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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욱진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여전히 풋풋하면서도 성숙한 배우 정욱진
다채로운 모습과 색깔을 꺼내 보일 수 있는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월요일 오전은 배우를 만날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때가 아닐까 합니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 게다가 배우들에게 오전은 매우 이른 아침에 해당하니까요. 그런데 월요일 오전에 한 배우를 만났습니다. 공연장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함께 얘기를 나눌 작품은 2000년대 많은 인기를 얻었다 6년 만에 다시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 어쩐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군요. 기자는 오래 전에 봤던 공연이 잘 기억나지 않고, 배우는 이번에 처음 연기하는 작품이고, 인터뷰할 배우는 정욱진 씨거든요(웃음).
“이런 결의 작품은 최근에 만나지 못해서 배우로서 끌리더라고요. 색다른 경험이라서 그런지 어렵다기보다는 재밌어요. 라이선스에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공연됐던 작품이라 지금 공연 3주 남았는데 드물게 안정적이고,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커요.”
첫 만남부터 연애, 결혼, 육아, 황혼에 이르는 과정을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아이러브유>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형식의 노래와 춤, 코미디 스케치 등으로 엮어내는 레뷔 뮤지컬로 유명한데요. 무대에서는 19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이야기마다 같은 인물도 아니고 연령도 달라서 무대에 오르는 4명의 배우는 모두 60여 개의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죠.
“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맡은 ‘남자1’만 해도 국적이 중국인, 미국인, 한국인... 나이도 초반에는 20~30대인데 마지막에는 60대거든요. 보통은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데 이 작품은 에피소드마다 전혀 다른 인물, 이야기들이 나오면서도 결과적으로 처음과 끝이 연관돼 있어요. 그리고 음악의 힘이 큰데, 본격적인 드라마 연습 전에 음악 연습을 상당히 오래, 디테일하게 했어요. 오루피나 연출님도 음악대로 움직이다 보면 동선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하셨거든요. 에피소드 속에 대사의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도 정확한 타이밍과 호흡이 있어서 무엇보다 배우들 간의 호흡과 약속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 배우가 연기할 캐릭터가 10여 개에, 대부분 트리플 캐스팅이라 그 호흡과 약속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무대에 서면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러브유>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정말 잘 짜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워낙 극이 탄탄하고, 또 국내에서도 오래 공연 됐던 작품이라 많이 다듬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하면 배우가 바뀐다고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옷 갈아입는 건 많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19개의 에피소드에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하니까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보다 무대 뒤에서 의상과 분장을 바꾸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고. 의상 봐주시는 분들과 손발이 맞아야 하니까 따로 연습할 정도래요.”
이번에 참여하는 배우들 중에는 정욱진 씨가 가장 어리지 않나요? 연기하기에는 작품 초반이 편하겠네요.
“아니죠! 안은진 배우가 가장 어리고, 이정화 배우와 동갑이에요. 아, 두 번째로 어리네요(웃음). 연기하기는 초반이 편한데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연기하는 게 더 재밌어요. 배우로서 또래 연기는 많이 했고, 그래서 결혼 이후 연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연습실 분위기는 굉장히 재밌을 것 같습니다.
“네, 연습실 분위기는 아주 즐거워요. 특히 ‘남자1’을 함께 연기하는 (김)찬호 형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부터 계속 보고 있는데, 처음에는 인상도 강하고 학교 선배기도 해서 무서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굉장히 순수하고 착하고 재밌으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웃기고 아이디어가 넘쳐요. (이)충주 형은 저희가 ‘뮤지컬 <아이러브유>를 통한 이충주의 재발견’이라고 얘기하는데, 초반에 음악 연습하다 ‘나는 코미디 하면 안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2주 전부터 뭔가 깨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진지한 사람이 웃기면 더 재밌잖아요, 얼마나 웃긴지. 저희끼리는 이 역할의 에이스라고 해요(웃음).”
두 분은 정욱진 씨를 어떻게 얘기 하나요?
