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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거지 같고 아름다운 학창시절
『고딩 관찰 보고서』, 『다행히 졸업』
십 년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발견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는 책입니다. 크으... 제가 소개했지만 감동. 여러분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의정: 안녕하세요 지혜 님, 나른한 오후입니다.
지혜: 나른하면서 분노가 치미는 요즘이네요.
의정: 시절이 하수상하죠. 아이들에게 미안한 나날입니다.
지혜: 그렇지만 또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해야겠죠. 일상은 중요하니까요. 그나저나 금주의 ‘왜이책’은 고르셨나요?
의정: 네, 시절이 이럴수록 우리는 더 좋은 책과 좋은 글을 소개하는 게 의무겠죠. 이번에 소개할 책은 고등학교 교사가 쓴 생활밀착형 학생 보고서, 『고딩 관찰 보고서』 입니다. 제목은 이렇지만 정말 보고서는 아니고요, 보고서 정말 마음에 들 책입니다.
지혜: 의정 님 추천이라면 언제나 신뢰가 갑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비슷한 책을 골랐습니다. 제목은 『다행히 졸업』, 김보영 작가가 직접 기획해서 출판사에 제안해서 나온 책입니다.
의정: 호오, 어쩐지 간신히 졸업한 제 학창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무슨 내용인가요?
지혜: 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등 ‘소설가 9인의 학교 연대기’를 다룬 소설집입니다. SF 작가 김보영 님이 기획한 책인데요. 각기 다른 연령대의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쓴 작품입니다. 후기를 보니, 섭외할 때 "당신의 학창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를 물었다고 하더군요.
의정: ㅋㅋㅋ 그렇죠. 학창 시절이 마냥 아름답고 즐겁지만은 않죠. 제가 고른 책의 저자도 적나라하게 고등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을 세세히 관찰한 에세이인데 표현이 아주 찰집니다.
지혜: 찰지다?! 오호! 재미 지수가 궁금합니다.
의정: 90, 95 둘 중 고민했는데요. 더 많은 분이 흥미를 갖고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담하게 95점 드렸습니다. 표현들이 급식에 한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촉촉한 탕수육 급이에요.
지혜: 와, 되게 궁금하네요. 제목도 좋은데요. 권유 지수와 함께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인지도 알려주세요.
의정: 권유 지수는 80점. 교육 환경 일선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학생과 교사에게 특히 강추, 그리고 학교를 경험했던 모든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차, 지혜 님의 책은 소설집이잖아요. 가장 마음에 든 작가의 소설은 무엇이었나요?
지혜: 정세랑 작가님의 「육교 위의 하트」, 굉장히 재밌었고요. 장강명 작가님의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도 현실적이어서 좋았습니다. 두 분 다 좋아하는 소설가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을 기획한 김보영 작가님의 아이디어에 존경을 표하고 싶네요. 그래서 재미 지수는 90이고요. 권유 지수는 80입니다. 저도 학생, 교사, 부모까지 꼭 읽었으면 합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필독서로 좀 다루고 학생들이 함께 리뷰해도 좋을 소설입니다.
의정: 지혜 님의 이런 강력 추천이라니, 오늘 독자님들 장바구니에 책 두 권 더 담기겠네요(물론 제 추천 책도 포함해서)
지혜: 하하하. 과연 그럴까요? 제가 책을 읽다가 밑줄 치는 게 취미인데요.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제 학창시절이 그렇게 거지 같진 않았는데 말이죠. 『고딩 관찰 보고서』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도 궁금합니다.
의정 : “교과 교사로 들어갈 땐 떠드는 애들이 거슬린다. 밉다. 짜증난다. 그런데 담임교사일 땐 다르다. 옆에 있는 애랑 떠들다가 걸리는 거 좋다. 아, 다행이다. 우리 반 전원이 그랬으면 좋겠다. 친구랑 떠들다가 선생님께 혼나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어떤 아이도 '혼자'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215쪽)
“그때까지 나는 고1 국어를 웬만하면 안 맡으려고 발버둥을 쳐 왔다. 그 이유는 동료 교사들에게는 오랫동안 비밀이었는데, 정철의 「관동별곡」을 가르치기 싫어서였다.” (161쪽)
보시는 문장처럼, 저자는 국어 교사이지만 허점이 있고 아이들을 미워하기도 하죠. 하지만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득실득실 대는 학교의 면면을 명쾌하고 섬세하게 풀어내는 글솜씨가 좋습니다.
지혜: 솔직한 선생님이시네요. 왠지 학생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범생은 안 좋아할 타입이고요. 책을 읽으면서 의정 님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하셨나요?
의정: 네. 선생님이 이렇게 예리한 눈으로 학생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니, 자다가 이불을 차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저도 어느 선생님한테는 이상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학생일 수도 있었겠죠 흑흑. 하지만 반대로 저를 이렇게 사랑의 눈길로 쳐다보는 선생님이 있었다니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혜 님은 어떠셨나요?
