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퍼스(The Choppers) <Common Sense>
뒤로 빠진다거나 적당히 배배 꼬지 않는다. 크래쉬와 나티의 기타리스트 윤두병을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 차퍼스의 데뷔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울림으로 가득하다. 트렌드에 민감하지도 않고, 세련된 맛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중후한 맛은 20세기 헤비메탈에 대한 향수를 곧바로 소환해낼 정도로 강력하다. 나티 시절의 둔탁함과 저돌성은 줄었으나 감각적인 기타 리프와 찰진 그루브감은 과거 판테라 같은 미국 헤비 메탈 사운드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앨범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Common Sense>는 이러한 기조 위에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00% 한글로 써진 가사들은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라인이 합쳐져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범한 성과를 이룬다. 태생이 불분명한 수많은 메탈 사생아들 가운데서, 순혈 한국의 핏줄을 지닌 앨범은 독보적이다.
정치권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그대로 옮긴 「여의도 소야곡」 , 물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는 「Show me the money」 , 환경 파괴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을 그린 「비명」 을 보라. 현재 그 어떤 아티스트가 이렇듯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냈단 말인가. 20년 이상 이 씬에 투신한 큰형님의 노랫말은 일반 대중들뿐만 아니라 주체적이지 못한 현 아티스트들을 뜨끔하게 만들 엄중한 충고다.
분노에 가득한 시선은 이윽고 따뜻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버려진 반려동물의 아픔을 노래한 「기다려」 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기타 제조사 콜트 노동자들을 위한 「Guitar paradise」 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과 지지다. 지친 현대 사회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격려로 가득한 「친구」 와 「건배」 까지 오게 되면 밴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멋지고 잘나가는 형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SNS를 통한 소셜 펀딩,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팬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앨범이기에 그 지향점이 대중을 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말은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는 것이며,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
<Common Sense>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누가 보아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이 땅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공의 생각’이다. 한 길에 대한 우직한 고집과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생각이 함께한 결과가 척박한 토양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영글어냈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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