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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컴백 콘서트 앞두고 이브(EVE) 원년 멤버를 만나다!
4월 8일 YES24 라이브홀 컴백 콘서트 〈RETURN OF EVE〉
팬들에게는 지금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 때도 최대한 예전 느낌 나게 해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언제가 그런 순간은 올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외적인 모습을 벗고 음악도 좀 더 내추럴 해진다고 할까요.
록그룹 이브(EVE)가 15년 만에 원년 멤버로 컴백했습니다. ‘너 그럴때면’, ‘아가페’, ‘Lover’, ‘I’ll Be There’ 등 비주얼만큼이나 감각적인 노래로 지금 30~40대들의 학창시절을 강렬하게 수놓았던 그룹이죠. 지난 1월 6곡으로 구성된 새 앨범 ‘ROMANTIC SHOW’를 발표한 이브는 4월 8일 YES24 라이브홀(구 악스홀)에서 컴백 콘서트 <RETURN OF EVE>를 여는데요. 팬클럽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선 예매는 예매 시작 10분 만에 티켓이 매진되는 등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드러냈습니다. 16년 만에 라이브 콘서트로 팬들 앞에 서게 될 이브 역시 설렘과 기대 속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연습실 인근 한 카페에서 김세헌, G.고릴라, 박웅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김세헌 : 컴백 얘기는 예전부터 했는데, 요즘 컴백이 유행하니까 오히려 하지 말까 생각했어요(웃음). 괜히 통장 잔고 떨어져서 나온 사람 같고, 이브가 아니라도 각자 음악활동은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브가 제 삶의 역사더라고요. 다른 밴드로 활동을 해도 ‘I’ll Be There’를 불러달라고 하세요. 그래서 웅이가 처음 컴백을 제안했을 때 관심 있게 들었고, 의미 있게 활동하면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5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잖아요. 팬들이 많이 궁금해 하실 텐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세헌 씨는 인터넷 검색하면 부동산 투자 기사가 가장 많던데요(웃음).
김세헌 : 방송에서 재미 위주로 편집을 하셨더라고요(웃음). 이브라는 이름으로 혼자 밴드를 꾸려가다 도피 겸 공부를 하려고 일본에 갔고, 일본에서도 음악활동을 하게 됐죠. 이후에는 헤비메탈 그룹에서도 활동하고요.
G.고릴라 : 저는 밴드를 두 개 하다 잘 안 됐고(웃음), 이후에는 주로 곡 작업을 했어요. 아이유, 허각, 휘성, 가인 등의 친구들과 많이 작업했죠.
박웅 : 현기 형(G.고릴라)이 양지에서 지냈다면 저는 음지에서 지냈어요(웃음). 다른 가수들 공연 때 연주도 하고, 인터뷰에는 참여하지 못한 (김)건이랑 밴드도 하고, 뮤지컬에서 연기도 하고, 음악 외적인 사업도 하고요. 처음 이브로 활동할 때는 스물두 살이라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름 철이 드니까 ‘내가 지금 마음으로 이브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형들에게 제안했어요.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형들은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 표정인데요(웃음).
G.고릴라 : 웅이가 예전에 워낙 버릇이 없기로 유명해서 조금만 변해도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긴 하죠(웃음).
김세헌 : 웅이는 그때 20대 초반이라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었죠(웃음).
다시 뭉치니 좋지만, 생각하지 못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세헌 : 예전에는 스케줄이 많아서 4~5년을 거의 매일 보고 지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까 이어 가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이브의 노래는 매개체일 뿐 그간 각자의 입지, 실력, 성격 등도 달라져서 제2의 이브를 결성했다고 할까. 계속 저희 음악을 했던 건 아니라서 좀 걱정했는데, 오히려 곡 해석력은 더 좋아진 것 같고요.
G.고릴라 : 가장 큰 문제라면 일로 얘기하자면 ‘투잡’인 셈이잖아요.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다 보니, 남자와 아버지는 다르거든요. 밴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아버지로서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건이도 학원 운영을 같이 해야 하니까. 그나마 15년간 각자 쌓은 음악적인 내공이 있어서 서로 모일 수 있는 시간이 예전처럼 많지 않아도 중간은 하는 것 같아요.
