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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데스트랩>으로 만나는 배우 문성일의 욕망은 무엇일까?

다양한 무대에서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 배우 문성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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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거든요. 클리포드라는 인물 역시 저와 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경주마처럼 과감하게 쭉 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요. 인간의 욕망이 얼마만큼 커질 수 있는지, 그 모습을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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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는 소극장에서 만나는 공포나 스릴러물이 제격이죠. 브로드웨이 최장수 반전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이 2년 만에 국내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197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1982년에는 영화로까지 제작된 작품인데요. 긴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시드니 브륄에게 도착한 ‘데스트랩’,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 앤더슨이 보낸 희곡입니다. 탐나는 희곡 ‘데스트랩’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 ‘데스트랩’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과 계속되는 반전 속에 펼쳐지는데요. 반전 스릴러물은 탄탄한 대본에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캐스트 중에 요즘 다양한 무대에서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 배우 문성일 씨가 유독 눈에 띄어 대학로 연습실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사실상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 <모범생들>은 특별 출연이라서 일주일에 1회 참여하고 있고 <킬 미 나우>도 더블이라서 극장에 나가는 날로 따지면 일주일에 4일 정도죠. 그리고 <데스트랩> 연습이 있고요.”

 

문성일 씨를 만나러 가면서도 과연 인터뷰할 시간이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모범생들>과 <킬 미 나우>는 이미 참여했던 작품이고 <데스트랩>만 새로 만난 작품이지만, 그래도 한꺼번에 세 작품은 힘들 것 같았거든요.

 

“이렇게 겹친 건 3년 만인 것 같아요. <킬 미 나우>은 재연에 초연 멤버가 투입됐고, <모범생들>은 올해 10주년이라 제가 빠지면 2013년도 팀이 공연을 할 수 없는 거예요. 이른바 겹치기는 다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모두 감사하고 축하할 일이라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특히 <모범생들>은 그전에 집안 사정 때문에 무대를 떠난 적이 있어요. 숙식이 해결되는 지방 공장이나 스키장 등을 떠돌며 일을 하고 있는데, 당시 헤븐 측에서 오디션이 있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그 작품이 2013년 <모범생들>이었어요. 당시 저한테는 꿈보다는 먹고사는 게 중요해서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르바이트 사장님한테 고민 상담을 했더니, 사장님이 ‘배우는 네 업’이라며 오디션 보라고 100만 원을 그냥 주셨어요. 그렇게 다시 무대에 섰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 하고 있죠.”

 

* 문성일 배우에게 도움을 준 또 한 명의 인물은 기사 하단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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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좋은 작품으로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만큼 후회 없는 선택일 것 같은데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얼떨떨해요. 저는 오디션을 많이 못 보는 배우인데, <모범생들>이나  이후 참여했던 <블랙메리포핀스>는 당시 저의 불안한 상태가 작품의 결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김태형 연출님이 그때 제가 먹구름을 잔뜩 안고 있어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사람처럼 보였대요.”

 

이후에도 좀 강하고 불안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아무래도 외모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도 부리부리하잖아요(웃음).


“배우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 남들이 생각하는 내가 잘 하는 게 있잖아요. 저는 사실 그렇게 날카롭고 거친 성격이 아니에요. 오히려 화가 나면 차분해지고, 일단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사회성도 뛰어나지 않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모습, 관객들이 원하는 모습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무척 힘들지만, 자기 객관화가 안 돼서 계속 고집을 피웠다면 배우로서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잘하는 것부터 작품을 접했다면 오히려 더 힘들었을 것 같고요. 저와 출발점이 같았던 배우들이 전성우, 손승원, 이재균, 윤소호 등인데, 항상 주인공이잖아요. 여린 캐릭터이고. 이 친구들이 제가 했던 캐릭터를 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친구들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하죠. 결과적으로 맡을 수 있는 캐릭터의 범위가 넓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참여했던 작품만 살펴봐도 <베헤모스>부터 <데스트랩>까지 모든 연극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젊은 배우들은 뮤지컬에 좀 더 주력하잖아요.


