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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산다는 것
존재만으로 “문학에서의 한 사건”이라 일컬어지는 실비아 플라스. 그녀의 단 한 편의 소설!!
이 소설은 1953년 여름, 실비아 플라스 자신의 자살 시도와 매사추세츠 벨몬트에 있는 맥린 병원에서의 정신치료 경험을 토대로 씌어진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의 삶은 실비아 플라스의 삶과 매우 유사하다. 둘 다 보스턴 출신이면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시인이면서 전기충격요법으로 정신 질환 치료를 받았다. 이 작품은 뛰어난 천재 시인이기도 했던 플라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미국대학위원회 추천도서’, ‘20세기 영문학 100선’ 등 현대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벨 자』 는 20세기 미국 문학사에 남아있는 굉장히 중요한 소설입니다. 미국의 여성시인 실비아 플라스가 쓴 딱 한 권의 소설이죠. 실비아 플라스는 31살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짧고 고독한 삶은 그자체로도 일종의 신화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유일한 소설이면서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죽기 몇 주 전에 또 다른 필명으로 발표했던 소설입니다.
‘벨 자’ 라는 말 자체가 종처럼 생긴 그릇을 뜻하는 말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에스더라는 여자의 상상 속에서 자신의 머리를 덮어씌워서 짓누르는 어떤 것을 상징하는 것이 ‘벨 자’ 입니다. 소설의 내용은 에스더라는 시골출신 여성 작가가 뉴욕으로 오면서 적응을 못하고, 신경증에 빠져들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찌뿌드드하고 후텁지근한 여름이었다. 그 여름 로젠버그 부부가 전기사형에 처해졌고, 나는 뉴욕에서 뭘 하는 지도 모르는 채 지냈다. 전기사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전기로 사람을 죽인다는 자체가 매스꺼웠는데 신문에선 온통 그 얘기만 떠들어댔다. 길모퉁이마다 크고 굵은 글씨의 신문 머리기사가 빤히 쳐다봤고, 곰팡내와 땅콩냄새가나는 지하철 입구 신문 가판대마다 그 기사가 걸려있었다. 나와는 상관없었지만 전기사령을 당하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경인 산 채로 몸이 타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만으로도 끔찍했다. 아침 아홉시면 밤새 스며든 싱그러움은 달콤한 꿈의 끄트머리처럼 증발해버렸다. 가짜지만 촉촉한 시골의 느낌을 풍겼건만 화강암 계곡 밑바닥의 신기루 같은 햇빛에 빛이 번졌고, 뜨거운 거리는 햇살 속에서 일렁거렸다. 반짝거리며 지글지글 끓는 자동차 지붕들하며, 재같이 마른 먼지가 눈과 목구멍으로 들어왔다.
에디터 통신
꿈꾸고 욕망하고 좌절하고 이별하고…… 19세기 말 러시아든, 21세기 뉴욕이든 사람들은 언제나 꿈과 사랑의 화려한 원무에 끼어 정신없이 스스로를 소진시킵니다. 불꽃에 탈 줄 알면서도 빛을 향해 돌진하는 부나비처럼요.
관련태그: 실비아 플라스, 벨 자,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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