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MD 리뷰 대전] 건축이 스스로 위대해지는 법

일상의 작은 예술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예술가만 예술을 하라는 법은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새롭게 생각해내는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된다. 마음을 흔드는 예술과 일상을 새롭게 하는 예술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001 세상에서 가장 큰 집.jpg

 

구름에 닿을 듯이 높은 빌딩과 들판처럼 드넓은 건물 앞에서는 어김없이, 입이 쩍 벌어진다. 정교함과는 별개로 크기는 사람을 압도한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올려 보고, 한참을 내다 보다가 감탄의 타이밍을 놓쳐 버리기 일쑤. 순식간에 오르는 전율 앞에서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주위를 따라 걸으면서, 그리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한 가운데 바로 서서 느꼈던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좋은 건물이든 나쁜 건물이든 모든 건물은 짓고 나면 최소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을 존재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공공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다양한 공공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특별한 건축물에는 동서고금을 떠나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크기’다. 각 시대의 중요 건축물 거의 대부분은 길게 지어졌는데, 높은 건축이 건물 활용에 있어서 매우 비효율적이라 ‘길고 넓게’ 지으며 크기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건물을 길게 지으면 자연스럽게 ‘기둥’도 많아진다. 건물이 길어지면서 당연히 늘어난 것뿐인데, 의도치 않게 줄지어 세워둔 기둥이 어떤 디자인보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다. 대표적인 위대한 건축물 몇몇만 떠올려봐도 이 기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집트 핫셉수트 장제전,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한국 종묘 정전 등의 기둥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이들이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종묘 ‘정전’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데, 종묘는 원래부터 긴 건물이 아니라 조금씩 계속해서 길어진 건물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지금은 열아홉 칸이지만 태조가 처음 지었을 때는 일곱 칸짜리였고, 왕조가 길어지면서 같이 길어졌는데, 이런 방식으로 국가 최고의 신성 건축을 증축한 경우는 조선이 유일하다고 한다.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는 종묘 때문에 한국을 재 방문할 정도로 종묘에 매혹되었는데, “이처럼 장엄한 공간은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며 비슷한 느낌을 주는 건축은 파르테논 신전 정도뿐일 것“이라고 종묘를 극찬했다.

 

이어서 한국의 종묘와는 형태가 완전히 다른 중국의 종묘인 ‘태묘’를 소개하고, 일본의 가장 신성한 건물인 이세 신궁이 왜 20년마다 새로 지어지는지 그 흥미로운 이유를 들려준다. 더불어 신성한 건축에서 나아가 베르사유 궁전, 자금성, 경복궁 등 가장 세속적인 건축인 궁전 건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땅콩집 열풍을 일으켰던 『두 남자의 집짓기』를 비롯해 건축에 담긴 인생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낸 고 구본준 기자의 글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역시나 좋아할 책이다. (저자의 2주기에 맞춰 출간되어 의미가 더 깊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큰 감흥 없이 종묘를 방문했던 지난 날이 부끄러워졌다. 날이 따뜻해지면 새로운 마음과 눈을 가지고 종묘를 가봐야겠다. 장식 없이 단순한 모양의 지붕과 넓게 펼쳐진 마당. 절대적인 고요함과 적막감, 그 속에 충만한 오묘한 기운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집구본준 저 | 한겨레출판
구본준 기자의 2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건축 에세이다. 종묘, 경복궁, 자금성, 이세 신궁 등 한중일의 대표 건축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를 아우르며 인류의 유산이 된 거대 건축물을 비교 분석한 이 책은 또 한번 독자들을 건축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큰 집

<구본준> 저13,050원(10% + 5%)

우리 곁에 글로 남은 유쾌한 글쟁이 구본준 기자의 ‘위대한 건축’ 이야기 구본준 기자의 2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건축 에세이다. 종묘, 경복궁, 자금성, 이세 신궁 등 한중일의 대표 건축을 꼼꼼히 돌아보고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를 아우르며 인류의 유산이 된 거대 건축물을 비교 분석한 이 책은 또 한번 독자..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