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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철벽녀들을 위한 비실용연애서 <연애, 되든가 말든가>

정말 위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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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남자의 심리를 알아야 하고, 그래서 남자를 요리조리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자세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게 연애인가 사랑인가. 인간관계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무리 속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는 법을 알고 있는데 왜 유독 남녀관계에서만 뭔가를 특별하게 배워야 하는 걸까?


연애나 섹스 칼럼을 읽을 때마다 드는 정말 솔직한 생각. 다들 연애나 섹스는 잘 하고 사는구나, 하는 부러움. 어찌하여 나에겐 밤에 술 먹고 전화하는 전 남친도 없으며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뻔한 갈등도 없는지, 물론 양다리 고민도 없고.

남자를 요리조리 요리해먹고 파워섹스를 즐기는 그녀들의 라이프는 마치 북유럽 여행기처럼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편으론 부러움, 한편으론 반성도 된다. 연애경험이 많으면 통계치 같은 게 생기는 걸까? 역시 나는 경험이 미천하기에 매번 연애가 시작될 때마다 전전긍긍하는가? 결론적으로 연애, 섹스 칼럼은 나 같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안 그래도 초라한 현실을 더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또한 적어도 나에게는 그녀들의 코칭이 정말 보편적인 방법일까? 정말 남자들의 심리가 이 안에서 다 해당되는 걸까?

예를 들어 소개팅 자리에 몸매가 드러나는 굴곡진 옷을 입어야 하는 건지? 지루한 말에도 재밌게 웃어줘야 하는지? 대화 중간에 눈빛 쏴주며 호감을 표시해줘야 하는지? 분위기 무르익으면 슬쩍 다리를 꼬아주거나 살짝 몸을 기대는 도발 행위를 해줘야 하는지? 의문인 것이다. 또 왜 여자가 먼저 전화하지 말라고 하는지, 왜 남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적어도 세 번 울린 다음 받으라고 하는지?

실은 남자의 심리를 알아야 하고, 그래서 남자를 요리조리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자세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게 연애인가 사랑인가. 인간관계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어도 무리 속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는 법을 알고 있는데 왜 유독 남녀관계에서만 뭔가를 특별하게 배워야 하는 걸까?

또 근원적으로는 연애코칭이 싫은 건 그런 코칭을 결국 나를 개선되어야 할 인간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이다. 그녀들의 이론에 의하면 여자인 내가 먼저 남자에게 고백해 남자의 흥미를 떨어뜨렸고, 초반에 적당히 무심해야 하는데 너무 잘 대해 주었으며 기타 등등. 그래, 다 내가 부족해서고 내가 뭘 몰라서다.

“그래서 연애 책을 하나 쓰려고요. 연애 못하는 여자들을 위한 연애서.”

어느 날 카페에 앉아 나처럼 연애한 지 오래된 선배언니에게 출판 출사표를 던졌다.

“밀땅 잘해야 한다는 말 하지 마라.”
“그런 말 듣기 싫어서 책 쓰려는 거예요.”
“적어도 세 번은 만나봐라 그런 소리도 하지 말고.”
“한 번 만나면 답 나오는데 왜 세 번이나 만나요.”

그렇다. 그 많은 남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공수하는지, 연애 잘하는 언니들의 밀땅 이야기도, 화끈한 언니들의 섹스 이야기도 아닌 건어물녀, 철벽녀들을 위한 연애 이야기.

소개팅 후 연락한다고 해놓고 연락 안하는 남자? 물론 기존의 연애서에서는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마라, 잊어라, 그래도 정 그 남자가 맘에 들면 일주일 후에 가볍게 문자 한번 보내라고 하겠지. 아니요.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어딨겠어요? 안 되겠다 싶으면 따지러 가세요. 왜 사람 기다리게 해놓고 전화 안하냐고.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코칭. 나를 다치지 않게 하는 코칭. 정말 위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여러분, 이 책 쓰면 팔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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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서울 김지현 저 | 네시간
방송작가 특유의 객관성 있는 담담한 어조로 ‘도시, 서울 살이’의 다양한 모습을 현장성 있게 그리고 있다. 마치 나래이션을 듣는 듯한 느낌은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자신을 타인화하여 감정을 한 꺼풀 걷어낸 단조롭고 관조적인 감성도 매력적이다. 여행과 지리적 공간, 풍광이나 맛집 등을 찾아다니는 표피적인 도시 즐기기에만 국한하지 않고,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서울의 지도에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노선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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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현

1975년생, 14년차 방송작가, 2년 전세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서울을 뜰 생각을 하지만 19년째 유예하고 있는 중견 서울생활자다. 요리와 정리정돈을 잘하고 맥주, 씨네큐브, 수영장, 효자동을 좋아한다. 게스트하우스, 똠얌꿍 식당, 독신자 맨션처럼 실천 가능성 없는 사업을 자주 구상하며 그나마 가장 오래 하고 있는 일이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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