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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요리책도 책이다, 실용적이고 재밌는 레시피북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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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요리를 잘 안 하는 사람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두 주먹 꽉 쥐고 보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순간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아요. 그럴 때 펴보면 좋을 요리책 다섯 권을 소개합니다.

평소 요리를 잘 안 하는 사람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두 주먹 꽉 쥐고 보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순간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아요. 그럴 때 펴보면 좋을 요리책 다섯 권을 소개합니다.    


『밥 챙겨 먹어요, 행복하세요』

마포농수산쎈타 저 | 세미콜론  

요리는 생존의 문제이다. 41건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 살면서 요리해 먹는 일이 적은 사람은 식단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건강에 유익한 음식 섭취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일주일에 5번 이상 직접 요리하는 사람은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10년 뒤에도 생존할 확률이 41%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생존의 문제를 뛰어넘어 요리를 삶의 행복으로 만들어준다. “이걸 누가 못해?” 싶을 만큼 쉽고 간단한 레시피가 많다. 그러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순두부 열라면을 요리할 때 포장된 순두부를 씻는 이유까지 알려준다. 읽다보면 요알못도 요리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참고로, 비밀에 가려진 저자 마포농수산쎈타를 만나서 밥과 술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이라면 후속작 『밥 챙겨 먹어요, 오늘도 행복하세요』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요리는 감이여』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주미자, 이유자 저 | 창비교육

이것은 쇼가 아니다. 충청도 할매 51명이 한 자 한 자 손글씨로 써내려간 진짜 요리책이다. 글과 그림을 그저 보고만 있어도 할머니 손맛이 느껴진다. 레시피에 분량은 없다. 미역을 담궈서 조물조물 주물러 빤다. 소고기를 넣고 기름을 넣어 볶는다. 미역을 넣고 볶는다. 물 붓고 끓인다. 왜냐고? 요리는 감이니까. TV에서 하는 거 보고 따라하면 어렵기만 하고 맛이 없다며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감으로 하는 요리, 하지만 “먹으믄 기가 맥힌” 엄마의 요리. 웃음 짓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다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마저 다지게 된다. 요리법과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그림은 청소년들이 할머니 모습을 꼼꼼히 살펴 그린 것이다. 그림과 책 구성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면 후속작으로 『맛나라 이웃나라』도 살펴보시길. 22명의 이주민과 39명의 청소년이 만나 만든 레시피북이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줄리언 반스 저/공진호 역 | 다산책방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 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작가 줄리언 반스는 요리책에 대한 어떤 까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중간 크기의 양파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는지 과다한 비계는 잘라내라는 말에서 ‘과다’란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진지한 고민에 빠지는 반스가 ‘요리는 감이여’를 읽으면 아마 까무러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개성이 부풀려지는 요리사들을 신뢰하지 않는 저자라니 이거 믿을 만하다. 반스가 요리책에 대해 투덜대는 모습에서 낄낄 웃으며 공감하게 된다. 그동안 요리책을 수집하기만 하고 읽지 못해 죄책감을 느껴온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요리는 삶에 작은 좌절을 주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기쁨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다시 끄집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다. 

  

『소금 지방 산 열』 

사민 노스랏 저/웬디 맥노튼, 황의정 그림/제효영 역 | 세미콜론

요리에 재미를 느껴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피해갈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요리책 타이틀이다. 요리사이면서 푸드라이터인 사민 노스랏은 동일 제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직접 출연하여 이야기를 이어간다. 책을 곁에 두고 보면 시리즈를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 보고 비평을 찾아보면 더 재미난 것과 마찬가지다. 소금, 지방, 산, 열 없이 훌륭한 요리란 불가능하며 “요리는 사용된 지방만큼만 맛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제 응용을 위해,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왜 그런지 확인하기 위해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그림이 예쁘고 실용적이다. 앨리스 워터스의 그 유명한 레스토랑 ‘셰 파니스’에서 요리사로 일한 사민 노스랏의 경험이 녹아있는 레시피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요리사 요리책을 말하다』

배재환 저 | 도림북스

아직 요리책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먼저 『요리사, 요리책을 말하다』 부터 살펴보자. FABIO라는 블로그 필명으로 유명한 저자 배제환은 요리책이라면 누구보다 더 진심인 사람이다. 요리사, 프랜차이즈 본사 메뉴 개발자, 외식업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경력에도 눈이 가지만 그가 실제로 수많은(정말 무수히 많은) 요리책을 실제로 소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번역서도 여러 권 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그렇다고 단순히 요리책만 소개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요리과학과 실무에 대한 다양한 팁이 한가득이다. 요리를 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훌륭한 지침서이지만 방송에 비취지는 것 이면의 실제 요리사의 삶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전문가 10인의 인터뷰는 나 같은 푸드라이터에게는 특히 소중한 기록물이다.  


*필자 |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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