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림으로 보는 인터뷰] 스마트폰으로 그린 일상

『오늘을 산다는 것』 김혜남 저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책을 펼치자마자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을 산다는 것』 제목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그림으로 완성된 느낌이다. 김혜남 저자와 나눈 그림 문답. (2017.10.12)

 

거울.jpg

 

 

거울

친구나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낼 때 그림으로 보내본 것이 시작점이었어요. 그림으로 보낸 이유는 그냥 그 순간에 그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이미지로 표현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처음 그림을 그릴 땐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주로 그렸는데 나중엔 떠오르는 이미지, 내 생각들, 이런 걸 자꾸 표현하게 되었어요. 가족과 지인의 반응들이 좋아서 그림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자기들만 보기 아깝다고 해서 이렇게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어요. 책에 실린 그림은 스마트폰에 있는 그림 그리기 기능을 이용해서 그렸어요. 이 서툰 그림이 책으로 나왔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림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그냥 내 그림이 책으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워요. 그동안에도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지구.jpg

 

지구

저는 누워서 공상에 잠기는 걸 참 좋아해요. 천장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걸 참 좋아하죠. 그러고 있을 때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지구를 등에 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해요. “지구를 등에 지고 호흡 운동, 폐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얼마나 힘든 줄 아니?”라고 말하곤 했는데요. 어느 날 한 친구가 “지구를 등에 지고 우주를 바라보고 있구나”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그 말이 예쁜 거예요. 전 ‘빈둥거림’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쁜 일상에서 공상에 잠기고 생각의 흐름을 쫓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해보게 됐어요.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하면 지구를 등에 지는 것과 같잖아요. 어떤 사람이 이 그림을 보고 답글로 “물구나무를 서면 지구를 들고 있는 거고, 옆으로 누우면 지구랑 나란히 걷는 거고, 팔짝 뛰면 지구와 느낌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 말 같아요.

 

4.jpg


4

우리의 언어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안돼요. 나머지 80%는 보디랭귀지를 포함한 비언어적인 형태로 전달돼요. 말은 사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발달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보디랭귀지는 속일 수가 없거든요. 환자들과 이야기할 때 환자들이 ‘저는 아무 문제 없어요. 행복해요.’라고 말하는데 표정이 어둡다든지, 긴장되어 있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환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해요. 외국에 가서도 언어가 전혀 안 통해도 보디랭귀지도 다 통하잖아요. 보디랭귀지가 소통에 있어 그만큼 중요하단 뜻이죠.

 

제주.jpeg

 

제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제목은 ‘제주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요양을 위해 제주에 내려가 있을 때 봤던 함덕바다의 색을 잊지 못해서 그린 그림이죠. 이 그림을 보면서 ‘아 내가 그림에 소질이 있네’, 생각했어요. (웃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생활 속의 유머’에요. 다들 그림을 보자마자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고 많이 웃더라고요.

 

텔레.jpg


텔레

텔리토비 그림은, 수술을 앞두고 그린 그림이에요. 지인에게 수술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걸 장난처럼 그려서 전해본 거에요. “당신은 앞으로 텔레토비와 놀게 될 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5분 만에 쓱쓱 그렸는데 그때 마음은 아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수술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내 안에 두려움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수술하면 난 텔레토비가 된다는 식으로 그냥 좀 편안하게 생각해봤어요.


황혼.jpg

 

황혼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생활에서 순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깊어졌어요. 저는 그림을 참 좋아하는데,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이에요. 고흐의 그 그림은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고흐의 손을 통해 새로 창조된 거거든요. 사람들은 내가 정신분석가이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 화가의 심리가 보이냐고 묻곤 하는데 전 그림을 보며 병리를 분석하진 않아요. 예술 그 자체로 감상하려고 노력해요.

 

뿌리.jpg

 

뿌리

모든 예술은 순간을 잡아서 표현한 거라고 생각해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시든 모두 그 순간에 자기 마음에 쌓여 있던 영감이나 이미지나 생각이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도 순간순간을 느끼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는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아닐까요? 순간순간을 충분히 느끼면서 사는 게 후회 없는 삶인 것 같아요.

 

의자.jpg

 

의자


의자 위에 앉아서 잠시 쉬고 싶은 세상의 모든 여행객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요.


 


 

 

오늘을 산다는 것김혜남 저 | 가나출판사
앞으로 병이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자 한다”고 말하는 저자가 악화된 병세로 사회와 단절된 후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며 세상과 소통한 기록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오늘을 산다는 것

<김혜남> 저11,700원(10% + 5%)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내가 오늘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등으로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 김혜남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기적이 별 게 아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60만 서른 살 청춘들의 마음을 위로했던 정신분석 전문..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