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윤하정의 공연 세상
봄바람 살랑이는 3월에는 이런 공연 어때요?
3월 추천 공연
스타 뮤지션들이 꾸며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무대, 3월에 챙겨볼 만한 클래식 공연을 살펴본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여전히 겨울옷을 입고 있지만 봄바람이 느껴지고, 어느새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게 되는 요즘. 그래서인지 공연도 왠지 산뜻한 무대에 끌린다. 계절에 민감한 클래식 무대도 봄을 맞아 귀에 익숙하면서도 심도 있는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스타 뮤지션들이 꾸며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무대, 3월에 챙겨볼 만한 클래식 공연을 살펴본다.
서울시향의 음악극장
연극에 음악이 살짝 곁들여지면 음악극이라고 부른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반대로 클래식 연주에 연극적 요소를 더했다. 서울시향이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음악극장>. 올해 첫 무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전반부는 배우들의 연기로 차라투스트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후반부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후기 낭만주의 관현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도입부에도 사용돼 귀에 익숙한 작품. 니체의 사상과 세계관을 관현악, 즉 문학을 음악으로 풀어낸 교향시인 만큼 이번 무대를 통해 더욱 밀도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서울시향의 음악극장>은 3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차이콥스키의 <템페스트>가 예정돼 있다.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의 리사이틀이 3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레퍼토리는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그리고 ‘열정’. 김선욱 씨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종료한 지 3년여 만에 다시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결심한 까닭은 베토벤과 그의 건반 음악에 드리워진 클리셰, 고정관념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상업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레퍼토리인 만큼 더욱 ‘베토벤의 악보와 텍스트가 가진 힘’에 집중해 베토벤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청중과 나누겠다는 각오다. 사실 김선욱 씨에게 베토벤은 특별하다. 2012년~2013년 8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고, 런던과 유럽에서 가진 베토벤 건반곡의 독주와 협연으로 리즈 콩쿠르 우승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디아벨리 변주곡마저 완주한 김선욱 씨는 베토벤의 모든 건반음악을 살펴봤다는 성취를 넘어 이제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 들어섰다.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시리즈
지난해 롯데콘서트홀 개관과 함께 화제에 올랐던 콘서트홀 내 파이프오르간. 5천 개의 파이프를 통해 68가지의 소리를 구현하는 파이프오르간은 아름다운 조형미와 신비로운 소리로 주목받았는데, 그 음색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가 올해 시리즈로 마련된다. 그 첫 번째 공연은 3월 15일 웨인 마샬의 무대. 맨체스터 브리지워터홀의 오르가니스트인 그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재능을 펼쳐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오르간의 명곡인 뒤프레의 ‘두 번째 교향곡’, 비도르의 ‘오르간 교향곡 6번’, 로제 뒤카스의 ‘전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5월 20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동일, 8월 3일에는 프랑스의 올리비에 라트리, 12월 15일에는 오르간에 도전하는 피아니스트 조재혁 씨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어떤 오디오로도 재현하기 힘들다는 파이프오르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영국 팝페라 그룹 G4 내한공연
영국의 팝페라 그룹 G4가 3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G4는 지난 2004년 영국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X Factor’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한 뒤 오페라와 뮤지컬 음악을 기반으로 팝과 록을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영국에서 가장 핫한 팝페라 그룹으로 부상했다. 이번 내한무대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aphsody)‘를 비롯한 퀸의 노래와 뮤지컬 음악 등을 선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클래식을 대표하는 여성 연주자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한 무대에 선다. 바로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정명화 씨와 부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이들은 ‘대관령의 하모니’를 기치로 3월 30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특별한 무대를 마련한다. 1부에서는 손열음과 신지아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e단조’를, 정명화와 신지아가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7번’을 연주하고, 2부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F장조 Hob. ⅩⅥ:23’을 손열음의 무대로 감상할 수 있다. 트리오는 드보르작의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 전곡’으로 무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동극장 <적벽>
클래식 무대에만 봄바람이 부는 건 아니다.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적벽가>는 현대적인 옷을 입고 3월 1일부터 26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특유의 비장함과 웅장함, 전쟁의 치열함을 담은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아 소리꾼의 기량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졌던 <적벽가>를 합창과 현대무용의 조합으로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 <적벽>으로 탈바꿈했다. 고수의 장단은 9인조 국악 팀의 라이브 연주로, 소리꾼의 소리는 이해하기 쉬운 합창으로, 소리꾼의 움직임인 ‘발림’은 춤으로 확장해 현대적인 판소리 음악극을 선사할 예정이다.
관련태그: 윤하정의 공연 세상, 서울시향,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롯데콘서트홀, G4, 뮤직 프롬 평창, 적벽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