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쏜애플은 최근 ‘자궁 냄새’라는 어휘 사용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소속사의 미흡한 대처, 때가 때인지라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여성혐오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굳이 짚어보고 싶은 것은 보컬 윤성현의 당시 사과문이다. 어딘가 횡설수설 요점이 잘 잡히지 않는 그 글을 계기로 여태까지 애써 문학적 허용으로 넘겨두었던 쏜애플의 노랫말에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한다.
꼭 <서울병>이 아니라도 쏜애플의 가사들은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거칠게 말하자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비유, 상황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고 사건과 감정만을 묘사하는 가사가 뒤섞였다. 현학적인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 가사지만 작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인터뷰나 공연 등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이들의 노래에도 분명한 내러티브와 주제는 있다. 다만 그를 중의적인 표현으로 덮어두는 것일 뿐.
예술 작품에서 넓은 해석의 다양성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쏜애플의 가사는 그 양태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다소 과한 어휘나 의성어 사투리 그리고 난해한 비유로 심의를 흩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문학적으로 탁월하다거나 커다란 공감을 일으키는 가사는 분명 아니다. 작자의 설명이 부가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은 때로 그 작품 자체를 비어 보이게 만들곤 한다. 유감스럽게도 <서울병> 역시 가사만큼은 똑같은 길을 걷는다.
다만 신보에는 감히 격하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인다. 8분이란 시간을 중심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로 짜낸 「석류의 맛」에서 쏜애플은 한층 진일보한 역량과 곡 구성 능력을 선사한다. 후반부 느린 템포를 구사하는 「장마전선」과 「서울」에서는 밴드가 기존에 선보이던 발라드와 달리 캐치한 멜로디를 거부하면서도 기조를 잃지 않는 뚝심을 보인다.
음반과 공연에서도 보아왔듯 쏜애플은 그 특유의 사이키델릭 사운드 제조에서도 퍼포먼스에서도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 장점이 덕이 되어 인지도와 더불어 음악적 성과로 나타난 것일 테다. 그러던 쏜애플이 어느 순간 맛만 좋은 불량식품처럼 느껴진다면 심한 비약일까?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구설수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오래전부터 지지해오던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2016/05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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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은 기묘하고도 위태롭고 애처로운 각종 병기(病期)에 관한 이야기다. 소통의 단절, 불안, 고립, 권태 등 스스로 좀 먹는 감정과의 싸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부와 외부의 극명한 온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