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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일생에 한 번쯤은 그를 보라

“오늘 부는 바람은 생을 절실히 사랑하게 할 애정의 소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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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에 탈고하고 한동안 라면 상자에 들어가 있던 그 원고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노무현 특집 1ㆍ2ㆍ3편’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나와 같이 진행하던 소위 ‘노빠’ 이 박사는 녹음 도중 여러 번 울음을 터트렸고, 그 울먹임 때문에 방송은 간간이 중단되기도 했다. 노무현 특집은 방송 3일 만에 <이이제이> 최초로 백만 다운로드가 넘어갔고, 출판사 측에서는 이 원고를 바탕으로 책을 내자고 제안해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 노무현이 다시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2009년 5월 23일, 주말이라 늦잠을 즐기고 있던 내게 친구로부터 다급함이 느껴지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여보세요”
“야, 자고 있었지? 노무현 대통령, 사망했대!!!”
“응, 알았어.”

너무나도 무덤덤한 나의 대답이 예상 밖이었다는 듯 친구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컴퓨터 전원을 켰다. 부팅이 시작되는 사이에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니, 친구가 전해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소식을 듣는 순간 올 게 왔구나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무심결에 “응, 알았어”라는 대답이 나왔을지도…….

내가 정치에 관심을 둔 시점이 1987년 여름이었다. 열두 살쯤. 친구들이 소방차, 박남정, 그리고 이선희에 빠져있을 때 나는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에 빠져 있었다. 그런 내 눈에 청문회 스타 노무현이 들어오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고 3당 합당, 열다섯 살 소년의 머리통을 망치로 내려친 그 야합, 배신의 열차에 승차하지 않은 청문회 스타 노무현은 김영삼의 변절에 충격받고 좌절한 한 소년에게 희망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부터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지역감정’이라는 거대한 벽에 스스로 머리를 짓이기는 무모하지만 순순한 열정,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뛰어난 머리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 그렇게 험난한 길을 먼저 걸은 거목 김대중이라는 사람에 이어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도 이인제보다는 그가 당선 가능성이 높기도 했고.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도록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살던 곳은 노무현의 ‘노’ 자도, 민주당의 ‘민’ 자도 꺼내면 안 되는 지역이었다. 그 어떤 자리에 가서라도 김대중을 옹호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섬 같은 땅. 친구들에게 아는 지인에게 친한 어른들에게 민주당 입당원서를 들이밀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하는 족족 거절당했다.

김대중의 마음을, 노무현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김대중을 공부하고 노무현을 연구하면서 나름대로 그들의 삶의 방식, 그들의 열정, 그들의 속내, 그들의 성정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래된 뇌 속에 2009년 5월 23일이란 잔인한 그날이 언젠가는 올 수 있겠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것이 현실이 된 순간 멍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서거 소식을 듣고 인간 노무현에 대해서 알리고 싶어졌다. 전문가의 눈이 아닌, 참여정부의 공과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서 ‘사람 노무현’을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작성된 것이 이 원고였다. 참고한 책은 언론기사를 제외하고 노무현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가 유일했다. 다른 사람의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배제하고 싶었다. 철저히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의 눈에서 그를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9년 여름에 탈고하고 한동안 라면 상자에 들어가 있던 그 원고는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노무현 특집 1ㆍ2ㆍ3편’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나와 같이 진행하던 소위 ‘노빠’ 이 박사는 녹음 도중 여러 번 울음을 터트렸고, 그 울먹임 때문에 방송은 간간이 중단되기도 했다. 노무현 특집은 방송 3일 만에 <이이제이> 최초로 백만 다운로드가 넘어갔고, 출판사 측에서는 이 원고를 바탕으로 책을 내자고 제안해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인간 노무현이 다시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이었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들에게 ‘노빠’, ‘친노’라는 딱지가 붙여지더니 보수는 물론, 같은 집안 사람들에게까지 배척당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DJ의 공과 과 모두를 계승한다던 노무현, 그런 노무현을 끌어안겠다던 문재인, 그런 그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이 왜 이런 부당한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대통령 후보 노무현을 흔들었던 그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 문재인도 흔들었다. “왜 자기들을 소외시키나?”라고 하는 것이 자당 후보를 흔들고 비난해댔던 이유이다. 그들의 눈엔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친노를 배제하고 노무현 색깔을 빼겠다는 2013년 현재 민주당은 과연 그렇게 해서 국민이 원하는 정권 교체를 이룩할 수 있을까? DJ가 살아있다면 지금 민주당을 보고 어떤 말을 했을까?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의 민주당, 숱한 이합집산과 야합, 연대를 통해 지금껏 야권의 한 축으로 살아있는 민주당, 김대중이 반평생 목숨을 바쳐 지켜낸 민주당, 다 떨어진 민주당 깃발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노무현. 그 인간 노무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조명하고 부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가 틀렸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전국의 거친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 감사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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