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세 명의 축구감독이 있다.
알렉스 퍼거슨은 1986년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3년 72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27년 동안 팀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다. 정규 리그 13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회를 포함해 모두 38회나 주요 대회에서 우승했다. 축구와 영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1999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2년에는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IFFHS이 전 세계 축구감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21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뽑혔다.
선수 시절 퍼거슨은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능한 스트라이커였다. 16년간 영국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경기에 317회 출전해 171골을 넣었다. 득점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4~1965년 시즌에는 31골을 기록해 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1967년 레인저스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클럽 간 이적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다. 자그마치 6만 5,000파운드였다.
디에고 마라도나는 1980년대를 주름잡던 ‘축구의 황제’였다. 1960년대 브라질의 펠레와 1970년대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의 뒤를 이어 세계 축구계를 쥐락펴락했다. 15세라는 젊은 나이에 프로에 데뷔해 ‘축구의 신’으로 군림했다. 165센티미터의 단신이지만 다부진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놀라운 순발력 덕분에 단번에 ‘축구 신동’이 됐다.
그는 4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해 아르헨티나의 우승과 준우승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 국민에게는 축구 영웅이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최악이었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실수를 연발했다. 팬들은 그의 무기력한 경기운영에 야유를 보냈다. 결국 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감독에서 물러나야 했다. 코카인 복용으로 경기 출전도 정지되고 심장발작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기자들에게 공기총을 쏘는 등 기행과 여성 편력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시달렸다.
거스 히딩크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19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2002년 월드컵에서 개최국 한국을 4강에 끌어올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6년 월드컵에서 오스트레일리아를 16강에, 2006년 유로2008에서 러시아를 4강에 진출시켰다.
2010년에는 터키를 유로2012 플레이오프에 출전시켰다. 그러나 선수시절은 초라했다. 그는 미드필더로서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967년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네덜란드 드그라샤프에서 대부분 선수생활을 보냈다. 1970년 어렵사리 PSV에인트호번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전으로 뛰지는 못했다. 경쟁자들에 밀려 재직기간 1년 동안 벤치를 지키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다가 다시 드그라샤프로 돌아와야 했다. 그는 잠시 미국 등에서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주전이 되지는 못했다.
퍼거슨은 유능한 선수였고 탁월한 감독이었다. 마라도나는 천재적 선수였지만 무능한 감독이었다. 그에 비해 히딩크는 보잘 것 없는 선수였지만 위대한 감독이 됐다. 무엇이 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우리 주위에는 마라도나처럼 사원이었을 때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다가 승진한 뒤 무능한 간부라고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히딩크처럼 사원이었을 때 지극히 평범하다가 간부가 된 뒤 유능한 보스로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물론 탁월한 성과를 거둔 보스들 대다수는 퍼거슨처럼 선수 때부터 이미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부하보다 뛰어난 부하가 유능한 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뛰어난 부하가 모두 탁월한 보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부하라고 해서 유능한 보스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직원의 자질과 보스의 자질은 다르다. 직원과 보스는 각각 부여된 목표와 거두려는 성과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도 다르다는 얘기다.
히딩크와 퍼거슨은 스스로 축구 지도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정한 뒤 차근차근 준비했다. 히팅크는 소속했던 드그라샤프에서 보조코치로 경험을 쌓았다. PSV에인트호번으로 옮겨서도 4년이나 보조코치로일했다. 그런 준비, 훈련, 연습 끝에 마침내 PSV에인트호번 감독을 맡을 수 있었다. 퍼거슨도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33세 젊은 나이에 이스트스털링이라는 작은 팀을 이끌었다. 스코틀랜드 3부리그 하위권으로 전문 골키퍼조차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팀을 운영했다. 조직 기강을 세우고 비전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넉 달 만에 팀은 강팀으로 바뀌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퍼거슨은 좀 더 나은 세인트미렌으로 옮길 수 있었다. 거기서도 유능한 감독으로 인정받아 다시 애버딘으로 영입됐다. 그는 그런 식으로 차근차근 사다리를 밟고 목표를 향해 올라갔다. 훈련과 경험을 통해 명문팀의 보스로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갖춰나간 것이다.
마라도나도 선수시절부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그 자리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에는 관심이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부와 지명도는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흔들어놨다.
그는 자기 관리를 포기했다. 삶의 긴장성을 유지하는 끈도 놔버렸다. 그 결과 그에겐 늘 마약과 술과 여자문제가 붙어 다녔다. 온갖 기행과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축구계의 리더가 되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훈련과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다. 1994년과 1995년 아르헨티나에서 프로축구팀 감독을 맡기는 했다. 하지만 재직기간은 각각 두 달과 넉 달에 그쳤다. 그는 운 좋게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 그러나 선수 선발과 전술운영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2년 만에 물러나야 했다.
