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빅뱅(BigBang)의 파급력은 극에 이르렀다. 단순히 음악 차원을 넘어서 한류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이 다섯 명의 케이팝(K-Pop) 아이돌은 아시아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 남미 대륙까지 그 영향력을 뻗어나가면서 그들의 존재가치가 전 세계인의 기호에 유효타로 작용함을 증명하였다. 그러한 문화적, 아니 상업적 성취는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음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듣기 편한 팝, 힙합 기조로 일관한 프로듀싱은 평범함으로 무장했다. 최신 유행의 퓨처 신스를 도입한 「에라 모르겠다」, 밴드 기반으로 스트링 사운드를 강조한 「GIRLFRIEND」와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투애니원(2NE1) 「Can’t nobody」의 성공 신화를 자기복제한 테디(Teddy)의 「뱅뱅뱅」까지. 금번 역시 무난한 구성의 편곡과 머니코드를 추구하고 있다. 굳이 전작과의 차별성을 따져본다면 퍼포먼스 중심의 미니멀리즘 지점에서 비교적 서정성을 강화한 어쿠스틱 세션 바탕의 컨트리 경향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사실 애초부터 그들 정체성의 본원지는 서정성이었다. 데뷔 초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가 이룬 트릴로지는 대중적인 히트를 이끌어냈고 그들의 포지션이 감성에 특화하여 있음을 설명해주었다. 단언컨대 그러한 부적 정서가 상징하는 빅뱅이라는 페르소나의 원류는 지드래곤이다. 그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결핍은 타고난 끼와 어우러져 빅뱅의 흥성을 좌우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고, 그것은 연속된 프로듀싱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밀어붙이는 힘이 되었다. 본작에서도 「LAST DANCE」, 「LOSER」, 「IF YOU」 등의 곡을 통해 인간 본연의 슬프고 외로운 감정을 다섯 종류의 색감으로 세밀하게 덧칠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앨범 곳곳에서 한국 특유의 ‘쌈마이’가 배어나온다는 것이다. 뮤직비디오에 1980년대 복고스타일을 접합하고 후렴구에 감탄사를 배합한 「에라 모르겠다」, 인상적인 통기타 곡조로 스탠다드 팝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IF YOU」, 찹쌀떡 장수의 음조를 차용한 「BAE BAE」 등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을 되짚은 것은 칭찬할 만하다. 10년이란 세월은 그들에게 노련함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이 노래의 위트로 발현하였다. 모두의 보컬이 절정의 원숙미를 얻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돌 가수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조건은 무엇일까. 완벽한 외모, 월등한 노래 실력, 철처한 프로듀싱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빅뱅이 선점한 고지는 조금 다르다. 친근한 비주얼과 개성있는 음색, 유치한 듯 평범한 노랫말은 인간적 공감대로 합일하여 매력으로 승화하였다. <MADE>를 마지막으로 군 입대를 목전에 둔 그들이기에 기약없는 마지막 춤(Last dance)이 더욱 애달프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빅뱅>24,100원(19%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