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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구 종결자! 김영삼부터 신수지까지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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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로야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시구(始球)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지만 그 시작이 아름답지는 않았던 셈이지요. 프로야구 출범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소위 ‘3S(Screen, Sex, Sports)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볼 거리’들을 풀어놓자는 의도였지요. 돌커브 여덟 번째는 그 시작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이벤트가 된 시구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시구(始球)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국민 스포츠가 되었지만 그 시작이 아름답지는 않았던 셈이지요. 프로야구 출범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소위 ‘3S(Screen, Sex, Sports)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볼 거리’들을 풀어놓자는 의도였지요. 허구연 해설위원의 회고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당시 MBC 이진희 사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더 얻기 위해 그리고 ‘라이벌’인 KBS 이원홍 사장을 이기기 위해 기획한 거대 프로젝트였습니다. 세간에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측근들의 충성경쟁으로 탄생한 것이지요.

누가 주도했건 중요한 건 야구가 정통성 없는 정권의 불순한 의도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개막전 환한 웃음을 지으며 시구하던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모습에서 드라마틱하게 드러납니다. 야구사(史)가들은 시작부터 얼굴을 찡그릴 수 밖에 없게 된 거죠. 시구의 시작이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것은 야구팬으로서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돌커브 여덟 번째는 그 시작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지만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이벤트가 된 시구 이야기입니다.

그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전두환 시구’ 외에 제 기억에 가장 인상적인 시구는 LG 트윈스와 태평양 돌핀스가 맞붙은 94년 한국시리즈 개막전입니다. 잠실에서 벌어졌던 1차전 시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깜짝 시구’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등장하자 모든 관중들이 소위 ‘깜놀’한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사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실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 주요 업적들을 ‘깜짝쇼’로 진행했습니다. 측근들에게 ‘깜짝 놀랬제?’ 하면서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즐겼다고도 하지요.

어쨌든 이 시구는 대성공이었습니다. 94년이면 문민정부 집권 2년차, 앞서 말씀 드린 집권 초의 하나회 청산이나 금융실명제 등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았던 시절입니다. 관중들이 모두 ‘김영삼! 김영삼!’을 외칠 정도였으니까요. 시구를 하는 순간만큼은 ‘김영삼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짐작컨대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이 장면을 잊을 수는 없을 겁니다. 텔레비전으로 그 장면을 보던 제가 놀랄 정도로 관중들은 모두 ‘김영삼!’을 크게 외쳤습니다. 물론 이 시구를 기점으로 95년 집권 3년차가 되면서 김영삼 정부는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끝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IMF 외환위기였죠. 야구명문 경남고 출신 대통령은 이렇게 정권, 그리고 자신의 정치인생 정점을 시구로 통과하게 됩니다.



연예인 시구 중에는 아무래도 ‘홍드로’ 홍수아의 시구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예인 특히 여자 연예인 시구는 홍수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임팩트가 컸던 시구였죠. 이전까지 여자 연예인들은 시구를 한다고 나와도 하이힐을 신고 나와 공은 던지는 둥 마는 둥 했었지만 홍수아는 운동화를 신고 폼도 제대로 공부하고 나와 공도 제법 멀리 던졌습니다. 이때 생긴 별명이 바로 메이저리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에서 따온 ‘홍드로’입니다. 홍수아 이후부터는 적어도 하이힐을 신고 시구하러 나온 연예인들은 없어졌습니다. 탤런트 박신혜 같은 경우는 랜디 존슨에 빗대 ‘랜디 신혜’로 불리기도 했지요.


가장 최근에 기억에 남는 시구는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입니다. 리듬체조 선수 출신답게 화려한 퍼포먼스로 미국에서까지 화제가 된 시구였죠. 나름대로는 신선한 시도였고 이를 진행한 두산 베어스 프런트는 만족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신수지 이후’였습니다. 신수지의 시구가 화제가 되자 다소 무리한 퍼포먼스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시구의 가치와 의미를 망각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뜬금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구도 엄연히 야구경기의 일부분입니다. ‘원맨쇼’하는 데가 아니라는 것이죠.


말이 나온 김에 시구 관련하여 각 구단 프런트와 KBO에 한 말씀 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시구도 엄연히 야구경기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두 개의 요소 ‘감동’과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감동과 재미의 비율이 5:5 정도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2:8 정도로 재미 혹은 화제성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재미와 화제성의 질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언론 보도 때문에라도 연예인을 섭외해야 한다면 뭔가 스토리나 사연이 있는 연예인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는 팀도 없고 야구도 거의 모르는 고만고만한 아이돌들이 나와 공만 달랑 던지고 사라지는 시구는 이젠 좀 지겹습니다. 저는 올시즌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 시구는 한화 이글스가 13연패 후 시즌 첫 승을 기록하던 날 눈물을 흘리던 일반 팬이 하던 시구였습니다. 생각컨대 아이돌 시구 기사보다 이 시구 기사가 조회수도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각 구단 프런트들의 ‘생각 전환’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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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용훈

서울 출생으로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자칭 ‘C급 동네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시즌 중에는 퇴근하면 바로 TV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비시즌에는 야구 책을 뒤적이며 허전함을 달랜다.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생맥주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저서로 『프로야구 감독열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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