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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쉼 쉬어라
‘숨은 곧 생명’이다.
예부터 호흡은 명상훈련의 중심이었다. 호흡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과 가장 효과적으로 이어준다. 반대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호흡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초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조언은 하루에 몇 번씩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그저 한 번에 2~3분 정도만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
제대로 쉼 쉬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야기도, 메시지도 없다. 그저 기다란 막대 끝에서 휘날리는 종이 잉어가 보일 뿐. 종이 잉어에서 황혼녘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 펄럭임 뒤로 도시의 소음이 들리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행인들을 감시하는 듯한 사자상, 그리고 그 뒤에 매달린 또 다른 종이 잉어와 함께 신비롭고 웅장한 도시 교토를 내려다보는 기분이 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두 마리 종이 잉어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생명을 불어넣듯 종이 잉어를 부풀리며 스치는 저녁 바람이 살갗에 와 닿는다. 어쩌면 내일이면 바람은 저 잉어들을 버리고 떠날 것이다. 어쩌면 바람은 저 잉어들을 찢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저 잉어들이 여기 있다. 하늘 높이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바람. 비움. 하지만 이 스쳐 지나가는 ‘비움’이 우리의 정신에 숨통을 틔운다. 그림 속에 바람이 분다. 그러나 그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몸에 깃든 숨결이 그렇듯이.
예부터 호흡은 명상훈련의 중심이었다. 호흡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과 가장 효과적으로 이어준다. 반대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호흡으로 드러난다. 따라서 초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조언은 하루에 몇 번씩 호흡을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그저 한 번에 2~3분 정도만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
이처럼 ‘숨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움직이는 표적’을 대상으로 삼으면 좋은 이유는 주의력을 고정하면 지치기 쉽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되 가만히 있지도 않는 것에 집중하면 한결 편안하게 주의력을 지속할 수 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타오르는 불꽃,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싫증내지 않고 한참 동안 주시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대상들은 늘 그 자리를 지키되 항상 다른 모습이다. 숨도 마찬가지다. 어떤 숨도 그 전에 들이마시거나 뱉었던 숨과는 다르다. ‘숨은 곧 생명’이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는 듣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요한복음》 3장 8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라
그림은 눈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떤 그림들은 속삭이기도 한다. 여기, 이 그림이 그렇다. 이 그림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눈으로도 봐야겠지만 귀를 쫑긋 세우는 게 우선이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고함소리, 그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는 엄마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들이 “스스스” 가볍게 스치는 소리가 난다. 새들이 지저귄다. 어쩌면 저 멀리서 개가 한두 마리 짖는 것 같기도 하다.
문득 이상한 소리가 끼어든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 소리가 점점 커진다. 어느새 증기기관차가 헐떡이는 소리, 철로를 구르는 바퀴 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운다. 열차가 철로를 지나갈 무렵, 기관사는 신이 났는지 습관 때문인지 길게 기적을 울린다.
그후 모든 것이 잦아든다. 기차는 사라졌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기적 소리는 들린다. 조금 있으니 그 소리마저 사라진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흩어졌다. 이제 기차가 지나갔다는 기억만 아련히 남았다. 기차 소리는 정확히 어디에서 멈춘 걸까? 그 소리는 얼마나 오래 남아 우리의 정신을 사로잡았던가?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물음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정신이 삶의 소리를 듣거나 듣지 않는 법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순간순간 지속된다. 그리고 아이들과 엄마들의 목소리, 바람 소리, 새들의 노래가 가만히 우리의 의식 전면으로 되돌아온다. 어쩌면 저 멀리서 짖어대는 한두 마리 개들의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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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숨쉬기, 명상훈련,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크리스토프 앙드레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이다. 2006년 저서 《나라서 참 다행이다Imparfaits, libres et heureux》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국민 작가로 부상했다. 15년간의 의학 공부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파리 생탄 병원 인지행동치료 분과에서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17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음악ㆍ미술 치료나 명상 수련과의 접목,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발표하고자 노력해왔다. 학술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심리학 연구 사례는 물론, 시나 소설 등에서 발췌한 내용, 철학자들의 사상 등을 인용하여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스하고 친근한 어조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을 찾는 열쇠를 제공한다.
재치 있는 필력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사람』은 ‘어쨌거나 짜증나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현실적인 행동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집필한 저서로는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괜찮아, 마음먹기에 달렸어』, 『두려움의 심리』, 『행복의 단상』, 『나라서 참 다행이다』, 『행복을 주는 그림』등이 있으며, 프랑수아 를로르와 함께 쓴 『자기 평가』, 『내 감정 사용법』, 『튀는 성격 더러운 성격 까다로운 성격』 및 파트릭 레주롱과 함께 쓴 『타인의 두려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