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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입니까

이런 책도 나온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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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여기 저기를 누비다 보면 독자들은 책에서 교훈과 감동만을 찾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책은 인류의 지혜를 담아서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만 있던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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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서점에까지 찾아와 책에 관한 글을 읽고 있으니 지극히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과연 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옛 어른들의 좋은 말씀만 모아놓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책일까? 아니면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필독서 100선, 올해의 책 24권과 같이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어야만 책일까? 서점에서 일하다 보면 세상은 넓고, 사람들이 책으로 읽고 싶어하는 내용 역시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며칠 전 메인에 노출되는 책들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MD가 “겨울이 아니면 팔기 힘든 책이라서…”라며 『고수의 귤 까기 아-트』라는 책을 소개해주었다. 이 책은 진지하게 궁서체로, 귤 껍질을 예술적으로 까는 25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 소개 말미의 문장을 그대로 갖고 와본다. "…이 책에서 귤 까기는 더 이상 알맹이를 먹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귤 까기 자체가 목적이고 예술입니다." 한술 더 떠서 책은 단순히 귤 까기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귤 까기의 재능을 발견한 소년 무키오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귤 까기에 도전하며 성장해 나가는 성장담으로까지 읽힐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몇 년 전 출간되어 입소문으로 알려진 『연필 깎기의 정석』이 떠오른다. 말 그대로 주머니칼, 회전식 연필깎이 등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하여 가장 완벽하게 연필을 깎는 법을 사뭇 진지하게 소개하던 바로 그 책. 연필도 깎다 보면 궁극의 도를 터득하게 되듯, 귤도 까다 보면 알맹이를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를 얻게 되리라는 그런 확신과 믿음이 이 책엔 가득하다. 보너스. MD의 소개처럼 겨울에만 이 책을 읽을까 우려한 저자는 ‘여름에 귤 대신 활용할 수 있는 과일’까지 깨알같이 알려주고 있다.


『회의에서 똑똑해 보이는 100가지 기술』은 혼자만 읽으려다 과감하게 여러분에게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무려 ‘구글 출신 회의 천재가 공개하는’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는데, 저자는 구글과 야후에서 15년 간 근무하며 쌓은 회의 노하우를 여기에 모두 총망라했다고 한다.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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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발표자에게 바로 앞 화면(슬라이드)으로 다시 돌아가 달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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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전화가 걸려 온 척 하고 회의실 밖으로 잠시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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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막바지에, 회의하는 동안 제시된 아이디어들의 사진을 찍어라

 

평범해 보이지만 이 책에 실린 기술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적절히 구사한다면, 당신도 회의 천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점 직원이자 직장인인 나도 책에 실린 몇 가지를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어떤 기술을 어떤 때 쓰고 있는지는 비밀.


올해 이런 류의 책들 중에서 역대급 화제가 된 건 『다리 일자 벌리기』(부제 : 아무리 뻣뻣한 몸도 4주 만에)가 아닐까 싶다. TV 프로그램 같은 데서 요가나 필라테스 등으로 단련된 몸을 갖고 있는 이들이 상체를 바닥에 붙이고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장면들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렇게 따라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은 줄은 출판사도 서점 직원도 몰랐다. 대체 다리를 일자로 벌려서 얻는 게 뭔데, 라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다리가 붓지 않아요’ ‘O자 다리, X자 다리를 개선해줘요’ ‘틀어진 고관절을 고쳐줘요’ 헉…항상 고관절이 틀어졌다는 얘길 듣는 나도 갑자기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싶어진다. 효과를 봤다는 분들의 간증 리뷰부터 ‘2주차 희망 4주차 절망’이라는 푸념 섞인 한줄평 등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당당히 ‘올해의 책 후보 도서’로 선정되는 등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중이다. 


서점 여기 저기를 누비다 보면 독자들은 책에서 교훈과 감동만을 찾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을지 모르지만, 원래 책은 인류의 지혜를 담아서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목적만 있던 게 아니다. 지금이야 TV나 스마트폰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긴 하나, 책은 원래 오락과 여가 활용의 목적으로 읽혔던 매체이기도 하다. 서점 직원의 입장에선 이런 책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 독자들의 실소를 자아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대체 이걸 어떻게 책으로 만들었다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도 많아지면 좋겠다.


덧. 작년에 알게 된 놀라운 책도 한 번 소개해봅니다. 24시간 이내에 공부 포텐 폭발시켜야 할 분들 꼭 읽어 주세요. 도서명과 저자명의 멋들어진 조화!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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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선영(도서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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