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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단면과 아픔을 노래하는 제임스 베이
제임스 베이 - 『Electric Light』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데뷔작 스타일과 요즘 인기 있는 음악 장르를 모두 모아 묶어낸 건 음악성보다는 상업성, 대중성을 노린 야망 때문이다. (2018. 08. 29)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를 트렌디하게 자르고, 페도라를 벗은 채 돌아온 신보는 지난 정규 1집 < Chaos and Calm >이 지닌 잔잔한 감정적 파고보다는 사랑의 단면과 아픔을 주로 다룬다. 그것도 늘 어깨에 메고 있을 것만 같던 기타보다는 전자음으로, 때로는 진한 신시사이저로, 또 때로는 볼륨감 있는 키보드를 통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좀 더 화려해졌다. M83, MGMT가 표방하는 복고를 나름대로 재해석한 'Pink Lemonade'는 작년 원 디렉션의 멤버 해리 스타일스가 솔로 앨범을 통해 선보인 것처럼 리드미컬한 전개와 리듬감이 돋보이고, 타이틀 'Wild love'는 전에 없던 짙은 신시사이저와 '너에게 거친 사랑을 주고 싶어'라는 매혹적인 가사로 무장했다. 심지어 'Stand up'에서는 목소리에 전자음을 입히기까지 했다. 이는 피아노, 관악기 등이 어우러져 재즈의 자유로움을 내포함 'In my head'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작품과 비슷한 줄기의 'Us', 'Just for tonight', 'Slide' 등 몇 곡을 제외하고 소포모어는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Rabbit heart'를 닮아 주술적인 선율과 돌출된 베이스라인이 두드러지는 'Wanderlust'와 'Wasted on each other'는 블루지한 기타 연주에 덧댄 팔세토 보컬과 얇은 여러 겹의 코러스가 자극적인 인상을 주입한다. 이는 수록곡 'Us'에서도, 프랭크 오션이 생각나는 'Fade out'에서도, 'Just for tonight'에서도 마찬가지다. 즉, 앨범은 노래 하나 하나의 압력을 높이기 위해 묵직한 훅과 중첩된 코러스를 곳곳에 배치한다.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데뷔작 스타일과 요즘 인기 있는 음악 장르를 모두 모아 묶어낸 건 음악성보다는 상업성, 대중성을 노린 야망 때문이 아닐까. 잘 들리지 않는 남녀의 대화 소리를 담은 'Intro', 'Interlude'는 뚜렷한 목적 없이 수록되어 음반의 얼개를 흐리고, 스토리 없이 에너지만 응축한 개별 곡들은 과거의 제임스 베이를 찾게 할 뿐이다. 떼어놓고 싱글로 발매됐었다면 신선한 변화였을 수 있겠지만 묶어보니 지나치게 흔해졌다. 긴 머리에 페도라를 쓰고 수준급 보컬 운용으로 저만의 정체성을 보여줬던 그가 사라진 음반.
관련태그: 제임스 베이, Electric Light , Wild love, Rabbit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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