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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단편들로 엮어가는 사랑 이야기

끝없는 기다림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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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던 인류에게 비행이 아름답고 영원한 꿈이었듯이, 시간 여행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 꿈꾸기만 해야 하는 상상 속 영역입니다. 인간의 존재를 둘러싼 두 개의 거대한 축인 시간과 공간 중 공간의 제약은 날이 갈수록 풀리고 있지만, 시간은 아직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은 달콤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나의 실수를 고치고, 미래로 가서 나의 앞날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그 시간여행 자체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일 텐데, 만약 시간여행을 통해 사랑을 만난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오늘 소개하는 책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바로 그러합니다. 주인공인 헨리는 ‘시간장애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유전병을 앓고 있는데, 이 때문에 헨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적으로 격해지면 자신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과거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그의 몸만 훌렁 날아가 버리는 통에 그는 안경도 쓰지 못하며, 심지어는 치아에 때운 아말감도 그가 사라진 자리에 덩그러니 남습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맨몸 하나로 낯선 시공간에 떨어지는 헨리는 살아남기 위해 소매치기와 폭력, 달리기를 연습하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 자신의 삶 속에서 삶의 방향성을 잃은 채 흔들립니다. 그러던 그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삶의 희망적 가닥을 잡습니다. 시간여행 중에 만난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 클레어는 맨몸으로 초원 구석에서 토하고 있는 헨리를 발견하고는 처음에는 의아해 하지만, 곧 어린아이의 순진함으로 헨리의 진정성을 믿어주는 유일한 동반자가 됩니다. 헨리는 수차례의 시간여행을 통해 클레어가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클레어의 성장 과정에 가끔씩 등장하면서 그녀의 친구이자 보호자 노릇을 합니다. 대초원에 사는 꿈 많은 소녀 클레어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헨리에게 동경을 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개념도 매력적이지만,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헨리의 박식함과 현명함에도 흠뻑 빠져듭니다. 소녀기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매력적인 클레어에게는 수많은 남자 아이들이 접근하지만, 클레어는 자신의 ‘미래 남편’, 헨리를 향해 일편단심입니다. 헨리와 함께 체스를 두고, 헨리와 함께 책을 읽고, 헨리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행복입니다. 막상 두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이 소설의 시작입니다. 클레어는 헨리가 일하는 도서관으로 찾아가지만, 헨리는 클레어가 누군지 모릅니다! (헨리가 시간여행을 통해 클레어의 과거와 만나게 되는 나이는 헨리가 현실에서 클레어를 만난 이후입니다.) 영문을 모르는 헨리를 데리고 나와 같이 데이트를 하는 클레어가 헨리에게 헨리의 미래를 이야기해줄 정도입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연인의 어린 시절부터의 모습을 모두 곁에서 지켜본다는 개념은 일반적인 로맨스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는 감동을 줍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문학에서 애틋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로맨스 소설들은 두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는 다양한 장치를 도입합니다. 유학, 죽음, 여행, 다른 이와의 결혼, 이민 등등.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거리 두기가 공간에 기반을 둔 반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는 그 거리를 ‘시간’으로 둡니다. 게다가 그 시간이란 아예 두 사람의 삶과 동떨어진 데가 아닌, 그들의 과거나 미래입니다. 클레어는 헨리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그의 잠옷만 남은 채 헨리는 사라집니다. 클레어는 자신이 절대 닿을 수 없는 어느 곳으로 날아간 헨리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고요. 게다가 헨리가 떠난 그 과거나 미래란 대부분 클레어와 연관 있는 그 무엇입니다. 시간여행에서 돌아온 헨리는 마치 꿈이라도 꾼 듯 클레어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열여섯 살 때 생일 파티에 다녀왔어.” “그래? 그때 내가 당신을 엄청 유혹하려 들었는데.” “응. 그 유혹을 참아내느라 나도 힘들었지. 하지만, 당신은 아직 소녀였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은 클레어입니다. (특히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왜 주인공이 클레어야만 하는지가 드러납니다.) 클레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봅시다. 걸핏하면 사라지는 남자의 곁에서 그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클레어는 끊임없이 헨리를 기다립니다. 그녀의 기다림은 두 종류인데, 현실에서의 헨리를 만나기 이전과 헨리를 만난 이후입니다. 헨리를 만나기 전의 클레어는 헨리의 방문이 즐겁습니다. 곁에 없던 사람이 잠시 나타나 자기 옆에 있어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클레어는 즐거운 마음으로 헨리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과거의 클레어가 헨리를 만나는 바로 그 시점은 현재의 클레어에겐 헨리가 없는 시간이 됩니다. 현재의 클레어는 여전히 헨리를 기다리지만, 이번의 기다림은 곁에 있던 사람이 먼 시간대로 떠나버린 빈자리를 채워주기를 기다리는 경우입니다. 평생을 두 종류의 기다림 속에 살아가는 클레어의 감정이야말로 이 소설의 핵심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두 사람의 시점을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한 챕터는 실제 연대와 두 사람의 나이(어떤 때는 헨리가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서 헨리가 두 사람일 때도 있습니다만)를 기술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헨리의 시점에서, 때로는 클레어의 시점에서 번갈아 상황을 서술해 나갑니다. 시간이 분절되어 자칫하면 그 흐름을 제대로 꿰어가기 어려운 독특한 내용이기에 이 같은 서술은 전체 이야기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일 뿐 아니라, 시간여행이라는 장애물 속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감정에 독자가 더욱 깊이 관여할 수 있는 동기이기도 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두 사람의 가장 큰 걱정은 결혼식 중에 헨리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고, (결국, 헨리는 식장에서 사라집니다만) 아이를 낳는 데도 두 사람은 아이가 혹시나 헨리의 유전적 특질을 이어받지나 않을까 고민합니다. 