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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절망의 대가, 시오랑의 슬픔의 아포리즘!
나는 나를 파괴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가?
최악의 경제난으로 팍팍해진 삶에, 청년들의 취업은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시대에 희망은 없는 건가.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려 수없이 많은 멘토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걸로 충분한 걸까. 절망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은 우리가 겪는 절망을 직시한다. 어설프게 위로하지 않는다. 절망을 절망 자체로 응시하며 그 절망을 넘어선다. 절망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정면에서 응시했기에 오히려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는 역설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소리 나는 책
몇 주 전에 <내가 산 책>에서 소개해드렸던 책이죠. 루마니아 철학자인 에밀 시오랑의 에세이입니다. 그의 책이 국내에 많이 나온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문장들을 쓰고 있거든요. 이 책의 구성 방식이나 서술 방식만 따지면 얼마 전에 ‘소리 나는 책’에서 읽어드렸던 일본 철학자 미키 기요시의 책 인생론 노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미키 기요시와 에밀 시오랑은 글의 느낌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미키 기요시가 약간 차갑고 관조적이라면 에밀 시오랑은 굉장히 뜨거우면서도 무척이나 슬퍼요. 무엇보다 절망의 글이라 할 수 있어서 혼자 읽으면 어두운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염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닥을 칠 정도의 우울한 글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되기도 하죠. 오늘은 그 중에서 몇 꼭지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인가를 겪고는 살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의마가 없다고 느끼게 하는 경험들이다. 삶의 한계에 부딪히고 난 후에는, 그 위험한 경계선에 잠재된 어떤 것을 격렬하게 경험하고 난 후에는, 일상의 행위와 몸짓에서 매력이 사라진다. 그래도 살고 있는 것은 끝없는 긴장을 객관화하면서 진정시켜주는 글쓰기 덕분이다. 창작은 죽음의 마수에서 우리를 일시적으로 구원한다.
삶이 내게 주는 모든 것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나는 폭발할 것 같다. 외로움 때문에, 사랑 때문에, 증오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것 때문에 죽을 것만 같다. 내게 닥치는 일들은 나를 곧 터질 것만 같은 풍선처럼 확장시킨다. 이 극단적인 순간에 나는 공허 속으로 빠져든다. 모든 경계 너머로, 빛의 가장자리로, 미친 듯 팽창하다가 어둠에서 빛이 떨어져 나오는 그 극점에 도달하게 되면, 난폭한 소용돌이는 공허 속으로 곧장 빠지게 된다. 인생에는 충만함과 공허함 그리고 기쁨과 우울함이 있다.
에디터 통신
역사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왕들을 접하게 됩니다. 태조 이성계, 세종대왕, 정조, 광해군 등….
흔히 세상은 이런 왕들에 의해서 움직여왔고, 그래서 한국사를 군주사라 부르기도 하지요.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안녕하세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왕과 나』를 편집한 에디터 신민희입니다. 『왕과 나』는 한국역사 서술의 질적 전환을 이뤄낸 우리 시대 대표적 역사학자 이덕일 소장의 신작으로, 시대를 움직이는 왕 뒤에서 왕을 움직이는 진짜 실력자 소위 권력의 2인자라 불리는 사람들을 재조명한 책입니다. 책은 왕을 만든 인물 14인을 한 명씩 살펴보면서 그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한 시대의 변화를 이끈 11가지 핵심 코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태그: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왕과 나, 이덕일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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