“연극이 말하는 재미가 커요. 뮤지컬은 음악이나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면이 크다면 연극은 무대 위 배우의 말과 감정이 그대로 화학작용으로 일어나잖아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연극을 하다 뮤지컬을 하니까 불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나는 지금 더 가고 싶은데 노래를 부르려면 기능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세팅해야 하니까. 또 라이선스 작품은 넘버의 음역대도 캐릭터와 맞게 가는데, 창작뮤지컬은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창작을 많이 해서 작품 할 때마다 제작진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음악과 드라마가 붙지 않고 음악과 캐릭터도 따로 놀지 않나. 그래서 뮤지컬보다는 연극에서 제가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연극이 주는 메시지가 더 확실하기도 하고.”

 

그럼 <데스트랩>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대본을 쭉 읽었을 때 솔직히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1막에서 2막으로 바뀌는 부분도 큰 변화 앞에 아무런 자극이나 흥분, 공포가 없다는 것도 설득이 잘 안 되고. 그런데 몇 번을 읽으면서 찾아낸 건 한 청년이 욕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욕망이 인간이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장한다는 거였어요. 대부분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거든요. 클리포드라는 인물 역시 저와 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경주마처럼 과감하게 쭉 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요. 인간의 욕망이 얼마만큼 커질 수 있는지, 그 모습을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어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할 텐데, 무대 위에서 선배들과 격한 몸싸움도 해서 좀 불편할 것 같습니다.


“대선배님들이시죠. 그런데 형들이 굉장히 편하게 대해 주시고, 또 젊으세요. 어떨 때는 요즘 흐름이나 유행에 저보다 더 빠르거든요. (강)성진 선배님은 너무 웃기고 재치 있고, (김)도현이 형은 힘이 좋아요, 리더십도 있고. (김)수현이 형은 조용하면서도 쭉 밀고 가는 느낌이 있어서 든든하고요. 무대 위에서 세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까 궁금해요.”

 

클리포드를 맡은 세 배우는 어떤가요? 포스터 상으로는 가장 순하게 나오셨던데요(웃음).


“제가 고른 건 아닌데, 1막의 클리포드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나. (이)충주 형은 참여했던 작품이라 아무래도 <데스트랩>에 대해 잘 알죠. 게다가 잰틀하고 멋있어요. (김)찬호 형은 순수해요. 원래 성격이 인물에 투영되잖아요. 대사들 표현하는 게 순수해서 진짜 깨끗한 사람이구나 생각돼요. 저는 팀 안에서 징글징글하다고. (한)세라 누나 표현을 빌리면 ‘저 새끼 때려죽이고 싶다’고 해요(웃음). 저는 갈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어요.”

 

2013년 이후 쉼 없이 달려오셨는데, 배우로서 또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나요?


“있죠. 아쉬움도 있고, 두려움도 있어요. 제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될까봐. 그래서 계속 다른 장르, 다른 결의 작품을 찾고 있는데, 요즘은 흐름이 너무 빠르니까 배우로서도 버거운 게 있어요. 내가 과연 이 흐름을 잘 쫒아갈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는 게 맞나? 이 얘기를 관객들은 듣고 싶을까? 고민도 많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이 작품에서 이 역할은 나밖에 못해!’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갈망도 있고요. 무엇보다 지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놀고 싶어요, 그냥 걸어 다니고 구경하고(웃음).”

 

문성일 씨와는 한 시간을 꽉 채워 얘기를 나눴는데요.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경험을 했던 지난날만큼 이런저런 생각도 많아 보였습니다. 하반기에도 이미 여러 작품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 쉬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이 큰 걸 보면 그만큼 열심히 달려왔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래서인지 요즘 ‘욜로’와 ‘루프트탑’에 빠져 있다는데, 배우로서 먼 길을 가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그런 차원에서 어쩌면 문성일 씨의 올해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는 연극 <데스트랩>은 꼭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웃음). 언젠가 아지트 공간을 마련해 이런저런 사업도 해보고, 주변 아티스트를 지원하며 자신 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도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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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기사와 관련된 공연

  • 연극 [데스트랩]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 등급: 13세 이상(중학생 이상 관람가능)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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