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속어를 쓰면 안 돼요?
비속어, 세상에 딴지 걸다
이 책은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하는 책이 아니다. 비속어가 나쁘다고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나는 비속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비속어는 우리의 삶에 끼어들어 우리의 일상을, 우리의 대화를 말랑말랑하고도 재미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어교사로서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써야 할 타이밍이 있다면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나는 욕쟁이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은 비속어가 나쁜 말이기 때문에 써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왜 나쁜 것인지, 왜 써서는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으셨다. 한창 반항심이 커진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머리로 이해할 수 없으니 어른들이 규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덧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가 된 나는, 그 옛날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말했던 것처럼 비속어는 나쁜 말,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버린 것이다.
하루는 수업시간에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물었다.
“왜 비속어를 쓰면 안돼요?”
잠시 생각하다 “우린 교양인이니까”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난 잠시 멍~해졌다. 그 이유가 나조차도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교양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니.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나의 굳어버린 뇌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비속어는 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쓰려면 알고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비속어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생들과 함께 비속어를 파헤쳤다. VTR을 보기도 하고 수업시간을 통해 어원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속어에 관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이 놀라워했다. 우리들이 쓰는 말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적잖은 충격을 받은 학생들도 있고, 자신이 의미 없이 쓰던 비속어의 어원을 알고는 부끄러워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비속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비속어 수업을 하며 나도 참 많이 배웠다.
<권희린> 저13,500원(10% + 5%)
한 매체의 발표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90% 이상이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의 비속어 사용은 성적의 높고 낮음과는 상관없다. 성별과도 관계가 없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비속어는 일상의 언어가 되버린 것이다. 비속어 문제의 일환으로 중고등학교에서 '비속어 수업'을 하는 학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