컴백 콘서트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설렘 반 걱정 반이겠죠?
박웅 : 그렇죠, 좋은데 한편으로는 16년 만이라 걱정스러워요.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G.고릴라 : 체력도 좀 걱정이죠. 모두 세 시간 정도 무대 위에 서 본 적이 오래됐을 거예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세 시간이 될 수도 있어서(웃음).
김세헌 : 하나하나 할 때마다 겁도 나고 설레기도 해요. 컴백할 때는 어떤 반응일까, 새 음반을 발표할 때는 외면당하면 어쩌나, 공연은 우리가 마지막에 했던 콘서트와 비슷한 규모의 공연장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 티켓이 안 팔리면 어쩌나... 다행히 매진됐다고 해서 기쁘기는 한데, 그만큼 만족을 드려야 하니까요. 어쨌든 학창시절에 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연애도 하고 이런저런 추억을 만들었던 팬들을 다시 만나는 거니까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브하면 음악도 그렇지만, 화려한 비주얼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과거에도 지금도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밴드인데, 예전 동영상을 보면 이른바 ‘손발이 오그라들 때’도 있나요(웃음)?
일동 : 그럼요, 있죠!
김세헌 : 예전 영상은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지금보다 젊다는 거 외에는 실수도 많았고, 부끄러운 일도 많았고. 저희가 컴백한다고 팬들이 예전 걸 다 찾아서 팬 카페에 올리는데, 제발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었어요(웃음). 지금 보면 예전 건 다 촌스럽잖아요.
하지만 콘서트에서도 그 모습을 기대하지 않을까요?
G.고릴라 : 그러려고요. ‘화장발, 의상발, 조명발’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박웅 :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
김세헌 : 웅이랑 건이는 오히려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리고 좀 촌티 났었는데(웃음), 지금은 외모도 더 나아지고 기품도 좀 생겼어요. 사실 예전에는 이브가 ‘엑스 재팬을 흉내 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엑스 재팬을 흉내 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이브를 ‘비주얼 록밴드’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비주얼 록은 일본이 주류인데, J록을 좋아한 건 아니라서. 그런데 자꾸 비주얼 록밴드라는 수식어가 붙고, 음악을 떠나서 이브가 외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밴드니까 그럼 한국형 비주얼 록밴드라고 하자...
샤기컷이라고 하나요? 헤어스타일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김세헌 : 그럴 수도 있어요. 헤어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외모도 좀 다국적으로 생겨서 일본에 갔을 때도 사람들이 당연히 일본인으로 알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비주얼 록밴드라서 머리를 기른 게 아니라,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머리를 짧게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아마 70대에도 이러고 있을 것 같아요.
G.고릴라 씨는 곡을 만드는 입장에서 이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셨을 텐데요.
G.고릴라 : 저희끼리 다시 만났을 때 ‘무슨 비주얼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다른 풍으로 갔을 텐데, 좀 더 써먹어도 되겠더라고요(웃음). 팬들에게는 지금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공연 때도 최대한 예전 느낌 나게 해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언제가 그런 순간은 올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외적인 모습을 벗고 음악도 좀 더 내추럴 해진다고 할까요.
그룹 활동을 하다 보면 각자 음악적인 개성이 강하니까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입장이 아닌, 박웅 씨처럼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이견이 생길 법도 한데요.
박웅 : 어렸을 때는 헤비메탈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 게 조금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요. 이브라는 틀 안에서 음악적인 선장은 현기 형이거든요. 이브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세헌이 형이 갖고 있는 매력적인 보이스톤과 현기 형이 갖고 있는 감수성이 만나서 멋진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그것만으로 저는 좋고 기타는 누가 쳐도 상관없어요(웃음). 그 정도로 이브라는 틀 안에서는 선장을 믿고 따라가는 편이에요.
