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늘 타블로이드의 먹잇감이었고 양극적인 인물이었다. “여성혐오자!” 십 대의 내가 외치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미국과 쿠바의 네 곳에 자택이 보존되어 있고, 헤밍웨이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 집들은 지역에서나 세계적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 집들을 둘러싼 논쟁은 모든 작가의 집 박물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세상의 혼잡과 소란에서 외떨어진 변치 않는 보배가 아닌 것이다. 작가의 집이란 현재를 복잡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복잡해지고 있는 풍경의 일부다.
내가 찾아간 첫 번째 헤밍웨이의 집은 (헤밍웨이가 자살했던 아이다호) 케첨의 집이 아니었다. 1월에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의 태양 아래서 며칠을 보냈고, 훨씬 소란스러운 집을 구경했다.
‘헤밍웨이의 집과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사립 영리 작가의 집이다. 또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인파가 엄청나다. 키웨스트에 정박한 호화유람선 승객들이 당일 일정에 나서, 헤밍웨이의 집 매표소에 길게 줄을 섰다. 홈페이지에서는 24시간 7일 내내 생중계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미국 최남단 마을에서는 제3세계적 분위기가 난다. 여기도 체인점들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느낌이 색다르다. 또한 뭐랄까, 유럽 이민자 풍의 열대적인 노곤함과 무기력도 풍긴다. 거리의 남자 하나는 밀짚으로 만든 높은 신사 모자를 쓰고 ‘지저분한 농담 1달러’라고 쓴 안내판을 들고 있는데, 정말 잔뜩 취해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호색한 주정뱅이에 어렵게 사는 사기꾼 유형이다. 이 남자를 흘긋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프랑스와 독일의 관광객들로, 쨍한 파스텔 탱크톱에 꽉 끼는 흰 반바지를 입고 굵은 금 장신구를 하고서 이런 지방색 풍경에 즐거워 보인다.
공항 택시 운전사는 5년 내에 헤밍웨이의 집이 망할 거라고, 관리도 안 하고 에어컨도 없다고 비난했다. 실제 헤밍웨이 물건도 거의 없다. 키웨스트 자체가 그렇듯, 헤밍웨이의 집도 진실된 가짜다. 이곳은 드러내놓고 돈벌이를 한다. 아닌 척하지 않는다. 거기에 매력이 있다.
나는 용기를 그러모아 뭐 좀 물어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왜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지 이 안내인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안내인 그렉은 “헤밍웨이가 걷던 곳을 자기들도 걷고 싶으니까 오겠죠. 하지만 나쁜 얘기는 듣고 싶어 하지 않아. 뉴잉글랜드 같은 곳 사람들은 남자 소변기만 보면 화를 내니까. 알죠? 고양이들 물 먹는 곳. 왜 그런지 몰라.”
헤밍웨이는 자기가 즐겨 찾던 술집이 철거되자, 남자 소변기를 떼어내서 집에 갖다 두었다. 그의 아내는 혐오감을 없애려 했는지 변기에 색칠을 해 놓았고, 지금도 헤밍웨이가 키우던 고양이의 후손들은 그 변기에서 물을 할짝거리며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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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 집 (플로리다 키웨스트) 주소
Ernest Hemingway Home and Museum, 907 Whitehead Street, Key West, Florida 33040.
전화: 305-294-1l36 운영: the Hemingway Home and Museum. www.hemingwayh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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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앤 트루벡 저/이수영 역 | 메디치미디어
‘작가의 집’을 소재로, 창작 공간을 우아한 사진에 담고 작가의 문학성을 예찬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출간된 바 있다.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는 헤밍웨이, 마크 트웨인 등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12명의 집을 방문하되, 작가의 집이 실제 작가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지 찬찬히 뜯어본다. 문학 교수인 저자 앤 트루벡은 작가의 집이 실제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기대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어떤 대가의 ‘문학 성지’에 대해서라도 과감하게 독설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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