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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은 빌딩으로 몰리고 있나?

빌딩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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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은 매매 차익이 아닌 임대료로 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부동산’에 속한다. 빌딩, 오피스텔, 상가 외에도 원룸 다세대 주택, 도시형 생활주택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임대수익은 나오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수익형 부동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배우 ○○○ 빌딩, 개그맨 ○○○ 빌딩 등 빌딩으로 부자가 된 유명인들의 이름이 신문의 재테크 면을 장식하고 있다. 돈 있는 강남 부자들은 빌딩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기도 한다. 부동산이 침체라고 하지만 빌딩만은 무풍지대인 것일까.

빌딩은 매매 차익이 아닌 임대료로 수익을 올리는 ‘수익형 부동산’에 속한다. 빌딩, 오피스텔, 상가 외에도 원룸 다세대 주택, 도시형 생활주택도 여기에 포함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임대수익은 나오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수익형 부동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을까. 먼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과잉 공급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었던 소형 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3분의 1가량이 빈 집 상태다. 그런데도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은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02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 그 가운데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허가 물량은 2011년 8만 3859호보다 47%가량 늘어난 12만 3500여 가구나 됐다. 2009년과 2010년의 인허가 물량이 총 2만 2217호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폭증한 수준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인허가에서 준공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3년에만 최소 10만 가구 이상 입주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면 공급 과잉으로 텅 비는 생활주택이 늘어나고 수익률도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다.

오피스텔 역시 2009년부터 공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수익률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전국 평균 5.95%, 서울 평균은 5.50%로 최근 4년 동안 최하를 기록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2011년에 건축 허가를 받은 오피스텔의 면적은 2010년에 비해 134%가 늘어났다. 2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이처럼 건축 허가가 늘어나면서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도 크게 늘고 있다. 오피스텔 입주량은 2012년 1만 3065호에서 2013년에는 135% 증가한 3만 742호나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 입주 물량이 2만 4360호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식으로 2014년까지는 공급이 계속 늘어날 예정이지만 수요는 그만큼 늘지 않아 수익률은 계속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다 보니 청약할 때는 사람들이 몰리던 오피스텔도 막상 계약할 때는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상업용 또는 사무실용 빌딩 역시도 상황이 좋지 않다. 빌딩, 특히 대형 빌딩이나 여러 건물이 복합된 단지를 짓는 사업은 PF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경우가 많다. 작은 회사가 입지가 좋은 곳에 땅을 확보해서 큰 빌딩을 지으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100억 원이 필요한데 회사는 내세울 담보가 없다. 이럴 때 활용되는 것이 PF다. PF는 회사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진행하려는 사업, 곧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향후의 수익 구조를 보고 담보 없이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PF를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로 독립된 프로젝트 회사를 세워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부동산시장이 한창 호황일 때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PF로 추진되는 대형 사업이 전국에 36건, 규모만 120조 원가량이나 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대다수가 좌초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 사업, 판교 알파돔시티,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규모가 큰 프로젝트일수록 좌초 가능성은 더 높다. 실제로 서울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서울라이트타워) 건립 사업이 2012년 6월 사실상 무산된 데 이어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개발 사업’이라고까지 불렸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도 좌초됐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PF가 좌초되면 여기에 돈을 투자했던 금융기관은 돈을 날리게 된다. PF는 기본적으로 사업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금융업체들이 참여하고 각 금융업체들이 투자한 금액도 큰 편이다. 잇따른 영업 정지로 서민들을 울렸던 저축은행 사태도 저축은행들이 투자했던 PF가 좌초되면서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초고층 건물들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100층이 넘는 건물만 해도 제2 롯데월드를 비롯해서 6개나 된다. 서울라이트타워 같이 사업이 무산된 경우도 있지만 이미 열심히 건물이 올라가는 사업들도 적지 않다. 고층 빌딩은 공사 난이도가 높아서 시공비가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다. 이들 사업들은 대부분 부동산시장이 호황기인 2000년대 중반에 장밋빛 전망 아래 계획됐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이 이미 침체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고층 빌딩이 줄줄이 완공되면 막대한 사무실 공간이 공급되면서 일시에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 2013년에만 완공 예정인 대형 빌딩이 60개 이상이다.

이처럼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는 막대한 공사비를 회수할 정도로 분양이나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 경우 이 같은 프로젝트들에 참여한 투자 주체들이 재무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이들 빌딩들을 채우기 위해 분양가나 임대료가 낮아지면 기존의 업무용 부동산도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빌딩들에 투자하는 펀드도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거나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면 일부 예외적이거나 과거에 통했던 사례들을 근거로 만들어진 ‘빌딩 부자’에 대한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사업 주체들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공사 중인 건물을 도로 물릴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속 공사를 진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빌딩의 몰락은 단지 개인이나 회사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까지 벼랑 끝으로 끌고 간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광역시다. 안상수 시장 시절에 추진한 대형 사업만 해도 서구 검단신도시, 영종 하늘도시, 송도국제도시의 151층 쌍둥이 빌딩을 비롯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결국 사업 주체였던 인천도시개발공사는 6조 원이 넘는 빚에 몰려 있고, 그 여파로 인천시까지 재정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도 안 전 시장의 후임인 송영길 시장도 10년 이상 추진됐으나 전혀 진척이 없던 인천 용유ㆍ무의도 개발 사업(에잇시티 사업)을 규모를 대폭 키워 추진하고 있다. 송도와 영종 신도시 등에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을 지어도 제대로 분양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향후 인천시의 재정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인천만이 아니라 이렇게 개발 공기업을 내세워 주택단지를 만들고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본전도 못 건지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다. 성남시는 판교 신도시 건설 때 끌어다 쓴 전입금 5400억 원을 갚지 못하고 2010년 사상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강원도 평창군이 추진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1조 원대의 부채를 쌓아놓은 채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강원도 태백시가 건설한 오투 리조트 역시 3700억 원 규모의 빚더미에 파묻혀 1년 예산이 2400억 원대인 태백시를 파산 위기로 몰고 있다.

지자체가 부실해지고 재정이 위기에 몰리면 그 지역 주민들의 삶도 위태로워진다.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세금을 걷어도 부채를 갚기는커녕 이자를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면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충분히 돈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장기 대세 하락에 들어섰다.

이와 같이 오피스텔이나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니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말에 혹하지 말고 안전한 투자처인지를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역세권이라든가 노른자위 지역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할 수도 있지만 2013년에 들어서는 노른자위 중에 노른자위인 서울 강남역 주위의 오피스텔마저도 공급 과잉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형국이다.

부동산이 한창 상승기류를 탈 때는 “뭐든 사면 오른다”는 말에 걸맞게 집이고 건물이고 오피스텔이고 가격이 오르기에 바빴다. 반대로 부동산이 대세 하락 흐름에 들었을 때는 아파트는 지더라도 다른 부동산이 떠오르리라 기대해선 안 된다. 주택이 가라앉는 동안 일시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이 괜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시차에 따른 것일 뿐, 수익형 부동산 역시 대세 하락 흐름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가라앉는 동안 지방 부동산시장이 2~3년 반짝하다가 결국 대세 하락 흐름을 따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주택, 특히 아파트가 대세를 이끌었다. 주택 가격이 장기 대세 하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다른 부동산이라고 괜찮을 거라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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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선대인경제연구소 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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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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