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밴드

나씽 벗 띠브스 'Broken Machin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번 음반은 메인 디쉬를 바꾼 메뉴판이나 다름없다. 강조하던 팔세토 창법은 한 발 뒤로 물러섰고 대신 강렬한 기타 리프가 두 발짝 앞으로 나왔다. (2017.09.20)

image2.jpeg

 

밴드가 자국인 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2016년 펜타포트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를 맡았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보컬이 통했기 때문이다. 전작 <Nothing But Thieves>의 가성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If i get high」나 일렉트릭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이뤄진 발라드곡 「Lover, please stay」가 특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 거기에 있다. 이를 두고 볼 때 이번 음반은 메인 디쉬를 바꾼 메뉴판이나 다름없다. 강조하던 팔세토 창법은 한 발 뒤로 물러섰고 대신 강렬한 기타 리프가 두 발짝 앞으로 나왔다.

 

예를 들면 수록곡 「I was just a kid」의 가성보다는 「Amsterdam」의 절규가, 「Live like animals」의 총탄 같은 기타 소리가 더 귀에 들어오는 것이다. 보컬의 호흡으로 완급을 이루고 대부분의 분위기를 꾸리던 전과는 다르다. 물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의 「Soda」가 지난 작품의 「Temptation」을, 「I’m not made by design」이 「If I get high」의 영양분을 받아 태어났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중심은 육중한 기타 리프다. 말하자면 이펙터를 걷어내고 기타 중심의 리듬감을 살린 포올스(Foals)요,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의 악틱 몽키스인 것이다.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힘이 넘쳐난다. 고혹적인 목소리와 멜로디가 인상 깊은 「Broken machine」, 흐름을 매끈하게 가지고 놀며 랩을 선보이는 「Live like animals」와 같이 매력적인 곡들이 놓여있음에도 연속된 강펀치가 결국 감상의 여유를 담보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구조의 강세가 계속되어 그 곡과 이 곡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더하여 약간의 변주, 기타 톤의 변화로만 구성을 다져 한정된 사운드 스케이프 역시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퇴폐적인 보컬의 맛을 기억하던 이들에게는 다소 부족할 앨범이다. 라디오헤드, 유투의 뒤를 이을 신예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려 재생 버튼을 누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주 골격을 이루던 목소리에서 사운드 쪽으로 조타를 돌렸지만 아직은 밴드만의 깊이감과 음반 단위의 호흡이 부족하다. 몸을 들썩일 리듬감과 파워풀한 기타 리프가 처음의 시선을 빼앗지만 반복 청취를 재촉하진 않는다. 거장의 타이틀을 물려받기에는 시기상조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