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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레빗, 더욱 풍부해진 어쿠스틱 감성
멈추지 않고 변화의 세를 유지한다는 사실
변화를 통해 제이 래빗은 가벼운 분위기를 잃었지만 힐링과 감성을 뛰어넘었습니다. 틀을 넘어선 그들의 음악이 흥미롭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하며 들어보세요. 제이 래빗의 < Stop & Go >입니다.
제이 래빗(J Rabbit) < Stop & Go >
제이 래빗의 < Stop & Go > 리뷰를 하기에 앞서 이들의 이전 영상을 찾아보았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커버 곡들부터 라이브 영상 그리고 케이블 프로그램 < 밴드의 시대 >까지. 한 명의 보컬과 한 명의 연주자가 이룬 소박한 차림에도 그들이 밟아간 궤적은 다면적이고 깊다. 무엇보다 정혜선의 풍부한 성량은 음악의 손과 발이 되어 광활한 표현력을 얻었고 연주자 정다운의 악기 운용 역시 안정적이다. 왜소한 편성을 능란하게 극복하면서 이들은 다른 듯 그저 그런 인디 음악계에서 우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신보가 놀라운 점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변화의 세를 유지한다는 사실에 있다. 아바(ABBA)의 「Thank you for the music」을 연상시키는 「낭만여행」의 후렴구를 들으며 제이 래빗의 초점이 어떤 곳을 향하는지 가늠해 본다. 그저 포크나 어쿠스틱이라는 익숙한 수사뿐만 아니라 1970년대 올드 팝 혹은 CCM부터 가스펠에 이르는 다소 빛바랜 화젯거리까지 꺼내들은 것이다. 이들에게 익숙하던 치유라는 표찰 위에 외연은 알게 모르게 바뀌고 있었다.
힐링과 감성을 안았던 인디 팝들이 포화의 영역을 맞닥뜨리며 한계를 드러내는 지금, 제이 래빗은 길을 살짝 비틀어내는데 성공했지만 변화한 포맷을 온전히 감당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작 < Looking Around >가 원테이크 방식과 짧은 길이의 수록곡들로 몰입하기 쉬운 음악을 만들어낸 것에 반해 신보는 동일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확장된 악기 편성을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전체적으로 곡들이 부피가 커지면서 제이 래빗만의 가벼운 분위기는 사라졌다.
중간 중간 발라드 곡의 삽입으로 완급 조절을 꾀하고 「Round & round」같이 멜로디가 공로를 세우는 순간도 있지만 정혜선의 보컬 외에는 수록곡들을 이끌어나가는 동력이 부족하다. 「쉬어 (Stop & go)」에서 불현듯 기타가 힘을 실을 때에 이르러서야 노랫소리를 제외한 다른 악기들이 가지는 존재감을 확인하지만 이미 앨범이 종반부에 도착한 뒤의 일이다.
음반이 지닌 일련의 변화들이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산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작법의 측면에서는 바닥을 드러내던 어쿠스틱 음악에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 비록 그것이 만족스러운 형태로 발현되지는 않았지만 음악적인 선택지는 훨씬 늘어났다. 제이 레빗은 인터넷 영상을 통해 스스로 다양한 커버 곡을 발표했던 것처럼 신작을 통해 여러 장르를 내재화하고 있다. 아마추어리즘의 형태로 발아한 두 음악가는 힐링이라는 구태의연한 메시지가 나아갈 행로를 열었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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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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