지혜: 존경하는 선생님이 딱 한 명 있었고, 그 외 선생님들은 거의 싫어했어요. 존경했다기보다 사실 절 예뻐해 주셔서 좋아했던 것 같고요. 좀 아쉬워요.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일이요. 아차, 저를 싫어했던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뿔테 안경을 썼던 김뻔뻔 수학 선생님. 반장 아이만 너무 편애하셔서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선생님, 선생님은 왜 조 모양만 좋아하세요?"라고 소리 지른 적도 있어요. 이후에 많이 찍혔죠. 저는 모범생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의정: 조 모양 보고 계십니까? 잘 지내고 계시나요? 오겡끼데스까!
지혜: ㅎㅎ 기억에 남는 일화가 또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너무 시끄럽게 노는 시끄러운 남자아이들에게 화를 좀 냈더니, 전교 남자 짱이 여자 짱한테 "야, 지혜 좀 손봐라"라고 한 거예요. 다행히 전 여자 짱의 단짝이랑 좀 친해서 그 친구가 "지혜, 그런 애 아니야"라고 했다죠. 덕분에 맞진 않았고요. 이게 1990년대 초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무섭네요.
의정: 와우, 지혜 님이 말로만 듣던 17대 1의 주인공이 되셨을 수도 있었겠네요. 하여튼, 두 책 모두 고등학교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게 해주는 역할도 하네요. 표지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책 표지, 자신 있습니다.
지혜: 전 표지가 안 예쁘면 아예 책을 보지 않습니다. 저도 자신 있어요. 의정 님은 어떤 면이 마음에 드시나요?
의정: (사전에 먼저, 남성 미성년자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솔직히 고등학생 남자애들은 인류보다는 유인원에 더 가깝잖아요? 그런 인류학적(?) 특성이 잘 나타난 표지라고 생각합니다.
지혜: 하하, 이게 의미가 있는 표지였군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정: 의미를 몰라도 귀엽지 않습니까. 수줍은 유인원이 편지를 건네는 모습이라니. 미워할 때도 있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학창시절이 떠오릅니다.
지혜: 그런데 잘 봐야 보여서, 약간 아쉬워요. 『다행히 졸업』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요. 최진영 작가님 작품이라고 합니다. 답답한 학교생활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의정: 그러게요. 학교 앞 떡볶이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인지 눈에 결기가 느껴지네요.
지혜: 『다행히 졸업』의 저자가 총 아홉 명이잖아요. 마지막 장에 각자 후기를 썼는데, 역시 위트가 있는 작가들이라서 짧지만 재밌어요. 별사탕 먹는 느낌. 하나 소개하자면 「나, 선도부장이야」를 쓴 김상현 작가님은 기획자 김보영 작가님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자랑이 사실이었다니 ㅎㅎㅎㅎㅎ 너무 재밌어서 멈추지도 못하고 봤습니다." 정말 궁금하지 않습니까? 작가가 극찬하는 작품이라니. 김상현 작가님은 이 문자를 영구 보존하고 있다고 하네요. 귀여운 작가님이실 것 같아요.
의정: 지혜 님이 후기를 소개했으니 저는 글쓴이의 서문을 소개하고 싶네요. 글쓴이는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나오는 대사를 인용합니다. 배우 백윤식이 어떤 여자애와 무심하게 대화하다 '너 자세히 보니까 예쁘다'라고 하죠. 그러자 여자애가 그럼 자세히 안 보면 어떠냐고 묻습니다. 백윤식의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세히 안 보면? 모르지. 사람은 자세히 안 보면 안 보인다."
지혜: 와.........................우!
의정: 이 문장이 책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십 년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발견한 사람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는 책입니다. 크으... 제가 소개했지만 감동. 여러분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지혜: 저 좀 심하게 낚인 것 같고요. 저도 밑줄 친 문장을 끝으로 소개할게요. 「환한 밤」을 쓰신 김아정 작가님의 작가 후기에 실린 문장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말이 없는 아이였지만 사실은 속에 많은 말들을 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누구의 권유도 강요도 아닌,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내 안에 있던 말들을 꺼내 하룻밤 꿈으로 일궈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삶에 하루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꿈을 키워 가며 다행히 졸업했다." 저는 학교에서 말 없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짝꿍이 말 좀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생각보다 얼마 없거든요.
의정: 오늘은 지혜 님과 제가 생각이 맞았네요. 말 많은 세상 속에서 말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말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그럼 독자들은 사회 뉴스 때문에 피곤하실 테니, 길게 얘기하지 않기로 하죠.
지혜: ㅎㅎㅎ 그래도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1화에 대한 주변 반응이 있었나요?
의정: 음, 사진이 추워 보인대요. 반팔이라서. 이 싸람들이 읽으라는 글은 안 읽고. 다음 화에는 사진을 바꿔서 돌아와 보겠습니다.
지혜: 전문가 포스 풍기고 좋던데요 뭘. 전 "두 사람 참 엉뚱하다. 은근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우리 합이 그리 나쁘진 않은 듯합니다.
의정: 저희야 워낙 정의롭고 지혜롭지 않겠습니까 음화화.
지혜: 어쩌다 우리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부모님 원망. 주르륵.
의정: 이름하고 반대로 간다는 속설이 정말인가 봐요 주룩주룩. 정의나 지혜는 몰라도 재미는 가져가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정말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지혜: 예, 어여 퇴근합시다. 오늘은 노홍철 버전으로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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