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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집값이 9배 뛴 나라는?
중국 금리 편
한편, 중국 부동산에 대해서 ‘버블이다’와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합니다. 버블 이야기는 나온 지가 수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지요.
요즘 금리가 많이 내려서 은행 이자만으로는 여유 자금을 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행 예금 금리가 1% 중반이니 예전과 비교하면 너무 낮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단순히 금리의 수준이 높은가 낮은가를 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리와 물가를 함께 보시면 더 많은 것들을 보실 수 있게 됩니다.
허무맹랑한 예지만, 옆집에 사는 한 괴짜 박사가 타임머신을 만들었다며 어디든 데려다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0%인 시기로 데려다주세요’라고 외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로 은행의 예금 금리가 10%였다고 하겠습니다. 그 동안 낮은 금리가 지긋지긋했기에 이제는 저축할 맛이 나겠구나 싶어 만세를 불렀고요.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만일 물가 상승률이 15%라면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1년간 이자로 얻은 수익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위의 예에서는 예금하는 순간 마이너스 5%만큼 손해를 보게 되니(예금 금리 10% - 물가상승률 15%) 박사님께 다시 현재로 데려다 달라고 하고 싶겠죠.
이처럼 물가 상승기에는 고정 급여를 받는 회사원과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여 고정된 이자 수익으로 사는 분들은 큰 타격을 받습니다. 이때는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실물 상품에 투자해야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지요. 반대로 돈을 빌린 사람은 빌릴 때보다 화폐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부채의 실질이 감소한 셈이 되어 이득을 봅니다.
그래서 부채가 많은 국가는 일부러 인플레를 일으켜서 국가의 실질 부채를 감소시키려고도 합니다. 이러한 부채 감소 효과는 채권을 산 투자자나 고정 급여를 받는 대부분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 관계가 깨져 다양한 형태로 부작용이 속출합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 국민 간의 상호 견제와 깨어 있는 의식이 필요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금리뿐 아니라, 물가를 고려한 실제 금리를 알아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실질 금리입니다.
“실질 금리 = 명목 금리 - 물가 상승률”
명목 금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금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빼면 우리가 은행에 예금한 돈의 가치가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타임머신의 예에서는 명목 금리 10%, 물가 상승률이 15%이기에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5%가 됩니다. 즉 단순히 금리가 높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물가 상승률도 함께 따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 금리를 봐야 하지요.
그렇다면 한국의 실질 이자율은 어떨까요? 2015년 기준 정기예금 평균은 1.7%였는데 물가 상승률이 0.7%이기에 실질 금리는 1%였습니다. 실질 금리가 1%로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2011년에는 실질 금리가 오히려 -0.3%로(명목 금리 3.7%-물가 상승률 4% = -0.3%) 명목 금리만 보면 지금이 낮지만, 실질 이자율로 보면 지금이 더 높습니다. 즉 지금 예금하면 눈에 보이는 명목 금리가 낮기는 하지만 적어도 실질적인 구매력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 것이지요.
한편, 중국 부동산에 대해서 ‘버블이다’와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합니다. 버블 이야기는 나온 지가 수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지요. 북경, 상해, 심천과 같은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정말 엄청났는데요. 서울 강남보다 두 배 이상 비싼 아파트가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완공 후에도 입주가 안 된 아파트도 꽤 많았는데요. 그런데도 그 옆에 또 다른 아파트가 한창 지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66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반년 이상 전기 사용을 한 번도 안 한 주택이 6,540만 호나 된다고 하니 일단 짓고 보는 미분양 아파트와 빌딩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손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준 중국의 금융기관이 져야 할 텐데요. 지금은 잘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첫째, 현재 중국에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으며, 기존의 노후화된 집에서 현대식 아파트로 이주하고 싶어 하는 욕구 역시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지방정부는 비록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땅을 매각하여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앙정부가 특별히 주의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2015년 여름 중국 주식 가격이 내려가고 위안화의 가치가 2% 떨어지자, 전 세계 주식시장도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그동안 경제 성장으로 중국 내 불만을 잠재웠는데, 경제가 좋지 못하면 아랍의 봄이 일어난 것처럼 체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에 조심스럽고 현명하게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은 중국 GDP에서 제조업(33%) 다음으로 높은 비중(26%)을 차지하기에 주요 성장 동력인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끄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심천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9년 전에 산 집값이 무려 ‘9배’가 올랐다고 했습니다. 9배라니! 저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는데요.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자신은 그냥 평균일 뿐으로, 더 많이 오른 곳도 많다고 말해 제 입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대졸자 평균 월급이 70~80만 원인데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냐고 제가 묻자, 자신은 회사 근처에서 살고 있지만, 집이 없는 젊은이는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살거나 여러 친구가 돈을 모아서 도심의 월세를 내며 생활한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지난 10년 동안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기본 서너 배 올랐는데요, 기존에 집을 가지고 있거나 집값 상승 시기에 매수한 사람은 돈을 벌었지만 그렇지 못한 서민과 갓 상경한 농민공, 시골 사람과의 빈부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습니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를 보면 중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2015년 0.462로 아직도 꽤 높은 수준이지요. (0은 완전 평등 상태고 1은 완전 불평등 상태를 뜻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함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0.307입니다)
중국에서 만난 스무 살 여대생부터 30대 미혼 여성까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자신과 결혼할 남자는 자동차와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여성 분들만 그런 의견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월급은 70~80만 원 선이기에 그들의 월급으로 차를 사고 고가의 아파트를 마련하기는 절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중국의 차량 가격은 세율이 높아 한국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그 정도의 돈을 모으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부모님께서 대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저는 만일 시대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부모님이시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간단히 ‘대출을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평범한 중국의 젊은이들도 결혼을 미룰 정도로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중국의 한 인기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마음에 드는 여성 출연자에게 자신과 함께 자전거를 타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자, 그녀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웃는 것보다 BMW를 타면서 우는 게 더 좋겠어요.”
지금은 그나마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양가의 조부모와 부모님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서 유지되고 있는데요. 점점 커지는 빈부 격차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큰 과제로 보였습니다.
글로벌 금융 탐방기육민혁 저/오석태 감수 | 에이지21
이 책은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 지은이가 각 나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와 각각의 금융 현상을 이자율(금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옆집에 사는 고교생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사촌이, 금융에 문외한인 친구나 형, 누나가 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호기심이 많아 연구하고 직접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아직 지식이 얕고 경험도 일천하기에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실행력으로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옆집 형이나 오빠처럼 편안하고 부담없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넓은 세계에 대해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평소에 경제와 금융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무언가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셨던 분들께 금융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믿고 있으며,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Societe Generale 증권과 HMC 투자증권을 거쳐 지금은 메리츠 종금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육민혁> 저/<오석태> 감수14,400원(10% + 5%)
Everything is Finance 세상사에 금융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이 없고 금융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금융 하면 왠지 배우기 어렵고, 똑똑한 사람만 하는 것 같고, 잘못하면 돈을 다 날릴 수 있으니 ‘그냥 저금이나 꼬박꼬박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금융은 필요에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