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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케이팝의 최상 브랜드지만…
엑소 〈EX’ACT – The 3rd Album〉
〈EX’ACT〉는 유려한 만듦새와 트랙 구성을 통해 음반 단위의 가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만을 남긴다.
현 케이팝 시장에서 엑소의 브랜드는 최상급이다. 멤버 이탈, 열애설 같은 스캔들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SM 스테이션(SM STATION) 등을 통해 발매된 멤버 개인의 디지털 싱글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고, 신보는 발매 전 선주문만으로 일찌감치 올해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엑소의 시대’다.
이들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EX’ACT〉는 사운드 측면에서 이전까지의 활동과는 궤를 달리한다. 과거 「으르렁」을 제외한 팀의 노래 대부분이 폭발적 마니아 결집에 주력했다면, 신보는 최신 전자음과 비트로 적극적인 타깃 확장을 노린다. 하우스 등 EDM을 주재료로 한 댄스 곡들과 중반부터 배치한 산뜻한 일렉트로 R&B 곡들이 고루 매력적이다. 트랙과 사운드 구성만 보면 언뜻 저스틴 비버의 근작 〈Purpose〉와도 닮아있다. 음악적 완성도로는 여태까지 그룹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매끄럽다.
하늘을 찌르는 팀의 위상과 고품질의 음악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성취는 절반에 그친다. 그마저도 공을 세운 것은 전적으로 프로덕션이다. 음반에서 멤버 개개인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그렇다고 유니슨(unison)과 하모니에서 엑소만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앨범 내 인상적인 순간은 온통 잘 만든 사운드와 균형 잡힌 트랙 배열에 쏠려있다. 근본 원인은 가수의 저조한 실력이다. 혁신에 가까운 음악의 진보도 무색무취의 가창과 발전 없는 일차원적 랩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한류 제왕이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다.
열악한 표현력을 논외로 한다면 음반의 짜임새는 비교적 튼튼하다. 전반부 댄스 곡들을 지나 「Cloud 9」에서 「유리어항(One and only)」으로 이어지는 R&B 트랙들의 끈끈한 유기성이 탁월하다. 특히 각각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선명한 멜로디를 전개한 「Heaven」, 「백색소음(White noise)」이 칭찬할만하다. 반면 「Cloud 9」, 「유리어항(One and only)」은 퀄리티와 별개로 소화력의 층위에서 개운하지 않다. 가수가 가진 역량의 한계에 부딪혀 노래의 잠재력이 100% 발현되지 않은 인상이다. 타이틀곡 「Monster」의 힙합 비트, 공격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질감은 「중독(Overdose)」을 계승하지만 선율의 힘은 이전만 못하다.
음반에서 주목해야 할 노래는 또 다른 타이틀곡 「Lucky one」과 「They never know」다. 매력적인 팝 멜로디와 댄서블한 디스코 리듬을 지닌 「Lucky one」은 「Love me right」에 이어 팀에 캐릭터를 부여하며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한다. 「They never know」에서는 R&B 감수성과 EDM의 요소를 흥미롭게 결합시켰지만, 틀에 박힌 가창이 노래를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긴다.
유능한 제작진을 앞세워 좋은 음악을 갖추는 것만으로 훌륭한 앨범이 나오지는 않는다. 매끈한 음악을 구비하고도 이를 십분 살리지 못한 것이 음반의 낙제점이다. 언젠가부터 답보 상태인 보컬과 랩핑의 능력치가 팀의 진일보를 가로막는다. 〈EX’ACT〉는 유려한 만듦새와 트랙 구성을 통해 음반 단위의 가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만을 남긴다. 해를 거듭할수록 찬란해지는 특급 네임 밸류도 음악적 성장 없이는 무의미하다.
2016/06 정민재(minjaej92@gmail.com)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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