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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사회가 정한 길을 따라가야 하나요?
『편의점 인간』, 『빅 보이』
모난 돌로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이 주인공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의정 : 똑똑, 지혜 님 안녕하세요.
지혜 : 바쁜 오후입니다. 창문 밖 세상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네요. 이번에 화제의 소설을 고르셨더군요.
의정 : 화제인 만큼 재미도 보장합니다. 제 책은 『편의점 인간』! 지혜 님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오 재미도 보장! 저는 화가 김태헌의 신작 『빅 보이』 입니다. 표지가 너무 좋아서 골랐는데, 보면 볼수록 소장 가치가 큰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정 : 흠, 그럼 이번에는 특별하게, '소장 지수'는 어떤가요?
지혜 : 100 주고 싶습니다. 누드 양장의 특별한 제본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이라서요. 누구라도 선물 받으면 와! 하고 반할 책입니다. 『편의점 인간』 표지도 좋던데요?
의정 : 누드 양장이면 양장이 옷을 벗나요? 죄송합니다. 출판 용어에 무지해서. 『편의점 인간』 표지에서는 잘 정돈된 편의점의 냄새가 느껴지죠. 동그란 빵과 네모난 우유가 진열된 느낌?
지혜 : 오, 역시 오늘도 표현이! ㅎㅎ 누드 양장을 설명해 드린다면, 표지나 책등이 따로 구분이 없이 만들어진 책인데요. 아, 이게 봐야지 이해가 갑니다. 아차, 예스24 문학MD님이 ‘올해의 책 1권’으로 이 소설을 꼽으셨더라고요. 아시나요?
의정 : 꼽을만합니다. 이 책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일본에서 공신력 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이고요, 상 받은 작품이라고 해서 예술적이고 현학적이고 사회 비판하고 그럴 것 같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묘한 주인공이 묘하게 웃기는 맛이 있어요.
지혜 : 그렇군요. 전 일본에서 상을 탄다면 '서점대상'이 가장 탐나던데. ㅎㅎ 작가가 실제 편의점에서 일했다지요?
의정 : 네, 자전적 소설에 가까운데요, 저자 무라타 사야카는 실제 수상식 날에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와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온화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크레이지 사야카'라는 별명처럼 독특한 캐릭터로도 유명하다고 하죠. 『빅 보이』의 저자는 누구인가요?
지혜 : 김태헌 작가입니다. 매력적인 작가 소개를 소개해드릴게요. "작업 스타일을 없애며 그림과 함께 삶을 확장하고 있으며, 세상에 대한 생각들이 모이면 책을 만들어 사람들과 느리게 소통 중이다." 책에는 10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작가의 단상이 담겨 있는데요. 생각해볼 여지를 주는 문장도 많고 매력이 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요. 드로잉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이 책의 주제 같기도 합니다.
"나의 드로잉은 '별 거 아님'과 '특별함' 사이에 있다. 진지하게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말도 안 되는 썰만 풀다가도, 내가 무언가라도 되는 듯 아주 잘난 척하는 이 모든 사이에도 나의 드로잉이 있다." (33쪽)
의정 : 그런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지만 그 사이 어딘가? 모호하네요. 『편의점 인간』에도 묘~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아주 골때리는데요. 초반 줄거리 소개를 해도 될까요?
지혜 : 물론입니다.
의정 : 주인공 게이코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와 덜그덕 거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지혜 : 오. ㅎㅎ 주인공으로는 매력적이군요.
의정 :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게이코에게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친한 사람이 슬퍼하거나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 게이코는 입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죠. 그러나 우연히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점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편의점 안에서는 누구도 자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해주는 거죠. 그렇게 18년 동안 같은 편의점에서 일합니다. 점장이 여덟 번 바뀔 때까지요.
지혜 : '동등한 사회의 일원' 밑줄 쫙 그을게요. 18년이라니, 대단하군요. 요즘 저는 한 회사에 10년 있으신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던데요. 사람도 그렇지만 회사도?
의정 : 그렇죠?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도 아닌 곳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오랫동안 일하는 주인공에게 사회는 또 다시 안 좋은 눈길을 보냅니다. 모난 돌로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이 주인공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결론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지혜 : ㅋㅋ 물론 비밀로 하셔야지요. 소설의 결론, 좋네요! 동의합니다. 갑자기 열정 페이도 막 생각나고 그러네요. 김태헌 작가의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보실래요? 작가는 소백산 밑에서 태어나 서울 봉천동으로 올라와 서울에서 미술 작업을 하다, 결혼 후 성남으로 들어갔고 다시 경기도 광주 무갑산 아래에 집을 지어 살고 있어요. 또 청주 고은리에 빈집을 빌려 한 발 걸쳐 놓았고요. 유목적 삶이라고도 볼 수 있죠. 유목적 삶 어떻게 생각하세요?
의정 : 저는 정주적 삶이 좋습니다. 물론 머무르는 곳이 편하고 안전해야 하겠지만요. 갑자기 『한국이 싫어서』도 생각나네요. 사회에서 '보통 인간'이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지혜 : 후후, 저 역시 유목은 감당을 못합니다. '생활여행자'도 생각나고. <채널예스>에서 ‘남녀, 여행사정’을 연재 중이신 백종민 김은덕 부부도 생각나네요. 김태헌 작가는 이렇게 또 말합니다.
