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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살아남기 위한 극한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모든 살아남고자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수도권 인근 도시인 화양시. 인구 29만의 이 도시에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발발한다. 최초의 발병자는 개 번식사업을 하던 중년 남자. 신종플루에 걸렸던 이 남자는 병에 걸린 개에 물린 이후로 눈이 빨갛게 붓고 폐를 비롯한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인다. 이 남자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을 중심으로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고 삽시간에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눈이 빨갛게 변하며 며칠 만에 돌연사 한다. 응급실의 간호사 수진과 소방대원 기준은 점차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소리 나는 책
오늘 소리 나는 책에서는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시간에서 전해드린 『28』 을 읽어드릴까 합니다. 2주의 시간동안 정유정 작가님과 함께 전해드린 이야기가 책에서는 어떻게 남겨져 있는지 몇 구절 전해드리겠습니다.
야당과 진보진영은 대통령의 선제적 조처를 두고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초유의 사태이자 부활한 20세기의 독재망령이라고 규정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함에도 정치 편의주의적인 발상과 국민의 불안감을 등에 엎고 과다대응책을 써서 29만 명 화양시민을 고통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격리하고 방역 대책을 썼다면 이렇듯 걷잡을 수 없이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보건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힐난했다. 화양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질병 관리본부 현장 요원과 전문가들을 투입해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각각 격리 수용함으로써, 내부의 감염을 차단하고, 헬기로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충분히 보급하라고 요구했다. 타당하고 옳은 요구였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문제지. 날씨는 매일같이 영하 15도를 밑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일상을 완전히 중단시키고, 각자의 거처에서 끌어내 어딘가에 집단수용을 하려면 의식주에 대한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했다. 수용장소로 제시된 학교나 공공건물은 29만을 담아 넣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시민들이 완전히 격리 당하지 않을 경우, 그 혼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분리하고 관리할 수많은 현장 용원은 어찌 충원할 것인지에 대해서 분명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28』 (정유정/은행나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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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