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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은 폭풍 속의 피난처

감정에 자리를 내어주라 지금 여기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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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무질서가 기묘하게 뒤섞여 은근히 불편한 기분이 든다. 화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완벽하게 이해는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작품의 구성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감정에 자리를 내어주라


질서와 무질서가 기묘하게 뒤섞여 은근히 불편한 기분이 든다. 화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잠시 바라보고 있노라면 완벽하게 이해는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작품의 구성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왼쪽은 요란스럽다. 위에선 초자연적인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혼인지 유령인지 모를 것들이 구름 속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 아래쪽은 그저 일상적인 소동이다. 벌거벗은 아이들과 그레이하운드 한 마리가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개는 고개를 돌리고 귀를 세운 채 이빨을 드러내며 “어디 계속해봐, 너희들 다 물어뜯어버릴 테니까”라고 하는 듯하다.

그림의 오른쪽은 한결 차분하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과나무에는 금빛 열매들이 열려 있고 저 멀리 깎아지른 벼랑 위에 성이 하나 보인다. 한 여인이 연장 몇 개를 바닥에 늘어놓고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를 깎고 있다. 그녀는 몹시 지쳐 보이고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과 개가 뒤엉켜 싸우는 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대 루카스 크라나흐의 <멜랑콜리>에는 현실과 비현실, 긴장과 침착함, 행동과 권태가 공존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우리를 초월한 것이 함께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어떤 부분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런데 우리의 정서적 경험도 종종 이런 식으로 다가오지 않던가?

“두려움 때문에 직시할 수 없는
몇 가지 관념들에
우리의 모든 것이 달렸다.”
-폴 발레리Paul Valery 《텔 켈》


지금 여기에 머물러라


특별한 일은 없다. 농부는 밭일을 하고, 목동은 양을 치며 멀거니 하늘을 쳐다보고, 낚시꾼은 고기가 미끼를 물기 기다린다. 돛단배들이 물 위를 떠간다. 저 멀리 만, 섬, 항구가 보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그런데…… 목동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저 하늘 높이 날개 달린 남자가 있다. 하늘에 홀로 떠 있는, 자세히 보니 그는 다이달로스다. 다이달로스는 그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무엇인가를, 아니 누군가를 찾는 눈치다.

다이달로스는 태양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에 여전히 하늘을 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아들 이카루스가 옆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하늘에서 아들을 찾는다. 재앙을 깨닫기 직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듯하다. 우리의 시선도 다이달로스와 함께 이카루스를 찾는다. 하늘에는 눈부시게 타오르는 태양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저 아래에 있을까? 아, 있다, 찾았다. 가엾은 이카루스의 다리가 물 밖으로 나와 있다.

이카루스는 물에 빠져 죽거나 추락으로 입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갈 것이다. 그는 끝장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삶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된다. 삶은 각기 제 흐름을 좇는다. 브뤼헐은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모든 것은 예전처럼 흘러가리라. 농부도, 목동도, 낚시꾼도 그렇게 가까이 있건만 아무도 이카루스의 죽음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설령 그들이 이 죽음을 알아차린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죽음, 딱한 죽음은 매일매일 세상 어느 곳에서나 일어난다. 그래도 지구는 잘만 돌아가고 우리는 각자의 삶을 이어간다.

이런 결론이 충격적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카루스의 죽음은 하나의 사건, 물거품을 일으키는 파도일 뿐이다. 그래도 지구가 여전히 돈다는 것이 어쩌면 행운이 아닐까.

“정신을 우주처럼 광대하게 계발하라.
그리하면 기분 좋은 경험과
좋지 않은 경험이 아무 갈등이나 고통 없이
등장하고 사라질 터이니.
항상 하늘처럼 드넓은 정신에 머무르라.”
-석가모니 《맛지마 니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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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크리스토프 앙드레 저/이세진 역 | 김영사
철학적 깊이와 심리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마음챙김 명상과 그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 정신과 전문의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대표작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불후의 명화들을 이정표 삼아, 불안과 우울, 외로움,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스물네 가지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특히 매일매일 꾸준히 실행한 명상훈련과 임상경험, 전문적인 이론을 통해 저자가 직접 증명하는 명상의 놀라운 치유력을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마음치유서

나라서
참 다행이다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괜찮아
마음먹기에 달렸어
화내도, 울어도,
모두 다 괜찮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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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크리스토프 앙드레(Christophe Andre)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이다. 2006년 저서 《나라서 참 다행이다Imparfaits, libres et heureux》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국민 작가로 부상했다. 15년간의 의학 공부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파리 생탄 병원 인지행동치료 분과에서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 17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음악ㆍ미술 치료나 명상 수련과의 접목,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신 건강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발표하고자 노력해왔다. 학술적인 면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실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그의 저서들은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심리학 연구 사례는 물론, 시나 소설 등에서 발췌한 내용, 철학자들의 사상 등을 인용하여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따스하고 친근한 어조로 풀어낸 그의 이야기는 일상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을 찾는 열쇠를 제공한다.

재치 있는 필력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사람』은 ‘어쨌거나 짜증나는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현실적인 행동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집필한 저서로는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괜찮아, 마음먹기에 달렸어』, 『두려움의 심리』, 『행복의 단상』, 『나라서 참 다행이다』, 『행복을 주는 그림』등이 있으며, 프랑수아 를로르와 함께 쓴 『자기 평가』, 『내 감정 사용법』, 『튀는 성격 더러운 성격 까다로운 성격』 및 파트릭 레주롱과 함께 쓴 『타인의 두려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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