김세헌 : 특히 밴드는 서로에 대한 동경과 양보가 있어야만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힘들어요. 사실 멤버 중에 곡을 못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현기가 곡을 쓰고 제가 부르고 웅이와 건이가 연주를 하는 게’ 이브에요. 조금씩 더하고 뺄 수는 있겠지만 틀을 바꾸는 건 맞지 않은 것 같아요. 바꾸고 싶다면 번외 트랙을 하면 돼요. 저도 헤비메탈로 시작해서 여러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브에서는 이브에 맞게 맞추는 거죠. 이브의 음악을 좋아하니까. 이브 안에서 좋아하는 모든 걸 해낼 수는 없어요.
G.고릴라 : 선장이니 프로듀서니 하는데, 제가 멋대로 다 하는 것 같지만 아니에요(웃음). 저도 곡을 써서 멤버들에게 들려주고, 좋다고 하면 가는 거고, 아니면 다시 써요. 그러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곡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번에 음반 발표할 때도 거의 13곡을 작업해서 수없는 ‘까임’ 뒤에 6곡을 고른 거예요(웃음).
박웅 : 개인적으로는 3집 때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하고 클래식 록적인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브를 기억하는 사람은 80% 이상이 그때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가페’를 비롯해서 웅장하고 어둡고 비관적인. 그런데 요즘 현기 형의 곡들은 그런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일부러 피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의 곡들도 작업해서 팬들에게 선물처럼 전해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G.고릴라 : 그때는 그게 멋있는 줄 알고 했던 거고, 지금은 그게 멋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웃음).
박웅 : 멋있다니까!
G.고릴라 씨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음악 작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트렌드에 더 민감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이번 앨범에서는 ‘뮤즈’가 예전 곡과 가장 비슷한 느낌 아닌가요?
G.고릴라 : 그렇죠,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웅이 말처럼 ‘아가페’ 비슷한 음악을 만들면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가페’와 비교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더 좋은 게 안 나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다른 쪽을 파야죠(웃음). 대중적인 코드를 외면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와 새로운 모습이 공존하는 이브를 생각했어요. ‘뮤즈’에서 마무리 짓고 다시 새로운 음악. 그런데 다시 하자고 하면 해야죠.
박웅 :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김세헌 : 이런 의견들이 다음에 또 반영돼요. 이브 3~4집 때가 다양한 의견과 에너지가 집대성된 게 아닐까. 그래서 반응이 가장 좋았을 거예요. 그게 밴드의 재미죠. 밴드가 5집까지 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고난의 시기를 거치면 4~5집에서 완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컴백도 쉽지 않지만, 컴백 이후는 더 어려울 거라 생각됩니다. 어떤 각오로 다시 뭉쳤고 또 활동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들어볼게요.
박웅 : 저희를 기다렸던 팬들이 굉장히 많으시더라고요. 다시 뭉치는 것도 힘들었지만, 치고 박고 싸우더라도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그냥 이브를 했으면 좋겠어요.
G.고릴라 : 저는 사실 음반이 나오는 순간까지 목표를 굉장히 높게 잡았어요. 그런데 결과물이 제 욕심만큼은 못 올라오더라고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음을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마음을 좀 비우고,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세헌 : 모일 때부터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다시 뭉치면 재밌고, 팬들도 좋아하실 테지만, 또 헤어지면 이제 다시 컴백이라는 건 없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했기 때문에 잘 지켜서 재밌게 활동하고 싶어요.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는 예상보다 꽤 재밌었습니다. 기사야 이렇게 깔끔하게 나왔지만, 네 사람이 얼마나 많은 얘기를 했겠습니까. 무언가 질문을 하면 먼저 박웅 씨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를 하고, G.고릴라 씨가 현실적인 목소리로 슬그머니 다른 견해를 얘기하면 김세헌 씨가 온화한 목소리로 중재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세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을 녹여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밴드의 매력이겠죠. 15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고, 각자 놓여있는 상황도, 성향도 다른 만큼 이제는 이브를 바라보는 마음도 다르겠지만, 이브라는 이름 안에서 이브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는 모두 설렘과 열정이 가득해 보입니다. 그 에너지가 폭발할 이브의 컴백 무대, 4월 8일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뜨겁게 만나 보시죠!
관련태그: 이브, 콘서트, RETURN OF EVE, ROMANTIC SHOW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