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그녀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오직 존재로서 중요한 것을 보라
네가 죽고 말 것임을 기억하라.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 마라. 지상에서의 삶은 짧고 덧없고 허망함을 기억하라. 정말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지상의 삶에 있지 않음을 기억하라. 하지만 이 또한 생각하라. 의식으로 가짐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오직 존재로서
이 그림을 바라보면 큰 울림이 전해진다. 라투르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그림에서도 울림을 주는 것은 침묵이다. 작품 안에서도, 주변에서도 어떤 말, 몸짓, 소리는 감지되지 않는다. 더없이 깊은 밤이다. 빛과 그림자, 촛불과 그 상像의 대화가 유일한 소리다. 촛불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촛불의 상은 그 덧없음에 대한 의식이다. 촛불과 그 상은 모두 어둠에 싸여 있다. 저 촛불을 꺼버린다면 사방은 어둠뿐이리라.
어슴푸레한 빛 속에 멈춰 있는 사물들은 마치 부모 잃은 고아 같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이도 없다. 거울에는 오로지 촛불만 비친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목걸이는 창녀로 살았던 막달레나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해골은 허무와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라는 메시지를 일깨운다. 네가 죽고 말 것임을 기억하라.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 마라. 지상에서의 삶은 짧고 덧없고 허망함을 기억하라. 정말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지상의 삶에 있지 않음을 기억하라. 하지만 이 또한 생각하라. 의식으로 가짐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막달레나는 그렇게 했다. 그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붉은 옷을 벗고 레이스 등의 장식이 전혀 없는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죄수의 옷차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과거와 좌에서 해방된 이의 옷차림이다. 어디로 가려고? 무엇을 하려고? 이는 나중에,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은 그저 벗고,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막달레나는 해골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관객을, 세상을 외면하고 있다. 막달레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거울? 촛불? 아니, 막달레나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거울 너머를 향해 있다.
지옥의 아우성이여, 부디 믿어다오.
가장 위대한 사건이란 우리의 가장 소란스러운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고요한 시간인 것을.”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을 보라
온후하고 친근하며 악의가 없는 ‘습격’이다. 작품의 배경에는 기분 좋은 색채와 형태가 넘쳐나 순식간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색채와 형태가 시각을 강타하고 그 강렬함은 뇌로 전달된다. 또한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하게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정신은 강렬한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시선과 심리는 자신도 모르게 줄무늬, 물결무늬, 별, 그밖의 영롱한 빛들이 이루는 거대한 나선을 따라간다. 신경생리학자들은 뇌의 일부 영역들이 화폭에 존재하지 않는 움직임을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이미지는 제멋대로 치고 들어온다. 어찌 보면 불손하다고나 할까. 이미지는 뻔뻔하게, 미처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의식 속으로 파고든다. 결국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진지한 얼굴에 다부진 체형의 한 남자가 꼿꼿하게 서 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시각적인 아우성’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시선은 순수의 상징인 백합과 비슷하게 생긴 흰 꽃에 쏠려 있다. 남자는 오직 그 꽃만 바라본다. 우리도 문득 이 남자의 시선 덕분에 이 그림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남자는 이 연약하고 창백한 꽃, 활력도 없고 두드러지지 않는 흰 꽃 한 송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고 보호해야 할 것은 이 꽃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아름답고 요란한 나선, 과격하고 위압적인 나선은 화려한 소비사회를 연상케 한다. 이 사회는 우리에게 최면을 걸고 우리를 구속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언젠가는 이 사회가 우리의 내면을 집어삼킬지 모른다. 하지만 이 꽃으로 시선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 내가 마음을 챙기기만 하면 된다.
아름다운 과수원을 홀로 거닐 때에
내 생각이 얼마간 다른 일들에 매여 있다면
나는 그것들을 산책으로, 과수원으로,
이 감미로운 고독과 나 자신에게로 데려간다.”
-몽테뉴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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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크리스토프 앙드레,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이다. 2006년 저서 《나라서 참 다행이다Imparfaits, libres et heureux》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국민 작가로 부상했다. 15년간의 의학 공부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파리 생탄 병원 인지행동치료 분과에서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17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음악ㆍ미술 치료나 명상 수련과의 접목,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발표하고자 노력해왔다. 학술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심리학 연구 사례는 물론, 시나 소설 등에서 발췌한 내용, 철학자들의 사상 등을 인용하여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스하고 친근한 어조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을 찾는 열쇠를 제공한다.
재치 있는 필력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사람』은 ‘어쨌거나 짜증나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현실적인 행동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집필한 저서로는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괜찮아, 마음먹기에 달렸어』, 『두려움의 심리』, 『행복의 단상』, 『나라서 참 다행이다』, 『행복을 주는 그림』등이 있으며, 프랑수아 를로르와 함께 쓴 『자기 평가』, 『내 감정 사용법』, 『튀는 성격 더러운 성격 까다로운 성격』 및 파트릭 레주롱과 함께 쓴 『타인의 두려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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