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당신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입니까

이런 책도 나온단 말이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서점 여기 저기를 누비다 보면 독자들은 책에서 교훈과 감동만을 찾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책은 인류의 지혜를 담아서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만 있던 게 아니다.

귤까기아트_이미지.JPG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서점에까지 찾아와 책에 관한 글을 읽고 있으니 지극히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과연 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옛 어른들의 좋은 말씀만 모아놓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책일까? 아니면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필독서 100선, 올해의 책 24권과 같이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어야만 책일까?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은 넓고, 사람들이 책으로 읽고 싶어하는 내용 역시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며칠 전 메인에 노출되는 책들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MD가 “겨울이 아니면 팔기 힘든 책이라서…”라며 『고수의 귤 까기 아-트』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다. 이 책은 진지하게 궁서체로, 귤 껍질을 예술적으로 까는 25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 소개 말미의 문장을 그대로 갖고 와본다. "…이 책에서 귤 까기는 더 이상 알맹이를 먹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귤 까기 자체가 목적이고 예술입니다." 한술 더 떠서 책은 단순히 귤 까기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귤 까기의 재능을 발견한 소년 무키오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귤 까기에 도전하며 성장해 나가는 성장담으로까지 읽힐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몇 년 전 출간되어 입소문으로 알려진 『연필 깎기의 정석』이 떠오른다. 말 그대로 주머니칼, 회전식 연필깎이 등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하여 가장 완벽하게 연필을 깎는 법을 사뭇 진지하게 소개하던 바로 그 책. 연필도 깎다 보면 궁극의 도를 터득하게 되듯, 귤도 까다 보면 알맹이를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되리라는 그런 확신과 믿음이 이 책엔 가득하다. 보너스. MD의 소개처럼 겨울에만 이 책을 읽을까 우려한 저자는 ‘여름에 귤 대신 활용할 수 있는 과일’까지 깨알같이 알려주고 있다.


『회의에서 똑똑해 보이는 100가지 기술』은 혼자만 읽으려다 과감하게 여러분에게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무려 ‘구글 출신 회의 천재가 공개하는’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는데, 저자는 구글과 야후에서 15년 간 근무하며 쌓은 회의 노하우를 여기에 모두 총망라했다고 한다.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B_IMG_1511510311779.jpg

자료 발표자에게 바로 앞 화면(슬라이드)으로 다시 돌아가 달라고 해라

 

FB_IMG_1511510315195.jpg

중요한 전화가 걸려 온 척 하고 회의실 밖으로 잠시 나가라

 

FB_IMG_1511510318554.jpg

회의 막바지에, 회의하는 동안 제시된 아이디어들의 사진을 찍어라

 

평범해 보이지만 이 책에 실린 기술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적절히 구사한다면, 당신도 회의 천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점 직원이자 직장인인 나도 책에 실린 몇 가지를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어떤 기술을 어떤 때 쓰고 있는지는 비밀.


올해 이런 류의 책들 중에서 역대급 화제가 된 건 『다리 일자 벌리기』(부제 : 아무리 뻣뻣한 몸도 4주 만에)가 아닐까 싶다. TV 프로그램 같은 데서 요가나 필라테스 등으로 단련된 몸을 갖고 있는 이들이 상체를 바닥에 붙이고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장면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따라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은 줄은 출판사도 서점 직원도 몰랐다. 대체 다리를 일자로 벌려서 얻는 게 뭔데, 라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다리가 붓지 않아요’ ‘O자 다리, X자 다리를 개선해줘요’ ‘틀어진 고관절을 고쳐줘요’ 헉…항상 고관절이 틀어졌다는 얘길 듣는 나도 갑자기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싶어진다. 효과를 봤다는 분들의 간증 리뷰부터 ‘2주차 희망 4주차 절망’이라는 푸념 섞인 한줄평 등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당당히 ‘올해의 책 후보 도서’로 선정되는 등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중이다. 


서점 여기 저기를 누비다 보면 독자들은 책에서 교훈과 감동만을 찾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책은 인류의 지혜를 담아서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만 있던 게 아니다. 지금이야 TV나 스마트폰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긴 하나, 책은 원래 오락과 여가 활용의 목적으로 읽혔던 매체이기도 하다. 서점 직원의 입장에선 이런 책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 독자들의 실소를 자아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대체 이걸 어떻게 책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아지면 좋겠다.


덧. 작년에 알게 된 놀라운 책도 한 번 소개해봅니다. 24시간 이내에 공부 포텐 폭발시켜야 할 분들 꼭 읽어 주세요. 도서명과 저자명의 멋들어진 조화! 눌러보세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조선영(도서1팀장)

뽀로로만큼이나 노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