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나의 길 - 뮤지컬 <해적>
언제든지 꿈을 꾸는 사람
낯선 이야기가 아닌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낯 익은 인생 이야기를 보여준다. (2019. 11. 20)
모험과 낭만의 사람들
“배를 타고 다니면서 다른 배나 해안 지방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는 강도”. 포털 사이트 국어사전에 해적, 이라는 단어를 쳤을 때 가장 먼저 검색되는 뜻이다. 습격, 빼앗다, 강도라는 단어를 듣기 전에도 사실 해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드는 느낌은 누구나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무섭고, 두려운 위협적인 존재. 피도 눈물도 없이 물건을 약탈하는,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존재. 하지만 뮤지컬 <해적>에서 그려내는 해적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강한 모습 뒤에 감춰 져있던 허당미(?)를 시작으로,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짠하고, 조금은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 <해적>은 무시무시한 ‘괴물’ 이라 생각했던 이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며, 그들이 가졌던 꿈과 그들이 해온 모험에 대해 흥미 진진하게 풀어낸다.
연약하고 가련한 소년미를 뽐내는 17살 루이스는 해적이었던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해적들이 드나드는 항구마을에서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항해일지에 적혀있던 용감한 해적, 캡틴 잭이 루이스를 찾아오고, 아버지가 유품으로 보물섬의 지도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해적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던 루이스는 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께 보물섬을 찾는 항해를 떠난다. 결말을 알 수 없는 둘의 항해에 명사수 앤, 검투사 메리가 함께 하면서 그들의 해적생활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뮤지컬 <해적>은 이희준 작가, 박정아 작곡가 등 독창적인 창작 뮤지컬을 선보여 온 탄탄한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남성 캐릭터인 잭, 루이스 여성 캐릭터인 앤과 메리와 그 외 다른 배역들을 2명의 배우가 모두 소화하며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초연 당시 화제가 되었던 젠더프리 캐스팅은 이번에도 동일하게 진행하며, 뮤지컬 계 흐르고 있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이어 간다. <해적>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18세기 해적의 황금시대, 카리브 해 해역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존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등에서 따왔다. 작품은 이처럼 실제 인물 위로 상상력을 더해 각각의 캐릭터에 서사성을 입혀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 시켰다.
열 일곱 소년이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항해는 역시나 예상과 다르게 험난하고 거칠다. 어느 날은 평화롭고 잔잔한 파도를 보여주다가도 어느 날은 거친 태풍이 밀려오는 바다처럼, 소년은 그 바다 위에서 이어지는 항해 속에서 행복을 느끼다가도 때론 예상치 못한 시련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며 인생에 대해 배워나간다. 그리고 캡틴 잭은, 겉 보기엔 허세만 가득한 속 빈 강정 같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 가득한 낭만주의자로서, 소년을 보호하는 ‘어른’으로서 그의 곁에서 함께 한다. 뮤지컬 <해적>은 결국, 거칠고 날 선 이들의 낯선 이야기가 아닌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낯 익은 인생 이야기를 보여준다.
다소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하고,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간 다룬 적 없던 ‘해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톡톡 튀는 상상력과 신선한 시도만으로도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선을 이어주는 다채로운 넘버들 또한 또 다른 매력으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항해를 통해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해적> 은 12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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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