“저야 뭐(웃음). 사실 저에게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해요. 고향이 여수인데 어렸을 때부터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지방에 계신 선생님들은 캐릭터가 정말 다양해서 제 안에 차곡차곡 쌓아뒀죠. 그래서 <아이러브유>가 정말 재밌어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이더라도 제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꺼내 보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에게 다양한 색깔이 있다고 생각되는 게 저를 평소에 아는 분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처음 보면 ‘서울사람 같다, 강남사람 같다, 굉장히 댄디하다, 아이돌 같다’고도 하시거든요(웃음).”
여수사람 같은데요, 사투리도 쓰시고(웃음).
“입 다물고 차려 입고 있으면 다르게 봐요(웃음). 이지나 연출님을 <더 데빌>에서 처음 뵀는데, 연출님도 속으셨잖아요.”
무슨 얘기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그럼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 중에 정욱진 씨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요. 그건 거의 제 자신이에요. 저는 기분이 좋으면 강아지처럼 굴다가도 또 한편으로 깊게 가라앉을 때가 있거든요. 성장기를 어떻게 보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16살 때까지는 강아지처럼 행복하게 지내다 사춘기 때 허리를 다쳐서 2년 정도 정말 고생하고 상처도 많았어요. 2년을 힘들게 보내면서 극과 극의 감성을 맛보다 보니까 과거에는 없던 차분함을 탑재하게 된 것 같아요.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저랑 어울리고 감성적으로도 맞았다고 생각해요. 앞부분에서 행복한 감정을 최대한 끌어낸 다음에 마지막에는 깊은 감성을 쓸 수 있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짧은 기간에 정말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셨네요?
“누구나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로 작업할 때 연습과정은 편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연기하는 재미는 더 있어요. 작년에 극단산과 처음으로 <선물>이라는 연극을 했는데, 뇌병변장애인 역할이었어요. 뮤지컬 <트레이스 유>에서는 마치 아이돌처럼. 지금 제 모습은 무대 어디에도 없는 거죠. 어떤 팬분이 편지에 ‘직장인들은 보통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제 공연을 챙겨보면서 자신도 같이 모험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공연 캐스팅에 제 이름이 떴을 때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아 걱정하다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도전하는 것 같다고요. 덕분에 연기적인 스펙트럼도 더 넓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아이러브유> 캐스팅 된 걸 보면서도 ‘정욱진 배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작품으로 오래 전에 남경주, 김영주 씨를 인터뷰했고, 정성화, 김경선 씨도 인터뷰 중에 <아이러브유>를 언급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이번에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도 쟁쟁하고요.
“제작사가 저를 잘 모르고 오해하신 거겠죠(웃음). 맞아요, 제작사도 <아이러브유>에 대한 프라이드가 크고, 기존에 참여하셨던 배우분들도 대단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작사에서도 딱 맞는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해서 잘 되는 것도 좋겠지만, ‘얘가 이게 가능할까?’ 의심하면서 만들어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 해내면 관객들도 더 재밌게 봐주실 테고요.”
20대가 한 달 남았죠? 뮤지컬 <아이러브유>와 함께 나이 앞자리가 바뀔 텐데, 워낙 열심히, 또 즐겁게 작품 활동 하셔서 20대에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하고 싶은 작품 하면서 열심히 살아서 크게 아쉽지는 않아요. 다이어리 쓰는 걸 좋아하는데, 벌써 2018년 다이어리를 구해서 쓰고 있거든요. 나이 드는 게 두렵지는 않아요. 풋풋함은 어쩔 수 없이 사라지겠지만 다른 것들이 또 쌓일 테고, 제 안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드라마나 영화는 가장 잘 찍힌 화면을 사용하지만 공연은 그날그날 수많은 복합적인 것들이 더해져서 결과물이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30대에는 야구로 치면 타율을 좀 올리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웃음).”
인터뷰 전 우려와 달리 기사가 나름 깔끔하게 나왔죠? 웬걸요, 무려 100분간 나눈 이야기랍니다.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월요일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말이죠(웃음). 그리고도 정욱진 씨는 인터뷰와 관련된 장문의 메시지를 추가로 보내왔습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정욱진 씨는 인터뷰로 2년 만에 만나는데, 여전히 풋풋하면서도 그때보다는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는 걸 보니 많이 성숙해진 것 같네요. 정욱진의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과 색깔을 꺼내 보일 수 있는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12월 14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됩니다. 트렌드에 맞게 바뀐 내용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선사하는 풍성한 선율, 그리고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기대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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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