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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우리. 그 작은 깨달음을 전하는 시와 그림
삶을 보다 자유롭고 통쾌하게 멋지게 한번 놀아보자!
30년간 산중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며, 있으면 있는 대로 세상과 나누는 집착과 소유를 떠난 길 위의 삶. 자유로운 삶의 표상으로 비워 사는 기쁨을 노래하는 허허당 스님은 산속 명상에서 얻은 맑은 기운을 시와 그림에 담아 간절한 마음으로 삶의 길을 찾고 있는 뭇 사람들의 타오르는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해준다.
소리 나는 책
오늘 소리 나는 책에서는 2주간 ‘책, 임자를 만나다.’에서 소개해드린 모옌의 <개구리>를 읽어드리려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석탄을 먹는 장면이나, 소설 속 고모가 주인공의 아내를 잡으러 가는 장면 등, 소설 속 중요한 장면들을 들으면 소설의 분위기를 느껴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는 석탄더미 앞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마치 지질학에 심취한 사람들이 기이한 광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폐허에서 먹이를 찾는 개들처럼 코를 벌렁거렸습니다. 여기서 우선 천비에게, 그리고 왕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겠습니다. 제일 먼저 석탄더미를 집은 사람은 바로 천비였으니까요. 천비는 코끝에대고 냄새를 맡더니 마치 뭔가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천비의 주먹코는 언제나 우리에게 웃음거리였습니다. 그애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것같더니 손에 쥐고 있는 석탄을 커다란 석탄덩이위에 세차게 내리쳤습니다. 석탄이 소리를 내고 부서지면서 향긋한 냄새가 주위에 퍼졌습니다. 천비가 작은 석탄더미를 하나 들어올리자 왕단도 따라서 하나를 들어 올렸습니다. 그가 석탄을 혀로 햝아서 맛을 음미하더니 눈알을 뱅그르르 돌리며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왕단도 천비를 따라서 석탄을 햝더니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두 아이는 이내 서로 바라보며 베시시 웃으며 약속이나 한 듯이 조심스럽게 앞니로 석탄을 갉아먹어보더니 다시 덥썩 한 입 베어물어서 신나게 씹어먹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 (모옌/민음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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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산이라면 망설이지 마라 산이 높다고 마냥 쳐다보기만 할 것인가 가라 | ||
관련태그: 허허당 스님,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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