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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남자가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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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예능이 즐거운 이유는 tnN <꽃보다 할배>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소리 없이 시작했으나 꾸준히 고정 시청자층을 끌어 모으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새 멤버 강타가 영입됐고, 오늘(7월 26일)은 김제동, 김용건도 출연한단다. 벌써 18회째다. 미니시리즈 회차를 넘긴 셈이다.

[출처: MBC]

그동안 연예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스타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재미는 2000년대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트렌드다. 스타들의 셀프 카메라, 스타 인간극장 등 꼭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닐지라도 내가 알고 있는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어, 저 사람도 이 제품을 쓰네’, ‘나랑 식성이 똑같네’, ‘저렇게 귀여운 애완견이 있었어?’. 연예인들의 스캔들 고백이 없어도 ‘동병상련’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사랑 받기 마련이다. <나 혼자 산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보면 “동감한다”는 시청자평이 줄을 잇는다.

<나 혼자 산다>는 제목 그대로,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는 다큐 예능 프로그램이다. <진짜 사나이>가 육식남 모습을 관찰한다면, <나 혼자 산다> 속 주인공들은 다소 초식남 이미지를 풍긴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깔끔남 노홍철, 게임기와 피규어에 열광하는 기러기아빠 이성재, 집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홈 보이 데프콘, 최고의 살림꾼 자취경력 15년차 김광규, 붉은 조명의 집에서 사는 김태원은 자신만의 혼자 사는 노하우를 터득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가끔 나 홀로 식탁에 앉아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지만 이미 익숙해진 감정이다.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은 ‘무지개’라는 모임을 만들고 서로에게 ‘회원님’이라고 부른다. 30대, 40대, 50대 싱글남의 안부 인사는 퍽 구수하게 들린다. 멤버들은 각자의 삶을 살다가 마치 정모를 하듯 한 장소에 모여,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졌지만 막상 동지들이 있으니 할 말이 많아진 멤버들은 어느덧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멤버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가족보다 더 많이 보는 ‘무지개 패밀리’가 됐다.

[출처: MBC]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고 있는 이지선 PD는 첫 방송에 앞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삶의 질을 위해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의 비율은 25.3%. 네 가구 중의 한 가구가 1인가정인 셈이다. <나 혼자 산다> 속 멤버들은 자의에 의해 또 타의에 의해 혼자 산다. 기러기아빠인 김태원와 이성재, 독신남인 노홍철, 김광규, 강타. 각기 다른 이유로 싱글족이 됐지만 자신만의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애완견을 기르고 전기자전거를 타고 피규어를 모으고 게임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며, 우리네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항상 바쁠 것만 같은 연예인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심심해 하고 더 알찬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 혼자남, 혼자녀 시청자들이 퍽 공감하는 대목이다.

7월 26일,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남, 독거의 신을 만나다’ 편이 방송된다. 싱글 라이프 17년차 배우 김용건과 방송인 김제동이 출연해 무지개 회원들에게 고수의 노하우를 전한다. 김제동은 서래동 자택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김용건은 자신의 취미인 미술과 패션 감각을 뽐낸다. 그런데 그것 아나? <나 혼자 산다>의 주시청자층은 여성이라는 사실. 혼자남들만이 라이프 스타일은 여성들에게도 솔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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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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