지로 나뉘어 있어서 자연히 해상강국으로 성장, 발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특유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고, 삼국 가운데 삶의 질이 가장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제 7백 년 역사는 누가 뭐래도 우리 역사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6. 참고 자료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작품의 근간이 된 참고 자료는 주로 어디서 얻으셨나요?
해당 문헌과 사료를 구할 수 있는 데까지 구해서 참고로 삼았지만 가장 의지한 자료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입니다. 특히 삼국사기는 고대사를 파악하는 데 보배 같은 책입니다. 일례로 1970년에 발굴된 무령왕릉과 삼국사기에 나오는 무령왕의 사망 날짜가 서기 523년 5월로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정확한 사료가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흔히 우리나라 역사가 5천 년이라고 하는데, 기록으로 전하는 건 2천년 정도입니다. 앞서 3천 년은 그야말로 신화요 미스터리지요. 그런데 그 2천 년도 삼국사기가 있어서 그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삼국사기가 없었다면 우리 고대사 전체가 미스터리에 빠질 뻔했습니다.
7. 작품을 쓰시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삼한지 내용의 대부분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차용한 역사적인 사실(史實)입니다. 팩트와 픽션의 비율이 7대 3, 어쩌면 8대 2쯤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에 치중하다 보니 사료와 사료 사이의 간극을 허구로 메울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시쳇말로 ‘소설을 쓸 때’가 가장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소설가가 소설을 쓸 때 어려웠다니 말해놓고 봐도 좀 우습군요.
8. 『 삼한지 』를 쓰시면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앞으로는 남의 나라 역사보다도 우리 역사를 재미있게 읽고, 또 이만한 역사가 있으니까 우리 조상, 우리 영웅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대한민국에 태어난 사실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5천 년 역사의 민족이란 사실만큼 우리에게 큰 자산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역사를 알면 오늘과 내일이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우리 민족은 보통 민족이 아닙니다. 외국 영웅들에 비해 열 배, 스무 배 더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영웅들의 행적을 알고 나면 훌륭한 아버지를 둔 자식들이 우쭐해지듯 매사에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9. 선생님께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중 어느 나라를 가장 좋아하시며, 삼국 시대에 등장한 인물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삼국 중에 어느 나라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고조부와 고조모 중에 누가 더 좋으냐는 질문과 같습니다. 세 나라 모두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 세운 나라들입니다. 그리고 제각기 독창적인 문화와 기질들이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 모두를 유산으로 물려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성 속에는 세 나라가 골고루 융해되어 있습니다. 더 좋고, 덜 좋은 나라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삼국의 장점 가운데 어떤 점을 본받고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편이 한결 이롭습니다. 우리도 이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편 가르기 역사가 아니라 포괄적인 상생(相生)의 역사관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영토에 연연하기보다는 정신의 계승에 더 주목할 필요도 있고요. 등장인물 모두에게 애착이 가지만 특히 존경하는 인물은 당시 강국인 당나라를 물리치고 실제로 삼국을 통일해서 오늘날의 우리 한민족을 만들어낸 문무왕입니다. 그 분이 한반도에 사는 모든 유민을 폭넓게 포용하는 대동단결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우리 민족은 중국에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상세한 내용은 삼한지에 다 나와 있습니다.
10. 삼국시대를 바라보며 현재의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지요. 역사적인 흥망성쇠에는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망국의 역사를 경계하고 흥한 나라의 정신과 제도를 본받는 것이야말로 유구한 역사가 최고의 자산인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역사는 유행처럼 돌고 돕니다. 삼국 가운데 가장 약체였던 신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 통일까지 완수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됩니다. 역사는 어느 시대에서든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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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산은 누구?
김정산은 1961년에 태어났다. 1993년 <경향신문>, <전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서 당선하였으며, 저술로는 장편소설 『박물관 제3전시장의 그림』, 『한국지』(전3권), 『나당대전』, 『김시득전』, 『칼날 위의 길을 가다』(전2권)와 단편소설 『수지』, 『북새풍』, 『화엄의 나날』등이 있다.
소설 『 삼한지 』는 어떤 책?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통일 시대를 다룬 소설
『 삼한지 』는 우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 중 하나인 580년대, 부족국가 시대를 마감하고 중앙집권 체제로 들어선 삼국이 서로 대립과 경쟁 속에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시기를 시작으로 하여 신라가 나당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통일을 완성하는 676년까지 약 100년간의 역사를 박진감 있게 재구성한 대하소설이다.
중국 대륙을 위협하며 요동 지역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군림했던 고구려의 호방하고 활달한 기상을 잘 살려냈고, 백제와 고구려의 잦은 침범과 내란 등으로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놓여 있던 신라가 삼한 통일의 숙원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렸다. 또한 고구려와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가 미미했던 백제의 영광을 훌륭하게 되살려냄으로써 동아시아의 군사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던 백제의 성쇠를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