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근 “<광염소나타>, 진정한 예술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
창작산실 배우전 ⑥ 배우 이선근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열 세 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아홉 편의 연극, 네 편의 뮤지컬이다. ‘창작산실 배우전(展)’은 창작산실의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로, 그들의 연기세계와 창작산실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2016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공연 뮤지컬 마지막 작품인 <광염소나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광염소나타>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에서 주인공의 광기를 끄집어내어 파멸로 이끄는 교수 K를 맡은 이선근 배우를 만났다.
<광염소나타> 제목만 보고 김동인의 소설과 같은 내용인 줄 알았어요.
김동인의 소설에서는 모티브만 가져왔어요. 구조는 비슷하지만 인물이나 내용을 추가해서 만든 창작극이에요. 소설은 예술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할 수 있다는 ‘예술지상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면, 뮤지컬은 반대로 예술지상주의를 지양하고, 과연 진정한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지난해 시범 공연에 이어 본공연에도 참여하는데, 달라진 점이 많나요?
시범 공연 때는 30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어서 극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었어요. 이야기도 큰 흐름만 따라가는 정도였고요. 본공연에서는 시범 공연에서는 시간상 미처 담지 못했던 설명적인 부분이나 이야기를 추가하면서 관객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작품 개발 과정에서 배우들은 어떤 부분에 참여를 했나요?
상황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 대본을 수정하거나, 극의 완성도를 위해 음악을 추가해야 한다거나 할 때 의견을 많이 보탰어요. 또 작품이 등장인물이 셋밖에 없고, 장면 전환이나 무대 장치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면이 있어서 이야기나 배우 간의 연기 호흡의 밀도를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고요.
작품 속 인물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등장인물은 J, S, K 이렇게 셋이에요. J는 훌륭한 곡을 쓰고 싶어 하는 작곡가지만, 생각처럼 곡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데,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하게 돼요. 곡을 완성하기 위해서 계속 살인을 하고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인물이에요. S 역시 작곡가예요. J의 오랜 친구이면서 J에게 음악적으로 영감을 주는 존재예요. 마지막으로 제가 맡은 K는 저명한 음대로 교수로 J의 스승이에요. 우연히 J가 살인을 저지른 걸 알게 되지만 말리기는커녕 곡을 완성하기 위해 J에게 살인을 종용하죠.
K는 ‘J를 파멸로 이끄는 인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악역인가요?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나요?
악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오로지 예술을 완성을 위해 맹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갈 땐 먼저 영화나 책을 통해 틀을 잡아 나가요. 개인적인 경험도 많이 도움이 되죠. 이번에 맡은 K는 제가 음대 출신인 게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이전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들을 떠올리면서 연구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고요. 여기에 마지막으로 ‘이 인물이라면 이럴 것이다’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까지 얹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죠.
K라는 인물을 만드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 (웃음) 아무래도 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나 말을 제가 맡은 인물이 할 때가 있어요. 아마 저라면 K처럼 J에게 살인을 종용하고 그러진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가 K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소극적이고 위축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보는 사람들에게도 인물을 설득시킬 수 없죠. 온전히 K라는 인물이 되어서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기까지가 힘들었어요.
남성 3인극 작품이 드문데 작업해보니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남자 셋이다 보니 작품에 대해 좀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연습하는 동안 셋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죠. 김경수 배우와는 몇 번 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긴 했지만, 성두섭 배우와는 처음 공연을 하거든요. 그럼에도 셋이 죽이 잘 맞아서 단합이 잘 되었어요.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서 굉장히 재미있고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광염소나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선 3인 극이라는 것. 어떤 한 인물에게 무게가 쏠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극이 진행되는 게 참 매력적이에요. 이를 위해서 배우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요. 그리고 뮤지컬은 음악이 좋아야 하잖아요? <광염소나타>에는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드릴 수 있는 좋은 음악이 있어요. 라이브 연주를 할 거라서 좋은 악기로 좋은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장면도 있으니 놓치지 않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광염소나타>가 끝난 후 이선근은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 것 같나요?
모든 작품이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몰랐던 한 인생을 알게 되겠죠. K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또 한 사람으로서도 좀 더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질 것 같아요. 그러면 좀 더 깊은 생각으로 캐릭터에 몰두하고, 더 깊이 있게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