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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그들만의 ‘연애’와 ‘사랑’
스위트홈의 꿈, 신여성과 구여성
연애의 대상이었던 여성들의 위치는 유행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기름 발라 붙이고 댕기 드리워 쪽찌고 비녀 꽂던 헤어스타일은 ‘단발’이며 ‘히사시가미’ 같은 ‘양(洋)머리’에 밀렸다. 깡뚱하게 올라오는 짧은 통치마와 양산은 새로운 유행선도 계층인 여학생의 필수품이었다. 연애편지를 주고받고 사랑에 목숨을 걸며, 때로는 사랑으로 인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연애 소설이나 연애서간집을 읽고……. 개조론과 잇닿아 있던 연애(열)는 바야흐로 1920년대 초반 식민지 조선의 화두라 할 수 있었다. 현대의 독자들에게는 이런 유행과 내용이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비문학을 번갈아 다루고 있는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순서는 비문학 분야의 <연애의 시대>입니다. 드라마 제목 같기도 하고 가벼운 얘기일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문화 연구서입니다. ‘연애’를 통해서 우리의 근대, 좁게는 1920년대 초반을 읽는 책인데요.
2,000년대 이후 이렇게 특정한 열쇳말을 통해서 식민지 조선이라는 시공간, 즉 근대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연애’라는 키워드는 특히 더 관심을 끌죠? 이 책은 1920년대 어떻게 연애가 도입되고 유행하게 됐는지를 당신의 문학작품이나 신문잡지 기사, 만화, 광고 같은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권보드래> 저11,700원(10% + 5%)
연애와 연애열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이 시기의 문화를 살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화는 국사책에 오르내릴 만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행’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 사람들이 많이 읽은 연애소설, 연애편지의 유행 등의 이야기는, 근엄하고 딱딱한 역사책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