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예예스(Yeah Yeah Yeahs) <Mosquito>
<Fever To Tell>은 2003년의 혁명이었다. 묻혀버린 196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아트 펑크의 관 뚜껑을 열어젖혀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예예예스의 음악은 21세기 초반을 불태우던 개러지 록 열풍에 던져진 LPG 가스 한통이었다. 잔뜩 노이즈를 먹인 기타 사운드와 광포한 비트, 무대 위에서 맥주를 들이부으며 울부짖는 여전사 카렌 오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했던지 2003년 데뷔 이후 단 세장의 정규앨범만으로도 이들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네 번째 앨범
<Mosquito> 는 그러나, 우리가 인식해왔던 예예예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팝 적인 요소를 강화함으로서 새로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전작
<It's Blitz!>부터 감지되었던 변화다. 과거의 펑크 전사에서 점점 멀어지고자 한다.
길어야 3분이던 곡들도 4분에서 5분으로 늘어났고, 과거와 같은 드럼, 기타, 보컬의 3인 체제를 넘어서는 사운드 운용도 눈에 띤다. 후반부의 가스펠 합창으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한 「Sacrilege」, 전자음을 차용한 「These paths」, 미국 랩퍼 닥터 옥타곤이 참여한 「Buried alive」 등은 운신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시도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들이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갖추게 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예예스는 본래 불안정성을 무기로 삼는 밴드다. 극도의 불안한 사운드로 청자를 몰아붙인 뒤 그 속에 존재하는 날카로운 감성으로 대중들을 움직이는 것이 이들의 주특기였다.
<Mosquito> 는 「Y control」 과 같이 공격적인 트랙들도 없고, 「Maps」 와 같이 잔잔함 사이의 커다란 감동을 전달하는 트랙도 없다. 새로움은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당황을 안겨준다. 예리한 칼날이 무뎌진 느낌이랄까.
물론 정체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Despair」의 변칙적인 기타 운용과 카렌 오의 섬세한 감정 표현, 「Wedding song」 의 절절한 고백, 덜컹거리는 드럼 비트와 팔세토 보컬로 제목 그대로의 환경을 절묘하게 표현해낸 「Subway」 등은 여전히 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재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몇몇 곡들을 제외하면 딱히 뇌리에 각인되지 않는다는 점은 한곡 한곡이 치명적이었던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점이다.
결국 기존 이미지를 그나마 이어가는 「Mosquito」 와 「Sacrilege」 를 싱글로 낙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들이 처한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준다. 언제까지 2003년에 머무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거의 모습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Mosquito」 의 뮤직비디오에는 신나게 피를 빨다 결국 터져 죽고 마는 모기가 등장한다. 최후를 맞이할지언정 대중들의 마음을 빨아들였던 과거에 비해, 현재의 예예예스는 침을 꽃아 넣는 것조차 불안해 보인다. 좀 더 날카로워지려는 일련의 과정이라 믿고 싶다.
글/ 김도헌(foerver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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