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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 강하늘 등 군인 배우 총출동,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객석의 열기는 어떨까
언젠가 들었고 배웠다고 해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군인을 비롯해 나라를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고 살잖아. 그런 차원에서 잘 기획한 작품이야. (2019. 03. 13)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올랐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부터 1920년까지 약 3,500명의 독립투사를 배출한 교육기관으로, 무대는 경술국치 전후 일제에 항거하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지난해 제70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육군에서 기획하고 ㈜쇼노트에서 제작한 창작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는 초연 당시 서울을 포함한 전국 12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군 복무 중인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더욱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온 재연 무대, 객석의 열기는 어떨까? 객석에서 들었던, 혹은 들릴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1층 G열 13번 : 이렇게까지 뜨거운 환호는 오랜만에 들어보는데? 커튼콜 때 박수와 함성이 폭풍우처럼 몰려오잖아. 공연보다 관객들 반응이 더 재밌는 것 같아(웃음).
1층 G열 14번 : 그러게, 애드리브인지 아닌지 모를 지창욱과 강하늘의 쫀쫀한 호흡 앞에서 관객들이 정신을 잃네(웃음). 사실 이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는 게 쉽지 않지. 초연 때 지창욱, 강하늘, 김성규(인피니트)만으로도 전국을 휩쓸었는데, 올해는 고은성, 조권, 이진기(샤이니 온유)까지 합세한 거잖아. 군인의 신분이 아니라면 결코 한 작품에서 보기 힘들다고.
1층 G열 13번 : 배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이나 무대도 초연보다는 보강된 모습이야. 음악이나 안무도 탄탄해진 것 같고, 공연장이 달라져서인지 기존 무대 프레임이나 회전무대도 바뀌었네. 조명이나 의상도 보완됐고. 그런데 육군에서 뮤지컬도 만든다는 건 <신흥무관학교> 를 통해 처음 알았어.
1층 G열 14번 : 작품이 몇 편 있어. 지난 2008년 제6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제작한 <MINE>부터 2010년 <생명의 항해>, 2012년 <The Promise> 등이 있는데, <MINE>은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생명의 항해>는 흥남철수작전, <The Promise>는 6.25전쟁 때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어. 당시 군 복무 중이던 강타, 양동근, 이준기, 주지훈, 김다현, 이특, 지현우, 김무열 씨 외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장병들이 출연했고.
1층 G열 13번 : 확실한 취지가 있구나. 작품에 참여하는 이른바 연예인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군인들, 공연을 관람하는 장병들과 관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무대인 것 같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이 자연스레 생기고, 관객들도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말이야. 실제로 공연 중에도 중간 중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라. 처음에는 스타 캐스팅에 끌렸던 관객들도 많은 생각을 안고 돌아가지 않을까. 부끄럽지만, 난 솔직히 ‘신흥무관학교’의 존재도 몰랐거든.
1층 G열 14번 : 언젠가 들었고 배웠다고 해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군인을 비롯해 나라를 지키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고 살잖아. 그런 차원에서 잘 기획한 작품이야.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을 상실하자 이회영 6형제와 이상룡, 김동삼, 이동녕 선생 등이 1911년 서간도 지린성에 학교를 세웠는데, 새로 나라를 일으키자는 뜻에서 ‘신흥(新興)강습소’라 불렀다고 해. 군사훈련과 함께 국어, 국사, 지리 등을 교육했고, 이후 신흥중학을 거쳐 ‘신흥무관학교’로 발전했지. 일제와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1920년 8월 폐교됐지만, 10년간 3천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들이 당시 항일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다고.
1층 G열 13번 : 그러게. 작품에서도 청산리 전투를 필두로 의열단, 광복군 활동 등이 묘사되던데, 그 장면이 가장 뭉클하더라. 수업 중 뽑힌 가장 뛰어난 학생이 결국은 독립투쟁의 현장에 목숨을 바치러 가잖아. 세상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고, 만나면 마냥 웃고 떠드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스무 살 안팎 청년들의 모습은 비슷할 텐데, 그들은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으며 투사가 된 거지. 내가 그 시절에 살았다면,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돼.
1층 G열 14번 : 국권 피탈에 항거해 자결한 유생의 아들 동규, 이회영이 거둬 키운 지식은 얕지만 착한 팔도, 대한제국 부대 주둔지에 살던 나팔, 마적단의 손에 자라 독립군을 돕는 혜란 등의 등장인물도 출신과 환경은 다르지만 그 시대를 살던 다양한 청년들을 상징하는 거겠지. 청년들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겪은 모두가 고민하고 고통 받았고,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난 이회영 부부를 연기한 김성기, 오진영의 연기가 참 좋더라. 김성기 씨의 코믹한 연기는 정평이 나 있지만, 무겁고 암울할 수 있는 극에 가볍지 않은 산뜻함을 줬다고 할까? 실제로 이회영 일가가 독립운동을 위해 처분한 재산이 당시 돈으로 40만 원,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00억 원이라고 하잖아. 이회영 선생은 일본 경찰에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숨지고, 이은숙 여사는 귀국 후에도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떠오른다.
1층 G열 13번 : 맞아. 그리고 초연 제작발표회 때 김성규 씨가 이등병이었잖아. 상병인 지창욱, 강하늘 씨보다 계급이 낮지만 극 중에서는 광복군 총사령관인 지청천 역을 맡는다고 했는데, 지청천은 체계적인 군사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만주로 탈출해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인물이라고 해.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거쳐 광복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무장 독립 운동사를 대표하는 인물이더군.
1층 G열 14번 :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하다. 당시 한반도에는 분명히 신분, 남녀의 구분이 있었잖아. 그런데 나라를 되찾으려는 열망 앞에서는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았네. 그런 모습을 작품에 잘 녹여냈고, 무겁고 암울하기만 할 것 같은 분위기도 청년들의 푸르름으로 잘 버무리고 말이야. 다만 앙상블이 다 군인이어서 그런지 무술을 제외한 안무는 어색한 부분이 있더라.
1층 G열 13번 : 고종도 너무 어리고. 그런데 초연 멤버로 보자고 다른 캐스팅은 확인하지 않고 ‘지창욱-강하늘-김성규’만 보고 왔잖아. 세 사람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교관’이 독보적인 거야. 강렬한 눈빛, 남다른 몸짓에서 눈을 못 떼다 ‘도대체 누구지?’라는 마음으로 캐스팅 보드를 확인했더니 이재균이더라고!
1층 G열 14번 : 그러게. 이재균 씨 인터뷰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입대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이재균이 살그머니 이름을 올릴 정도면 <신흥무관학교> 캐스팅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겠지(웃음)?!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