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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예술의 도시, 비엔나

1년 내 페스티벌! 지루할 틈이 없는 예술의 도시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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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처음 찾은 공연장은 레이문드 극장(Raimund Theater).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난해 2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서 장기 공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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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3개국과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내 도시들을 묶어 이동하기보다는 비엔나와 인근의 체코 프라하, 부다페스트 헝가리를 묶어 여행하곤 합니다. 실제로 이들 나라는 서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다 과거 사실상 같은 나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비엔나에서 활약했던 예술가 가운데는 체코나 헝가리 출신이 많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문이 바로 합스부르크인데요. 1273년 루돌프 1세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이후 650년에 걸쳐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합스부르크가의 화려한 유적이나 유산을 찾아볼 수 있죠.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가장 잘 전해주는 곳은 오스트리아인데요. 수도 비엔나에 있는 쇤부른 궁전은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부터 합스부르크 역사를 아는 데 중요한 곳이죠. 헝가리는 19세기 후반부터 제1차 세계대전 말까지 오스트리아와 이중 제국을 이루었던 나라이기 때문에 합스부르크와 관계가 깊습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황비인데요. 헝가리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황비로, 그녀와 관계있는 많은 것들이 수도 부다페스트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프라하 역시 합스부르크가와 관계가 깊습니다. 15세기 중반 보헤미아의 지배자인 룩셈부르크가는 후계자가 끊겼는데요. 그때 룩셈부르크가와 혼인 관계에 있던 합스부르크가의 알브레히트 5세가 보헤미아 왕이 됩니다. 보헤미아는 실질적으로 합스부르크가의 영토가 된 것이죠.

이렇듯 과거 세 나라는 같고도 다른 나라였고, 덕분에 국경을 넘어 공통된 문화를 지니고 있는 반면, 너무나 특색 있는 독자적인 문화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화려한 예술의 꽃을 피웠는데요. 지금도 이들 지역에서는 일 년 내 세계적으로 내로라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끊이지 않고, 오페라와 발레 등 각종 공연예술이 화려한 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
 
유럽의 그 많은 도시 가운데 ‘음악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바로 비엔나입니다. 누구도 이 수식어에 토를 달지 않는 것은 과거 수많은 음악가들이 바로 비엔나에 모여들어 깊은 영감을 얻고 대작을 쏟아냈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모차르트에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스트라우스 등 클래식 음악의 거성들이 모두 비엔나를 사랑했습니다. 덕분에 비엔나는 1년 내 각종 음악축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봄철에는 이웃도시 프라하, 부다페스트와 더불어 ‘비엔나 봄 축제(Vienna Spring Festival)’가 열리고, 앞서 3월 말에는 정통 델타 블루스에서 록, 소울, R&B 등을 즐길 수 있는 ‘비엔나 블루스 스프링(Vienna Blues Spring)’도 인기입니다. 또 5월 말에서 6월 초에는 쇤부른 궁전 뜰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기 위해 세계의 음악 팬들이 모여듭니다. 국내에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경복궁 서울시향 공연이 얼마나 멋진가요. 그보다 오랜 역사와 수준 높은 기량을 자랑하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쇤부른 궁전 오픈-에어 공연은 세계가 탐내는 이벤트인 것이죠.

여름에는 잘츠부르크, 브레겐츠와 함께 오페라 축제도 유명한데요.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축제는 밤마다 시청사 앞에서 펼쳐지는 ‘뮤직 필름 페스티벌’입니다. 오페라에서 오페레타, 발레 공연은 물론, 클래식에서 팝, 재즈, 록 콘서트 공연까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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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비엔나를 돌아다니다 보면 주요 공연장을 중심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호객행위에 노출됩니다. 화려한 연미복에 가발까지, 과거 음악가들을 연상케 하는 차림의 호객꾼들은 공연장과 연계돼 오페라에서 콘서트, 발레 등 각종 티켓을 판매하는데요. 특별하게 보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도대체 무엇을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어떤 공연을 소개할 어떤 호객꾼을 만날지 그날의 운에 맡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비엔나의 어떤 공연도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는 않을 테니까요.

