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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친구들은 어디로 간 걸까 –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故 김광석과 밴드 동물원, 그들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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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로 연주되는 김광석과 동물원의 노래가 당신의 추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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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친구들은 어디로 간 걸까


20년 전,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20대와 작별하는 청춘들이 있었다. 그들은 「널 사랑하겠어」를 부르며 수줍게 고백했고,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로 첫사랑을 추억했다. 이제는 아득해진 ‘그때 그 시절’이 되었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노래는 여전히 청춘들과 만나고 있다. 세대는 달라도 사랑의 아픔을 달랠 땐 「사랑했지만」을 열창하고, 군대 가는 친구를 위로할 땐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다. 서로 다른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정들이, 하나의 노래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 노래들과 재회할 때 우리는 달콤쌉싸름한 감정에 젖는다.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찼던 젊은 날의 나를 보며 미소 짓다가도, 그만큼 불안하고 서툴렀던 마음이 떠올라 애처롭다. ‘그 때의 나와 친구들은 어디로 간 걸까, 지금 우리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싶은 생각에 가슴이 저릿해지기도 한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경험이다. 작품은 故 김광석과 밴드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고, 그들이 함께 부른 명곡들로 채워졌다. 실제 동물원의 멤버인 박기영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으며 「혜화동」, 「변해가네」, 「거리에서」, 「잊혀지는 것」, 「너에게」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그 음악들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간다. 김광석과 동물원, 그들의 노래에 기대어 버티고 지나왔던 시간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의 우리가 누렸던 감정들, 그 시절의 풍경과 온도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야기는 ‘창기’가 예전의 연습실을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룹 동물원의 오랜 멤버인 그는 ‘그 친구’의 기일을 맞아 다시 찾은 연습실에서 추억에 잠긴다.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그 곳은 한 때 다섯 청춘의 꿈과 우정으로 가득 찼던 공간이었다. 데모 테잎을 만들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카세트플레이어 앞에 모여 앉았었고, 친구들과 함께 짝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자신의 사연이 방송되기를 기다리던 그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서로가 처한 상황과 음악적 견해가 달랐던 탓에 갈등을 피할 수 없었고, 두 번째 앨범이 마무리될 즈음 결국 ‘그 친구’는 그룹을 탈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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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변해가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실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김광석과 동물원의 감춰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영원한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되짚는다. 이 이야기를 단순히 흥미로운 사실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것은, 그 속에 관객 자신을 투영하게 되는 까닭이다.

 

그들이 나누었던 감정들이 우리에게도 있었고, 그들과 같은 친구들이 우리 곁에도 머물렀었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는 서툴렀고 그래서 누군가를 떠나 보내기도 했다. 어떤 인연은 되돌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노랫말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변해갔고, 다시는 술 한 잔 기울일 수 없게 된 친구들도 생겨났다. 우리가 김광석과 동물원의 노래 안에서 ‘꼭 내 마음 같은’ 감성을 발견했던 것처럼,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 역시 우리의 지난날과 닮아있는 것이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김광석과 동물원, 그들과 같은 시절을 관통해 온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그때의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그때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오래된 기억과 노래를 나누면서 열심히 살아온 서로를 위로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소중한 재회를 안겨주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공연은 1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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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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