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행복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건축, 음악, 미술, 만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지식들이 독특한 카툰과 잘 어우러진 책. 그의 관심사가 넓다고 해서 그의 이야기 또한 얕을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건 오산이다. 이 아이러니한 제목에는 그 동안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비판해온 시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한 권을 읽었는데 여러 권을 읽은 묘한 느낌이 든다는 함민복 시인의 칭찬이 책장을 넘겨보도록 부추겼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던 저자는 역설적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이 꽤 많았다. 시인이자 건축가이면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각 분야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동시에, 제주 강정에 돈 안 되는 도서관을 짓고, 화가들과 어울려 그림을 그리고, 영화판과 공연, 전시 기획에 참견하고, 만화를 향한 연심도 책 한 권은 족히 넘는다고. 이렇게 공사다망한 중에도 틈틈히 친구들과 술을 마신단다. (이야…)
이렇듯 건축, 음악, 미술, 만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그의 지식들이 독특한 카툰과 잘 어우러진 책. 그의 관심사가 넓다고 해서 그의 이야기 또한 얕을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건 오산이다. 이 아이러니한 제목에는 그 동안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욕망의 속성’을 비판해온 시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텍스트들이며, 나는 잡식성의 괴물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의 팔 할은 만화당(만화방이 아니라 그때 우리는, 만화당이라고 불렀다)에서였고, 일 할은 여성지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잡지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매혹적인 건축물들에서였다.-본문 중에서
건축가답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집을 지을 때 지켰던 ‘삼칸지제(三間之制)’ 덕목을 들어 ‘삶의 최소주의’를 생각해 본다. 세 칸 아홉 평의 공간 안에서 삶과 생활을 이루어 갔던 옛사람들에 비해, 모든 것이 남아서 문제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있으면 좋을 것들’에 치여서 정작 ‘꼭 필요한 것들’이 제 자리를 잃고 마는 세상.
풍요로운 세상에서 많은 편리함을 누리면서 살지만, 때로는 무차별적이고 몰개성한 삶을 강요당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에 행복과 자유를 침해 당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그의 거침없는 이야기 조각들 속에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살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잠시나마 만끽해 본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사르트르에 의하면…”
그러니까 ‘너의 생각을 말해봐!’란 것이다. 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단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분석하고 종합해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은 다른 배움에서 온다. 늘 우리 곁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들, 도심의 거리에서, 숲에서, 집에서, 휴양지에서, 일터에서, 이로운 것들과 해로운 것들의 행간에서, 좌절과 희망의 순간순간 속에서 얻어지는 결코 거창하지 않은 사소한 깨달음들. 이 일상적인 삶의 순간 속에서 그 아이러니를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한 권의 책이 지니고 있는 생의 무게를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본문 중에서
관련태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함성호
<함성호> 저12,150원(10% + 5%)
삶을 위로하는 지적 유희로 가득한 카툰 에세이 시인이자 건축가 함성호, 삶의 최소주의를 말하다! 본업인 시와 건축 외에도 만화 비평, 영화 비평, 공연 기획, 전시 기획 등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 함성호. ‘오지래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가 틈틈이 쓰고 그린 카툰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