 

 

 


비엔나에서 만난 뮤지컬 <엘리자벳>
 
비엔나에서 처음 찾은 공연장은 레이문드 극장(Raimund Theater). 뮤지컬 <엘리자벳>이 지난해 2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서 장기 공연 중입니다. 1992년 초연된 <엘리자벳>은 독일어 뮤지컬로는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지금까지 독일과 핀란드,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한국, 일본 등 모두 11개 나라에서 8백여 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레이문드 극장은 비엔나에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여름철을 제외하고 내년 1월까지 <엘리자벳>을 공연할 예정입니다.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는 할인 티켓도 판매합니다. 공연은 물론 독어로 진행되며,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데요. 영어 자막이 간략해서 무난하지만, 국내에서 공연을 한 번쯤 보거나 적어도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이 공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엘리자벳>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는데요. 사실 비엔나의 원조 무대는 꽤 빈약합니다. 무대 연출은 물론 의상도 국내 무대보다는 화려하지 않네요. 하지만 그들의 역사를 담아낸 무대인만큼 역시 제 옷을 입은 듯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또 무대 곳곳에 코믹함까지 느껴집니다. 시씨가 요제프와 왈츠를 추다 뒷목을 잡거나 시어머니가 말을 타며 낑낑거리는 모습은 작품을 화려함으로 치장해 떠받드는 것이 아니라 요리저리 갖고 놀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힘은 무엇보다 음악이죠.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배출해낸 실베스터 르베이의 웅장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음악에 배우들의 탁월한 가창력이 더해지면서 공연을 보는 재미가 급상승합니다. 게다가 노래로 듣는 독어가 이렇게 색다르다니요. 평소 거세게만 느껴지던 독어의 발음과 억양이 노래의 강약과 더해지면서 몸을 휘감는 묘한 감동이 있습니다. 2시간여 동안 노래만 들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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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자존심, 국립 오페라극장

 

공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각 도시의 오페라하우스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죠. 공연장만 들어가면 입이 귀에 걸리는 저에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나 오페라극장에 입성하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비엔나를 찾았을 때는 오페라 <카르멘>과 발레 <돈키호테>가 교대로 공연되고 있었는데요. 미리 티켓을 구하지 못한 저는 암표상과 협상을 거쳐 <돈키호테>의 4층 발코니 석을 구했습니다. 자리를 찾아가는 내내 화려한 드레스와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공연 자체는 주인공 남녀의 이중무가 다소 맞지 많을 때가 있었지만, 시원시원하고 자유분방한 무대, 오케스트라의 현란한 연주가 화려한 오페라극장과 어우러져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세계 최고의 시설과 음향을 자랑하는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지만, 이곳 역시 말굽형태이기 때문에 무대 좌우측 발코니석은 시야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10유로 정도에도 좌석을 구할 수 있는데요, 이곳은 특별히 무대 맞은 편 1층에도 스탠딩석이 있습니다. 시야 제한 없이 무대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명당이죠. 공연 90분 전부터 선착순 판매하므로, 체력에 자신 있는 분들은 이 자리를 공략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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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장 옆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그날의 공연을 실시간 보여주기 때문에, 미처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관객들도 화면으로나마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비엔나에는 각종 궁전과 성당, 박물관 등에도 시설 좋은 공연장이 마련돼 있는데요. 저는 호프부르크 왕궁 안에 있는 음악홀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모차르트와 요한 스트라우스 등 비엔나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곡으로 꾸며지는 이 클래식 연주회는 퍽 대중적인데요. 90분 동안 귀에 익숙한 곡들이 이어지고, 주요 오페라의 아리아를 열창하는 성악가들의 무대매너도 화려합니다. 또 무대 곳곳에 코믹한 요소를 넣어 근엄하기만 한 공연장 안에 웃음꽃이 퍼지기도 하는데요. 가벼운 마음으로 비엔나의 클래식 연주회를 접하고 싶다면 시간적으로나 가격적으로 제격입니다. 

 


프라하에서 비엔나로 건너와서 일까요? 버스로 4시간 거리인데도 저에게는 유독 비엔나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사람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4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예요. 사람들의 산뜻한 표정, 여유가 느껴지는 무대, 클림트의 화려한 그림과 훈데르트바서의 자유분방한 건축물. 제게 비엔나는 편안한 자유와 여유, 그 안에서 피어난 독특하고 색다른 예술혼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예술가들도 이 도시에 찾아든 것이겠죠! 아, 정말 비엔나에서 꼭 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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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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