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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뻔뻔함 - <옴 샨티 옴(Om Shanti Om)>

‘이건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심각하게 보지 말라고. 그래봤자, 인생만 복잡해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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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이 영화 보다보면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마음을 비우고, ‘이것은 당위적인 일이다’라고 최면을 거는 순간, 그 모든 사건의 전개가 너무나 설득적이고,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무슨 소설가가 이 따위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당신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춤까지 따라 추었다. 실제로 인도의 극장에서는 춤과 노래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일어나서 춤을 춘다고 한다. 다만 우리의 문화권에선 지나친 이목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은 집에서 보시길.

모든 거짓말은 뻔뻔하다. 우선, 정교한 거짓말은 자신이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실인 양 시치미를 떼기에 뻔뻔하다. 반면, 허술한 거짓말은 자신이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믿어달라고 떼를 쓰기에 뻔뻔하다. 사실, 영화나 소설은 전부 거짓이다. 그 속에 일말의 진실이나 사실이 전제됐다 하더라도, 본질적으론 거짓이다.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영화는 다큐멘터리라는 옷을, 소설은 에세이라는 옷을 입을 것이다. 따라서 비약하기 좋아하는 나의 화법에 따라 말하자면, 사실 우리가 접하는 영화나 소설들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산물들인 것이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 역시 뻔뻔해야 한다.

자,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창작자는 직업상 뻔뻔해져야할 때 어떤 식으로 뻔뻔해야 할지를 택해야 한다. 즉, 정교한 거짓을 구사해서 뻔뻔해질 것인지, 허술한 거짓을 구사해서 뻔뻔해질 것인지를. 눈치 챘겠지만, 나는 이 글의 주제를 이미 이십년 전에 구상해놓은 만큼 빈틈이란 찾아볼 수 없고, 필명이 ‘최정교’인 만큼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허탈한가. 이것이 바로 거짓의 본질이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것이 바로 허술한 거짓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허술한 거짓을 구사하는가. 허술한 거짓은 극도로 뻔뻔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표면적으로 말이다. 즉,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맘대로 펼치거나, 3분전에 죽었던 인물이 ‘어. 생각해보니 나 안 죽은 것 같아’ 하면서 태연하게 다시 등장하는 건, 모두 자신의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걸 태평하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허술한 거짓에 노출된 관객은 ‘뭐, 어차피 구라잖아’라는 생각으로 보게 되고, 그런 만큼 창작자가 날갯짓할 거짓의 공간은 확장된다. 그래서 주인공이 갑자기 과거로 떨어져, 자신의 엄마와 사랑에 빠질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것이다(백 투 더 퓨처).


길게 돌아오긴 했지만, 오늘은 본격적인 ‘허술한 거짓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도 영화 <옴 샨티 옴>이다. 어느 정도냐면, 1ㆍ2부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1부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어버린다. 아니, 주인공들이 다 죽어버렸는데 영화가 어떻게 이어지느냐고? 걱정 말기 바란다. 죽자마자 1분 뒤에 남자 주인공이 환생한다. 그것도 죽는 순간 태어나는 아기의 몸을 빌려 환생한다. 물론, 얼굴도 똑같다. 아니, 그럼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아니냐고? 물론, 알아본다. 주인공의 엄마와 베스트 프렌드만 알아본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도 몰라본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 하느냐고 반문한다면, 나는 이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인도 영화다.

 

인도 영화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다. 전생에서 삼류 배우였던 인물이 환생하면, ‘에이. 설마 일류배우가 되는 건 아니겠지?’라고 상상하는 순간, 보란 듯이 일류 배우가 돼버린다. ‘아니. 이 영화는 개연성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삭제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단 말인가!’라고 머리를 쥐어뜯는다면, 갑자기 모든 배우들이 일제히 등장해 춤과 노래를 마구 선보인다. 마치, ‘이봐. 이건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그러니 제발 심각하게 보지 말라고. 그래봤자, 인생만 복잡해질 뿐이야’라는 철학적 조언을 하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구걸하는 행려병자도 철학적 수사를 들먹이며 적선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 아닌가.

좌우지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마음을 비우고, ‘이것은 당위적인 일이다’라고 최면을 거는 순간, 그 모든 사건의 전개가 너무나 설득적이고,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무슨 소설가가 이 따위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당신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란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춤까지 따라 추었다. 실제로 인도의 극장에서는 춤과 노래 장면이 나오면 관객들은 일어나서 춤을 춘다고 한다. 다만 우리의 문화권에선 지나친 이목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은 집에서 보시길. 영화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심적 기준만 낮춘다면 영화 <옴 샨티 옴>은 70년대 어디쯤에 두고 온 우리네 뜨거운 정서와 설렘을 회복시켜준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어떤 거짓말을 구사하느냐고? 나는 허술한 인간이므로, 당연히 허술한 거짓말을 택한다. 때론 나도 정교한 거짓말을 구사하고 싶지만, 이 세상은 이미 그런 유의 솜씨 좋은 거짓말쟁이들로 넘쳐난다. 그러므로 나 같은 사람 몇 명쯤은 어영부영 느슨한 거짓말을 구사해도 좋다고 여긴다. 물론, 그쪽에 훨씬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솰라솰라솰라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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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민석(소설가)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제10회 창비신인소설상(2010년)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능력자> 제36회 오늘의 작가상(2012년)을 수상했고, 에세이집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썼다. 60ㆍ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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