"조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생활을 택했다. 그러한 변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가고 또 많은 것을 안겨다 주었다. 손익을 따지자면 밑지는 장사는 아닌 듯싶다. 그래선가 나는 계속 이 남는 장사를 좀 해볼 생각이다."
지혜 : 좋더라고요. 이 말.
의정 : 저도 책 여기저기 인상 깊은 문장에 포스트잇을 붙였는데요.
점장도, 점원도, 나무젓가락도, 숟가락도, 제복도, 동전도, 바코드가 찍힌 우유와 달걀도, 그것을 넣는 비닐봉지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의 것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줄곧 있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그것이 ‘변함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66쪽)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6쪽)
하지만 제 인생이 강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인생을 똑같이 공격하면 마음이 다소 개운해지는지도 모른다. (110쪽)
지혜 : 『빅 보이』를 읽으면서 원작도 물론 중요하지만, 편집,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첫눈에 예뻐서 고른 책이기도 한데, 이 글과 이 그림을 굉장히 평범한 편집과 제본과 디자인으로 만들었다면, 아! 생각도 하기 싫더군요.. 종이도 그렇고요. 이 책을 편집한 출판사 관계자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의정 : 아직 보진 못했지만, 지혜 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분명 좋은 책이겠지요.
지혜 : 인쇄도 잘돼서 그림 작품을 소장하는 느낌이 들어요. 『편의점 인간』 번역은 어땠나요? 김석희 선생님이 하신 걸로 알아요.
의정 : 좋은 번역은 보이지 않는 번역이라고 한다면, 분명 좋은 번역입니다. 눈에 걸리지 않고 술술 넘어갔어요. 다만 조몬 시대(?文時代, 신석기시대 일부를 뜻하는 일본어)를 그대로 '조몬 시대'로 번역하기보다 의역도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아, 소설에 게이코 말고 다른 주인공도 나오거든요. '시라하'라는 남자인데, 이 남자가 참… 웃깁니다. 짜증나는데, 지질함이 정도를 넘어서니 웃기더라고요. 보세요 여러분.
지혜 : ㅋㅋㅋ 꼼꼼히 읽으셨군요. 우리가 이 코너에서 소설을 처음 소개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일본 젊은 작가의 책은 재밌죠. 관심이 많이 갑니다. 저자 분 나이는 몇 살입니까?
의정 : 소설로는 단편 모음집이었지만 『다행히 졸업』이 있었죠. 79년 생입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치면 마흔 언저리겠네요.
지혜 : 아핫, 역시 기억력은 나이를 따라가나요. 그렇군요. 제가 79년생 선배들까지는 나름 친했는데, 그 분들이 벌써 마흔이 되는군요. ㅎㅎ 잠깐 옆길로 샐게요. 오늘 오전에 꼰대 안 되는 법이라는 기사를 읽었어요. 의정 님은 꼰대가 안 될 자신이 있나요?
의정 : 자신 없습니다. 최선은 다해봐야겠죠
지혜 : 최선, 중요하죠. 노력 말고 최선. <한겨레>에서 읽은 기사였는데요. 꼰대 방지 10계명을 소개했어요. 두 개가 기억에 남더군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
의정 : 꼰대라는 말도, '이 나이라면 응당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요? 왜 자신이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냐고 윽박지르는 사람은 대개 꼰대라고 불리는 것 같아요.
지혜 : 사실 모든 기준이 다 맞는 건 아니죠. 다만, 꼰대는 뭔가 자신이 위에 있다, 갑이다, 연정자다! 뭐 그런 뉘앙스가 짙은 것 같긴 해요. 아직도 이 사무실에서는 공사장 소리가 많이 나네요. 요즘 추운데, 괜찮습니까?
의정 : 추우니 편의점에서 따끈한 꿀물 하나 들고 퇴근하면 좋겠습니다. 막판 소소한 샛길. 지혜 님의 편의점 페이보릿 메뉴는?
지혜 : 편의점 음식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ㅎㅎㅎ 대학생 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잠시 했는데, 사장이 자꾸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 우유를 가져가라고 해서 짜증났어요. ‘네 아들이나 먹여, 나 배 안 고파, 좀 제대로 된 것도 좀 주면서 주던가’ 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안 먹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랬죠. ㅎㅎ
의정 : 전 학교 매점에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건 이름이 앞에 오게 진열하는 걸 '페이스업'이라고 하는데, 한참 진열하고 돌아보면 모든 게 질서정연해서 뿌듯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5분 후면 배고픈 좀비 같은 학생들이 모든 걸 쓸어가고는 했죠. 여튼,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지혜 : 페이스업, 아흑. 처음 듣는 단어입니다. ㅎㅎㅎ 네, 마무리 해야지요. 우리 독자 분들은 바쁩니다.
의정 : 바쁘지만 식사는 챙기시고, 갑자기 추워졌으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요.
지혜 : 그런데 그거 아세요? 오늘 우리가 선택한 책 두 권의 공통점.
의정 : '보이'와 '인간'인가요?
지혜 : 정답! 뭐가 더 큰 것인가? 큰 것이 좋은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드네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의정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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