리더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생각만 한다고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운이 좋아 리더가 되더라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리더의 자질과 역량은 현업에서 수많은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 결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리더십은 훈련과 연습의 결과물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언행을 습관화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유능한 리더를 꿈꾼다고 해도 땀과 한숨으로 얼룩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리더가 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훈련 없이 리더가 되려 한다. 매년 수많은 직장인이 별다른 준비 없이 보스가 된다. 회사의 인사발령에 따라 이렇다 할 고민없이 보스를 맡는다. 그 결과 본인은 물론이고 구성원 모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낸다. 보스가 됐는데도 이전처럼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바람에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그런 조직이 성과 부진에 허덕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보스는 보스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불만이 쌓인다. 조직은 사분오열된다.
조직의 모든 문제는 보스에게서 시작된다. 조직의 성과도 보스에 의해 좌우된다. 그만큼 보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의 성과에서 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보스만 제대로 역할을 해도 조직 내 문제 3분의 2는 쉽게 해결된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준비하라는 것이다. 보스가 되기 전에 보스란 무엇인지 이해하고 보스의 자질과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라는 얘기다. 보스 연습을 하고 보스 훈련을 해야 한다. 유능한 보스가 되려면 보스의 사고와 태도를 습관화해야 한다. 탁월한 보스가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많이 생각하고 준비할수록, 연습하고 훈련하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경험의 폭이 늘어나고 깊이가 더할수록 성공한 보스가 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이 책은 보스가 되려는 사람, 보스로 일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대부분 현재 보스이거나 머지않아 보스가 된다. 부하직원으로만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떤 모양으로든 보스 자리에 앉게 되고 보스의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대학생과 사원부터 중간간부와 최고경영자까지, 사병부터 장군까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특히 머지않아 보스가 될 사람이나 보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조언이 될 것이다.
“나는 보스가 아니고 될 생각도 없어!”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고 자기 위치를 파악해보라. 그러면 생각을 바로 바꿀 수밖에 없다.
가끔 보스를 부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보스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수시로 보스를 만난다. 보스는 직장의 직속상사이고 조직의 윗사람이다. 실권을 쥐고 있는 조직의 책임자다. 반면 리더는 조직이나 단체에서 전체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다. 보통 ‘지도자’를 뜻한다.
따라서 보스는 리더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개념이다. 리더와 달리 일정한 수준의 현실적 강제력을 갖고 있다. 직원들은 과장, 부장, 이사를 “내 리더”라고 하지 않는다. “내 보스”라고 한다. 반대로 정치인이나 종교인 등 사회 지도자나 동호회 같은 모임의 회장은 “리더”라고 부른다. 절대 “보스”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 업무와 직결된 사람, 내 언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보스다. 직장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모여 일하는 곳’이다.
따라서 모든 직장에는 반드시 보스가 있다.
그런데 보스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니다. 부하직원에게 내가 보스라면 나에게는 부장이나 이사가 보스다. 마찬가지로 이사, 상무, 전무에게는 사장이 보스다. 그렇게 모든 사람은 보스이기도 하고 보스의 지침에 따라 일하는 부하직원이나 팔로워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스는 권위적이고 리더는 민주적’이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너무 도식적이다. 지나친 과장이다. 적절하지 않다. 보스는 부정적 개념이 고 리더는 긍정적 개념인 것이 결코 아니다.
보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현실적 문제를 놓고 고민한다. 직장이나 단체에서 보스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스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무엇인지, 상사와 부하가 보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매우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 책에는 신문사 기자와 사장으로 헤드헌팅회사 경영자로 만난 기업과 단체의 최고책임자들, 임원들, 직원들이 늘상 접하는 다양한 보스가 등장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임직원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보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특히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이 중간 간부나 신임 간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이 책을 사장과 임원들로부터 강의시간이나 술자리에서 듣는 조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격의 없는 조언 말이다. 대부분 자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이다. 한 번쯤 겪었던 속앓이들이다.
후배 간부들이 사전에 알면 도움이 되고 나중에 알면 위로가 되는 내용들이다. 또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들에게도 조직의 운영원리, 직장 문화, 상사의 고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나 혼자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다. 커리어케어의 이명신 상무를 비롯해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사례를 찾아줬다. 특히 김진숙 선생은 이 책을 쓰는 데 직접 참여했다. 그와 같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험기간인데 도 마다하지 않고 밤새워 원고를 수정보완해준 딸 은혜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늘 그렇지만 책을 쓰는 과정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 책은 바람직한 보스의 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모습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내 반성문이다. 또 내가 되고 싶은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조직은 리더십만큼 큰다. 기업은 리더만큼 성장한다. 100년 기업에는 100년 리더십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에는 그 기업을 이끄는 탁월한 리더십이 있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100년 기업,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향한 리더십의 단초를 발견하면 좋겠다.
2013년 7월 삼성동 사무실에서
신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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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가 된다는 것
- 신현만 저 | 21세기북스
‘보스’란 무엇이며, 진정한 보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우 현실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보스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무엇인지, 상사와 부하가 보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유능한 보스가 되려면 보스의 사고와 태도를 익혀 나의 역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스가 된다는 것』에는 직원들이 늘상 접하는 다양한 유형의 보스가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보스가 되기 위한 자질과 사고방식 등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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