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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마지막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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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요. 음식이나 음료도 쉽게 사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대자연에서 음악과 함께 만나는 백야가 아닐까요. 저처럼 캠핑에 자신이 없다면 일일권 구입도 가능하고 자정 이후 시내로 들어오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스톡홀름은 대중교통이 밤늦도록 운행되니 귀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길만 잃지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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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훌츠프레드 페스티벌(Hultsfred Festival)>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은 지난 1986년부터 인구 만 명의 숲 속 마을 훌츠프레드에서 열렸던 스웨덴의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입니다. 스웨덴과 북유럽 출신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꾸려지던 무대는 해가 거듭되면서 세계적인 라인업을 자랑하는데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라디오헤드(Radiohead), 비요크(Bjork),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블러(Blur),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 오아시스(Oasis), 팻보이 슬림(Fatboy Slim), 플라시보(Pracebo) 등이 이미 숲 속의 무대를 다녀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티켓 판매고가 해마다 2만5천여 장을 기록했으니, 그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제가 길을 헤매며 만난 많은 스웨덴 사람들도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은 <훌츠프레스 페스티벌>을 두고 ‘유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예전만큼은 못하다고요. 그도 그럴 것이 2000년대 후반 비싼 티켓값과 부실한 라인업으로 고전하던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은 지난 2010년에는 급기야 취소되고 맙니다.

그랬던 페스티벌이 2013년 다시 열린 것입니다. 지난 6월 13일부터 사흘간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씸 파크(Theme Park),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팻보이 슬림(Fatboy Slim) 등과 함께 스톡홀름 외곽의 스톡사(Stoxa)에서 새로운 축제의 장을 열었습니다. 스톡사는 스톡홀름의 국제공항인 알랜다공항에서는 10분 거리, 스톡홀름 시내에서도 40분 거리로,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접근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죠. 스톡사 역시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데요. 페스티벌 사이트는 평소 설치예술이나 자동차 등의 야외 전시장으로 이용되고, 주변에는 골프코스가 많습니다. 시설 정비가 잘 돼 있으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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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훌츠프레스 페스티벌 무엇이 문제인가?!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 스웨덴을 공연기행 일정에 넣었습니다. 비슷한 기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소나르 페스티벌(Sonar Festival)>이 열렸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스톡홀름으로 이동하는, 또 다시 비효율적인 동선을 택했지요.
문제는 국제적인 록 페스티벌인데도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홈페이지에는 영어 전환기능이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있다고요? 그것이 저의 숱한 이메일와 국제전화 때문에 아주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믿으시겠어요?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말하는 스웨덴에서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일까요. 프레스 팀에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었던 저는 일본인 친구의 스웨덴 친구까지 동원했습니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티켓은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 번역을 부탁한 것이죠(그 인연으로 저는 그분의 집에 머물며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서울에서 부천 가는 것처럼 간단하지가 않아,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란 말이죠. 일단 알랜다 공항 인근에 숙소를 잡은 저는 스톡홀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공항에 마련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습니다. 두 명의 직원과 함께 30분 동안 찾아가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실행에 나섰죠. 그런데 페스티벌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이 시골의 물류창고 같았습니다. 인적도 드물고, 아무런 표시도 없고, 가끔 지나가는 버스들도 페스티벌과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비바람까지 부네요. 저는 그곳에 공항의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 버스마저 오지 않습니다. 30분 만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니, 인적이 드물어 건물 안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공항버스가 온다고 하네요. 한참을 고민하던 저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 비바람 속에 낯선 땅을 헤맬 수는 없었거든요. 저는 공항 인근에 실제 비행기를 개조해서 만든 숙소에 머물렀는데요. 그렇게 저의 하루는 비행기 호텔 체험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죠.

다음날 저는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페스티벌장과는 반대쪽 스톡홀름 외곽의 지인 댁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페스티벌이 그날까지니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톡홀름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테니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만난 분과 함께 다시 검색에 나섰습니다. 참,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영어 버전이 생겼지만, 자세한 내용을 클릭하면 다시 스웨덴 말입니다. 그런데 스웨덴 분도 무슨 말인지 한참을 읽더란 말이죠. 아무튼 저는 그분이 꼼꼼히 적어준 루트를 들고 다시 기차를 되돌아 타고 공항 인근으로 찾아갔습니다. 페스티벌 셔틀 버스가 있다는 기차역. 역시 관련 포스터도 사인도 찾을 수가 없고, 기차역 직원도 모릅니다. 그곳에서 맥주를 병째 홀짝이고 있는,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그곳에 가려는데 어딘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저는 페스티벌 프레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남정네와 통화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는 버스를 타고 페스티벌 사이트에 입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사이, 어제 홀로 두려움 속에 기다렸던 물류창고 같은 버스 정류장을 살포시 지나치더군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바른 정보를 주긴 했던 겁니다. 다만 아무런 표시가 없었을 뿐.

 

그럼에도 기대되는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이것이 스톡홀름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의 끝은 아닙니다. 캠핑을 할 수 없었던 저는 자정이 넘어 집으로 되돌아 왔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밤에도 해가 아주 지지 않는 북유럽의 백야와 대체적으로 치안이 좋고 저의 짧은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이 친절한 스웨덴에서 길을 잃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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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페스티벌은 어땠냐고요? 제가 이 고생을 하고도 왜 기사를 쓰겠습니까? 대자연 속에 마련된 5개의 스테이지에서 저는 그간의 고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 친구들이 삼나무처럼 커서 사진 찍기도 힘들었지만, 중규모의 페스티벌은 스테이지를 이동하기도 쉽고 대체로 깨끗하게 조성돼 있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 때문인지 록 페스티벌의 뜨거운 열기보다는 느긋한 즐김이 유독 눈에 띄었고요. 그래도 라인업을 따라 뛰어다니는 친구들이나 무대 앞을 고수하기 위해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캠핑족들이 궁금해 할 부대시설도 좋은 편입니다. 캠핑장을 중심으로 곳곳에 샤워실과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요. 음식이나 음료도 쉽게 사먹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대자연에서 음악과 함께 만나는 백야가 아닐까요. 저처럼 캠핑에 자신이 없다면 일일권 구입도 가능하고 자정 이후 시내로 들어오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스톡홀름은 대중교통이 밤늦도록 운행되니 귀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길만 잃지 않는다면요.

전날 그토록 보고 싶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무대를 놓친 저는 마지막 날의 헤드라인인 팻 보이 슬림마저 귀가에 대한 압박으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스톡홀름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날은 이틀 동안 길을 헤맨 덕분에 시내를 관광할 힘도 없이 침대에 머물렀습니다. 이건 조만간 다시 스톡홀름을 찾으라는 얘기겠죠?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의 재기는 제 애간장을 태울 만큼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과거의 명성은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페스티벌 개최지를 스톡홀름 인근으로 옮겨온 만큼, 더 많은 뮤지션과 페스티벌 고어들이 찾아들 테고, 대자연과 백야라는 천예의 환경은 <훌츠프레드 페스티벌> 만의 독특한 멋을 발산할 테니까요. 하지만 개최지를 옮긴 만큼 ‘훌츠프레드’라는 타이틀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훌츠프레드 페스티벌>인 셈이죠. 내년에 이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면 이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스웨덴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요? 먼저 노르웨이에 살짝 들러보세요. 스웨덴 정도면 물가 착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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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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