흘러가는 시간대로가 아닌 분절된 시간 속을 살아가는 이들 두 연인의 이야기는 심지어 헨리가 자신의 죽는 날을 알게 되는 단계에 이르면서 점점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외에도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은 적지 않습니다. 한국영화 <동감>이나 <시월애>도 같은 소재를 가지고 사랑 이야기를 펼쳤던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다른 시간여행 로맨스와는 다른 느낌의 여운을 남깁니다. 다른 경우의 시간여행은 자신의 의지로 출발이 가능하고 과거의 상황 속에 주인공이 개입하려 드는 모습을 보이지만 헨리와 클레어에게 시간여행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상황인데다가 스스로의 운명에 개입할 수 없는 개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돌발적인 만남과 헤어짐, 어찌할 수 없는 사랑과 운명 속에 조금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특이한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사랑의 애틋함을 아는 모든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감동과 눈물을 선사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앨범을 뒤적이다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새로운 추억과 회상을 만드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과거의 한순간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 것도 뒤섞이면 이처럼 사람 마음을 흔드는데, 일생 전체가 조각조각 난 시간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추억덩어리인 사람이라면, 아니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채 자신의 곁에 선 사람을 다섯 살 때 처음 만나 평생토록 사랑하며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나마 지금 글을 쓰는 제 시간이 일직선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하면서, 헨리가 자신의 일생을 한 마디로 표현한 책 속 한 마디를 던지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클레어 : 여기, 언제 한번 와본 것 같지 않아요? 데자뷰 같아요. 헨리 : 내 인생은 언제나 데자뷰의 모음일 뿐이었어.」 *데자뷰 : 기시감(旣視感).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이미 경험하거나 본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일. ---------------------------------------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어떤 책? 클레어와 헨리가 처음 만났을 때 클레어는 여섯 살, 헨리는 서른여섯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클레어는 스물둘, 헨리는 서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헨리는 시간 일탈 장애를 앓고 있다. 머물던 장소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사라져, 과거 또는 미래의 중요한 장소로 끌려 다니는 '장애'다. 이는 곧 사랑하는 사람과의 반복적인 이별을 뜻한다. 매번 홀로 남겨지는 클레어는, 지독한 그리움을 견디며 언젠가 또 다시 만나게 될 헨리를 기다린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였지만, SF 소설이 아니다. 사랑을 말하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다. 헨리는 현재 자신과 결혼한 클레어가 성장할 때까지 여러 번 찾아가 만나게 되고, 클레어는 언제 오고 갈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평범한 일자리도 갖고 아이를 낳는 등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만, 그들의 눈물겨운 시도는 두 사람이 막을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시간 여행에 늘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책은 헨리와 클레어의 시점을 번갈아 제시하며, 언제나 뒤에 남겨져야 하는 클레어의 그리움, 현실에 발을 딛고 살고자 하는 몸부림, 두 사람의 삶이 낳는 좌절,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사랑과 믿음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2003년,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되어 현재까지 450만부의 판매를 기록하였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Amazon.com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이래 지금까지도 계속 베스트셀러 대열을 유지하고 있는 책. 뉴욕타임즈,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구스 반 산트 감독이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 저자 오드리 니페네거는 누구?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1985년에 순수미술 학사 학위를, 1991년에는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컬럼비아 칼리지 부설 ‘책과 종이 예술을 위한 시카고 센터’에서 글쓰기와 활판 인쇄, 고급장정의 책 제작을 가르치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뛰어난 작가이자 판화작가로서 보겔스타인 재단에서 수여하는 예술인 장려금 및, 유니언 리그 시립 예술재단에서 수여하는 유니언 리그 예술 장학금,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수여하는 조지 D.와 이사벨라 A. 브라운 여행 장학금을 받았으며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열린 단체전을 비롯, 시카고 현대미술관, 시카고 문화 센터, 스퍼투스 박물관에서 전시회 개최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지은이의 첫 소설로 시카고 소재 인쇄예술품 갤러리에 지은이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현재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영화로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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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던 곳에서 갑자기 사라져 과거 또는 미래의 중요한 장소로 끌려 다니는 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와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리곤 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의 사랑을 그린 소설. 사랑하는 사람과의 반복적인 이별, 남겨지는 쪽의 지독한 상실감, 다다를 수 없는 시간을 향한 막막한 심정 등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사랑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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